거꾸로 생각해 보면 2010-01-07 407 학인 고래로부터 진리(眞理)의 문제에 있어 절대주의와 상대주의는 늘 상충되어 왔습니다. 주유천하님의 논조는 마치 공자(孔子)의 유가와 장자(莊子)의 도가 중 후자를 취하면서 전자를 공박하고 있는 모양새인 것처럼 보입니다. 편협된 사고를 질타하면서 상대주의적 입장을 역설하시는 듯하나, 자신의 논리에 갇히는 순간(절대화), 자가당착(모순)에 빠지고 만다는 것은 미처 알지 못하셨군요. 공자는 물론 스스로를 과거 주나라의 전통을 잇는 주공(周公)의 계승자로 일컬었습니다. 전통적․복고적인 어떻게 보면 철두철미 원칙론적 낡은 이상을 통해 현실 정치에 부단히 참여하려 했으나 번번이 좌절했지요. 그러나 그렇다고 공자를 열패감을 극복하지 못한, 철저한 패배자로 단정 짓는 것 또한 스스로의 편협한 사고의 일면을 드러내는 것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요. 쓰신 글을 읽으면서 처음에 든 생각은, 글 쓰신 분이 특히 공자에 관한 한, 그의 삶과 학문 전반을 꿰뚫고 있는 엄청난 내공의 소유자가 아니라면 공자에 관해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공자는 주유천하님이나 저와 같은 소인배들이 낙인찍어 도매금에 넘겨버릴 만큼 그렇게 만만한 상대가 아닙니다. 더 나아가, 공자에게 있어 사리사욕(利)과 대척점에 있는 의(義)라는 관념은 어떤 보상이나 성과를 바라는 행위가 결코 아닙니다. 보상이나 성과가 없더라도 마땅히 해야 할 것이므로, 도덕적으로 옳기 때문에, 그것이 의롭기 때문에 당연히 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Doing for Nothing). 결국 의(義)를 지향하는 무수한 논의들에 관한 한, 행여 가시화․현실화되지는 못하더라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그것은 별반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문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불의(不義)에 동조하며 부화뇌동(附和雷同)하는 무리들, 무조건 권력자에 빌붙거나 곡학아세(曲學阿世)하는 삿된 무리들을 보면서도 그저 함구해 버리는 데에 있는 것입니다. 님이 주장하시는 상대주의에 관한 연장선상에서, ‘폐쇄된 당신들만의 인터넷 공간’이라는 표현도 관점을 달리하면 얼마든지 거꾸로 해석이 가능하겠습니다. 인터넷의 특성상, 그야말로 ‘세상을 향해 열린 모두의 공간’이 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또한 여기에 올라오는 타인의 글들에 대해서는 그 무용성을 강조하며 날을 세우면서, 정작 그에 대한 자신의 불만을 게재하는 것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해야 할까요. 상대주의를 주장하기에 앞서, 자칫 자신이 파놓은 함정에 스스로 빠지고 마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아닌지 먼저 살펴볼 일입니다. 배움의 길은 끝이 없습니다. 다만 그 출발은 언제나 타인의 말과 글에 대해 주유천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겸손함과 넓은 마음으로 귀기울이는 데에 있다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