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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문열,이원복,이환경 그리고 이상돈

2009-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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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선

안 먹어도 될 욕까지 먹고 있는 사람들. 제목에 열거한 네 사람에게선 어떠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을까 ? 잠시 고민해 보다가 이와같은 공통점을 찾아낼 수 있었다. 거기에 한가지 더 덧붙이자면 정당하게 평가받아야 할 부분이 분명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관한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인물들 정도라고나 할까. 사실은 이 글의 제목으로 애초에 생각한게 저 첫문장이었으나, 인터넷 게시물의 속성상 제목에 어느정도 낚시성이 있어야만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읽어보게 되기 때문에 위와같은 제목으로 대체하였다.

이문열 이야기부터 하겠다. 다들 알다시피 이문열은 과거 DJ 정권 시절 안티조선 세력으로부터 극렬한 비난의 도마위에 올랐던 사람이다. 심지어 시민단체들이 그의 집 앞에서 가상 장례식을 열기까지 하고 젊은 독자들이 이전에 읽었던 이문열의 책을 반환하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근본원인은 이문열이 안티조선 운동 당시 조선일보를 옹호하는 칼럼을 기고했던것이 화근이 되었다.

그러나 그러한 정치적인 문제와는 별개로 이문열이 지적받는 부분이 있다. 바로 소위 ‘ 삼국지연의 ’ 오역 논란이다. 80년대 후반 출간된 이문열의 평역 삼국지는 심지어 서울대 수석 입학생이 논술고사 비결을 물을때 언급했을 정도로 베스트셀러이자 밀리언 셀러가 될 정도로 화제이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 눈길을 끌었던것은 이문열 나름대로 삼국지연의를 재구성하면서 그 소설속의 인물과 그리고 역사와 연의를 비교하며 평가한 점들이었다.

유비를 폄하(?)하고 조조를 옹호한 것이 기존의 유비=선인, 조조=악인으로 묘사한 삼국지연의에 대한 고정관념을 갖고있는 식자층에게 곱게 비쳐지지 않았던 것인지 아니면 다른 정치나 이념적 이유가 있던 것인지 한 10여년 이문열 삼국지 오역논란은 지속되었고, 심지어 한 연변작가가 이문열의 오역부분을 조목조목 지적하는 책을 써 내기까지 해 오역논란에 결정적 방점을 찍는듯 하기까지 했다. - 그러나 삼국지 판본을 16개나 갖고 있다는 이 연변작가는 정작 자신의 이름으로 국내에서 출간한 삼국지연의가 지나치게 연변식 표현과 문장 위주로 되어있어 독자들에게 별다른 매력을 주지 못했다.

사실 이문열의 평역 삼국지는 정작 평가받아야 할 부분이 따로있다. 바로 바야흐로 요시가와 삼국지의 망령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었기 때문이다. 요시가와 에이지는 일본 작가로 그의 삼국지연의는 초반부 유비,관우,장비의 만남부분을 상당한 각색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7,80년대는 물론 9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발간되는 수많은 만화 삼국지, 동화 삼국지들이 대개는 요시가와 삼국지를 바탕으로 해서 만들어 낸 것이며, 양주동,정비석,김동리등의 삼국지도 실상 요시가와본을 바탕으로 써낸것이다.

무슨말인지 이해가 가는 설명을 지금부터 시작하겠다. 혹시 귀하는 삼국지연의의 서두를 어떻게 기억하는가 ? 유비가 어머니를 대접할 차를 구하기 위해 낙양선을 기다리고, 차를 구해갖고 가다 황건적을 만나 곤경에 빠지고, 황건적으로 쑥밭이 된 절에서 노승을 만나 비결의 예언을 듣고 거기서 홍부용이란 아가씨를 구출해낸뒤 장비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탈출하는...- 그 삼국지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당신은 ‘ 요시가와 삼국지 ’를 읽은것이다 !!!

국내에서 원전에 가장 충실하게 번역했다고 평가받는 삼국지는 월탄 박종화의 삼국지다. 월탄의 삼국지에선 황건적의 난이 일어나고 탁현 누상촌에 의군을 모집하는 방이 붙고 그것을 본 유비,관우,장비등이 의기투합 도원결의를 맺는것이 월탄 삼국지가 그게 바로 원전 나관중 삼국지의 서막이다.

사실 실제 나관중의 삼국지연의 서막은 고대소설답게 너무 개연성이 없고 비현실적이다. 그야말로 그때까지 일면식도 없던 유,관,장 세사람이 방문 한 장 보고 의기투합 술한잔 나누며 도원결의를 하자고 제안하는것 아닌가. 이문열의 경우 바로 그와같은 비 합리적인 서두부분을 일정부분 각색을 했다. 이문열 삼국지에선 위,오,촉 세 나라를 세우게 되는 유비,조조,손견의 에피소드등을 차례대로 보여주고 이어 유비,관우,장비가 인연을 맺게되는 에피소드를 담은뒤 황건적의 난과 도원결의의 이야기로 본격적으로 들어간다. 이문열이든 또는 요시가와든 확실히 나관중식의 도원결의는 현대인의 눈으로 볼때 너무 비현실적이란 생각을 했었나보다. 그래서 요시가와든 이문열이든 바로 그 유,관,장 세사람의 인연에 좀 더 개연성을 덧붙이고자 덧칠을 한 것이다.

요시가와 삼국지에 대해 굳이 평가를 하자면 그는 일본 대중의 입맛과 정서에 맞도록 ‘ 일본형 삼국지 ’를 재구성 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문열 삼국지의 경우는 ? 요시가와 삼국지가 일본형 삼국지라면 이문열 역시 한국적 정서에 맞는 한국형 삼국지로 재구성 한 것이라 평가할 수 있을까 ? 모르겠다. 이미 이문열 자체가 지난 10년 정치적으로 극도로 매도당했으며, 심지어 그의 삼국지연의조차 그 무슨 오역논란에 오랫동안 시달렸으니 이제와서 그런 논의를 할 공간을 마련해보자는 제안을 한들 누가 귀기울여 줄까 ? 한 할 일없는 문사의 쓰잘데기 없는 몽상이 되어버려 묻힐 뿐이다.

만약, 이문열 삼국지의 오역이 논란이 된다면 같은 잣대로 요시가와 삼국지의 오역도 문제제기가 되어야 한다. 이런 문제제기를 한다면 아무래도 필자만의 지나친 몽상이 될 것만 같다. 다만 1-2년전 모 찜질방에서 쉴때 우연히 거기 서적에 조선일보에서 발간한 어린이 한자교육용 만화 삼국지를 본 적이 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훑어 보았는데 역시 요시가와본을 따르고 있다. 우리나라 삼국지가 여전히 요시가와 삼국지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 예따.

이문열 삼국지에 오역이 있느니 또는 이문열의 정사 삼국지와 소설 삼국지연의의 비교평가가 마음에 안든다느니 그런 논란이야 충분히 있을수 있다. - 다만 그런 논리로만 갖고 따지면 ‘ 요시가와 삼국지 ’ 오역 문제는 누가 제기하나 ? 조선일보 블로그에서 활동하는 한학,중국학 전공자분께 이 어리석은 여인이 제기하고픈 문제는 다만 그런 문제일뿐이다 -

글쎄, 객관적으로 오역문제에 대해 이문열 삼국지와 요시가와 삼국지가 단순 비교평가 될 수 있는 그날이 올까 ? 다만 필자가 생각하는 아쉬운 문제는 이문열 삼국지는 지금 오역문제로 매도당하지만 요시가와는 지금도 여전히 일본의 대 작가로 남아있다는 점이다.

이원복(만화가. 덕성여대 산업미술학과 교수). 3,40대중엔 만화가 이원복 선생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것이나, 50대 이상은 이원복씨에 대해 잘 모른다. 세대로 굳이 구분하자면 이원복 선생의 만화중 ‘ 시관이와 병호의 모험 (70년대) ’을 보고 자란 사람들이 지금 40대고, ‘ 먼나라 이웃나라 - 유럽편 (80년대) ’을 보며 자란 사람들이 지금 30대일것이다.

이 이원복씨가 좀 엉뚱하게 화제의 대상이 된 적 있다. 지난 2007년 2월 미국의 디펜스포럼이란 단체가 이원복씨의 ‘ 먼나라 이웃나라 - 미국편 (2003년 12월 발행 ’이란 책자가 유태인을 비하했다며 항의를 했던 것이다. 디펜스포럼은 북한인권문제에 관한 활동등으로 국내의 이런저런 보수성향 시민단체와도 많은 교류가 있었던 단체이기도 하다.

허나 90대 주간조선이 ‘ 현대문명진단 ’이란 만화 칼럼을 10년 가까이 연재해온 바 있는 이원복씨임을 생각하면 미국의 디펜스 포럼이란 단체가 먼나라 이웃나라 미국편을 유태인 비난 운운하며 항의한것은 뭔가 포인트를 잘못 맞춘듯한 느낌이다. 그러나 아니나 다를까 이와같은 기사가 조선일보에 대서특필되면서 조선일보 100자평이나 조갑제닷컴,프리존등엔 예하 이원복씨에 대해 심지어 친북좌파 386 운동권 출신이란 비난 댓글이 줄을 이루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원복씨는 1946년 충남 대전 출생이다. 한 사람에 대해 잘못된 선입견과 편견을 갖다보면 그것이 어떤 판단의 오류와 잘못된 정보 전파로 빚어지게 되는지를 보여줄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 이원복씨 작품의 성향에 관한 논란은 별개로 치더라도 최소한 46년 충남출신인 그를 386 운동권 혹은 모 지역 출신이라 비난하는것은 그야말로 어처구니 없는 행태가 아닌가.

사실 90년대 이원복씨가 주간조선에 현대문명진단이란 만화를 연재하던 시절 젊은 진보적인 운동권 성향의 사람들은 그를 보는 시각이 곱지 못했다. 국내에도 이런저런 많은 복잡한 이슈가 있는데 현대문명 진단은 늘 유럽이 어쩌구 미국이 어쩌구 하며 어찌보면 사뭇 한가한 소리만 늘어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따지고보면 ‘ 현대문명진단 ’은 우리끼리 안에서 좌우가 어쩌고 보수,진보가 어쩌구 싸우는 동안에도 국제사회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일깨워줄수 있는 의미의 만평이기도 했다. 허나 어쨌거나 국내에 이런저런 산적한 이슈들은 외면한채 국제정세 위주로 만평을 그려나간 이씨의 작품이 운동권으로부터 비난을 받는것은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80년대 출간된 ‘ 먼나라 이웃나라 - 유럽편 ’에 이어 10여년 세월이 흘러 먼나라 이웃나라 일본,미국 그리고 우리나라 편이 발간된게 2000년대의 일이다. 먼나라 이웃나라 일본편을 발매하면서 이원복씨는 80년대에 정작 가까운 이웃나라에 대해선 언급을 할 수 없었던게, 우선 일본은 그 자체가 다루는게 민감한 문제였고, 중국등공산주의권 국가야 그 당시 가고싶어도 갈 수 없는곳이었고 미국에 대해선 유럽 유학파인 이원복씨가 상대적으로 지식이 적었기 때문에 다루지 못했노라 밝힌바 있다. - 실제 이원복씬 70년대 중반부터 10년깐 독일과 유럽에서 유학생활을 한 유럽 유학파 출신이며, 바로 저 유명한 ‘ 시관이와 병호의 모험 ’과 ‘ 먼나라 이웃나라 - 유럽편 ’은 바로 그러한 이원복씨의 10년 유럽생활의 체험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역작이기도 하다. 이원복씨를 반미주의자로 볼 수 있을까 ? 이원복씨의 작품을 지난 30년 가까이 접해본 필자는 그와같은 지적과 비난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 오히려 주간조선의 현대문명진단이나 먼나라 이웃나라 - 우리나라 편은 진보적 성향의 사람들이 보면 불편할 정도로 국내의 이슈에 대해선 대체로 전형적인 보수적 경향을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난데없이 디펜스포럼에서 ‘ 먼나라 이웃나라 - 미국편 ’을 유태인 비하라 지적하고 보수진영에서조차도 도마위에 오른것은 생뚱맞은 일이고 뭔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일이란 이야기다. 이원복씨의 ‘ 먼나라 이웃나라 - 미국편 ’이 마치 반미경향을 띠는것처럼 보인것은 어쩌면 유럽유학파 출신인 이원복씨가 미국유학파들과는 달리 미국을 보는 시각이 상대적으로 좀 더 비판적이고 객관적이란 점에서 비롯된 오해일수도 있다.

이문열,이원복씨에 이어 세 번째로 언급해 보고자 하는 사람은 바로 용의눈물,태조왕건,연개소문,야인시대,영웅시대등을 집필하며 지난 10년간 사극계의 베테랑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한 이환경씨다. 이원복씨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환경씨 역시 생뚱맞은 일로 난데없이 조갑제씨한테 집중적 비난과 공격을 받은일이 있다. 바로 SBS에 드라마 ‘ 연개소문 ’을 집필할때의 일이다.

조갑제씨가 연개소문을 비롯한 고구려 드라마를 비판하는 논리는 대략 다음과 같았다. 분단이 장기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젊은 세대들에게 신라가 남한처럼 고구려가 북한처럼 보일수 있고 따라서 고구려 드라마는 결국 북한체제를 옹호하는 ‘ 친북좌파 ’ 논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조갑제씨 주장의 요지이자 핵심이었다.

좀 격한 표현을 쓰고 싶다. 난 혹시 조갑제씨가 환갑에 접어들어 치매가 왔던게 아닌가 의심이 갈 지경이다. 이환경씨가 SBS 드라마 연개소문을 집필하던게 2005년 그리고 불과 그 3년전인 2002년에 ‘ 야인시대 ’를 집필할땐 오히려 40년대 후반 정치상황을 지나치게 반공우파적 관점에서 묘사 진보진영의 항의를 받았던 사람이다. 심지어 4.3 사태 유족회에선 4.3 사태 묘사 부분이 역사왜곡이라며 항의성명까지 발표했다. 그렇게 2002년엔 철저하게 진보진영으로부터 수구꼴통 작가로 비난받던 이환경씨가 그 3년뒤 연개소문을 집필할땐 거꾸로 친북좌파로 비난을 받는다. 참 어이가 없어도 이런 어이없는 일이 있을수 없다. 정작 이환경씨는 대한민국 현대 경제발전사를 드라마화한다는 목적의 ‘ 영웅시대 ’에선 모 특정 대선후보(바로 이명박 현 대통령)를 지나치게 미화한다는 지적을 받으며 결국 집필을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지기까지 했다. 야인시대,영웅시대를 쓸땐 수구꼴통이라 비난을 받고 연개소문을 쓸땐 친북좌파란 비난을 받았으니 이환경씨 입장에선 우리사회 좌우갈등으로 인한 오만 산전수전을 다 거친 셈이라 할 수도 있겠다.

안티조선 세력의 극단적 비난과 삼국지연의 오역논란의 양쪽의 비난을 감수해야만 했던 이문열, 먼나라 이웃나라 - 미국편 때문에 졸지에 디펜스포럼이란 단체로부터 유태인을 비하했다며 도마위에 올랐던 이원복, 그리고 연개소문을 쓸땐 친북좌파라 비난받고 야인시대,영웅시대를 쓸땐 수구꼴통으로 몰렸던 이환경. 이 세사람의 겪은 일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어쩌면 이런 현상들 자체가 우리사회의 좌우갈등이 얼마나 왜곡되고 비정상적인 모습을 갖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겠다.

하긴 그런식의 억울한 일들을 겪은 사람이 어찌 그 셋뿐이랴. 가령 이명박 대통령 취임행사때 사회를 보고도 정작 노무현 전 대통령 노제때도 사회를 봐 노빠로 몰려 결국 방송에서까지 퇴출된 모 개그맨도 있고, 올 2월 세상을 떠난 김수환 추기경의 경우도 진보진영으로부턴 군사정권을 비판하지 않았다며 비난을 받기도 하고, 거꾸로 보수진영으로부턴 박정희,전두환 정권을 비난한 전력을 들어 비난의 도마위에 올리기까지 했다. 김수환 추기경 같은 분 조차도 좌우 양쪽의 비난을 모두 감수해야했으니 실로 우리사회의 굴절되고 왜곡된 좌우갈등이 얼마나 많은 인재들을 자신들의 정치적,이념적 판단과 기준의 잣대대로 얼마나 제멋대로 폄하하고 깎아내렸는지 알만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