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 서현 유감 2009-09-22 655 김열 유명인사들이 방송에서 결혼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피력하는 것을 '올바른'(유은선님 나름의) 사회적 분위기 형성을 위해 막을 수는 없는 것이겠죠. 게다가, 전업주부가 직업여성보다 못한 삶을 산다는 인식이 퍼지는 것은, 사회적 분위기의 반영이 아니라 그것이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유명인사가 방송에 나와 그러한 발언을 함으로써 그런 인식을 유도한 것이 아니라, 사실의 반영이 그렇습니다. 전업주부의 삶이, 지난 수천년 인류역사에서 여성들의 가장 보편적인 삶의 모습이며 가사와 육아 그리고 출산이라는 고귀한 일을 수행하는 것이므로, 아름답고 바른 삶이라고 볼 수 있는건가요? 가사와 육아가 그렇게 고귀한 일인데, 왜 '집에 가서 애나보라'는 말은 노동시장에서 남성노동자가 들을 수 있는 가장 치욕적인 말인걸까요? 최근 걸그룹의 노래가사 중에 이런 가사가 있습니다. '시집이나 갈까, 그게 답이 될까?' 남성에게는 '너 취직안되니 장가나 가라' 고 말하지 않습니다. 이런 말을 남성에게 하면, 그 남성은 아마 인간으로서 능력을 평가절하 받았다는 생각에 굉장히 자존심 상해 할겁니다. 하지만 여성에게 취직 안되니 시집이나 가라고 하는 말은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여집니다. 문제는 이렇습니다. 여성도 남성과 같은 인간이며, 인간이라면 당연히 갖는 본질적인 주체로서 자기를 살며 자기의 자유를 최대한 실현하려는 욕망이 있음에도 여성에게는 그 자유의 영역이 제한되어 있다는 겁니다. 한정된 선택의 영역에서 그 영역만큼의 자유만을 허락받고 살다가는 것이 유은선님이 말씀하시는 수천년부터 보편적으로 강요되어온 여성의 삶이었고, 그것의 전형적인 모습이 전업주부의 삶의 모습입니다. 유독 여성에게는 인간으로서의 자유를 실현하는 것에 제약이 가해지는 상황에서, 그저 전업주부의 삶 또한 직업여성의 삶만큼 가치가 있다 라고 주장하는 것이 정말 현실을 제대로 파악한 말이며, 또한 시급하고 중요한 것입니까? 저는 전업주부의 삶이 직업여성의 그것보다 더 열등하다고 보지 않습니다. 그러나 다른 것이 될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하게 된 주부의 삶이, 인간으로서 갖는 자유를 포기하게 하는 현실의 반영이라면 그저 주부의 삶 또한 직업 여성의 그것만큼 가치있다 고 말하는 것은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한 발언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습니다. 주부의 삶은 고귀한 일을 수행하는 것이므로 가치있다고 주장하기 전에, 남성 또한 그 고귀한 육아와 가사에 기꺼이 그리고 즐겁게 참여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더 먼저 이루어져야 할 겁니다. 주부의 삶 또한 가치있는 삶이다라고 주장하기 전에, '취직 안되면 시집'이라는 식의 제한된 현실이 아닌, 여성 또한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사회가 먼저 되어야 할 겁니다. 그런 사회가 된다면, 주부의 삶 또한 직업여성의 삶 만큼 가치있는 삶이라는 주장은 정말 맞는 말이 되겠죠. 그러나 아직은, 아닙니다. 유은선님의 글 ------------------------------------ 인기 걸그룹 ‘ 소녀시대 ’의 막내 멤버 서현(1991년생)양은 이른바 ‘ 바른생활 소녀 ’란 캐럭터로 잘 알려져 있다. 자기관리나 시간개념이 철저하다던가 웃사람이나 선배한테 깎듯이 대한다는 점등이 대체로 그녀를 바른생활 소녀란 평가를 받게 한 요인들이다. 소녀시대 매니저도 얼마전 한 토크쇼에 나와 ‘ 서현인 아마 가수가 되지 않았더라면 선생님이 되어 있었을것 같다 ’ 고 말했을 정도니, 이 정도면 그녀가 요즘 아이들 답지 않게 얼마나 경우있게 처신하는 아이인지 짐작할만 하다. SBS에서 금요일에 방송하는 ‘ 절친노트 ’란 프로그램이 있다. 연예계의 절친한 친구들이 나와서 서로 그동안 못다한 이야기를 털어놓는 속풀이 형식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인데 여기 소녀시대가 얼마전 출연한 일이 있다. 헌데 이때 소녀시대 서현양이 결혼을 빨리 하고 싶다는 다른 멤버에게 이런말을 했었다. ‘ 결혼을 너무 일찍하면 여자로써의 자기 생을 너무 빨리 포기하게 되지 않느냐 ? 그러니 일찍 결혼하는것은 좋지 않다. ’며. 그야말로 친절한 선생님처럼 조근조근 자신의 의견을 설파했다. 순간 좀 기분이 묘했다. 어찌보면 전업주부의 삶을 직장여성의 삶보다 상대적으로 평가절하하는듯한 이런 발언이 다른 사람도 아닌 이른바 ‘ 바른생활 캐럭터 ’ 라는 서현의 입에서 나왔다는 것이. 요즘 학교에서 젊은 여선생들이 학생들에게 전업주부의 삶을 일하는 여성보다 못한 것으로 가르치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TV 같은데 출연해서 발언하는 여성계 인사들이라던가 TV 옴부즈맨 같은 프로에서 드라마 비평같은것을 하는 시청자 단체나 청소년 보호단체 인사들의 입에선 그런 발언을 많이 들을수 있었다. 예전에 한 방송작가로부터 이야기 들은바로는 미국에선 전업주부의 가치 역시 일하는 여성 못지 않게 동등하게 평가한다고 한다. 헌데 우리나라에는 언제부터인가 전업주부의 삶이 마치 잘못된것이거나 심지어 여성으로써의 삶 자체를 포기한 것 처럼 이야기하는 그런 사회분위기가 만연해져왔다. 특히 TV에 나와서 대중들의 정서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여성계 인사들은 그런 말들을 스스럼없이 한다. 글쎄, 과연 전업주부의 삶이 직장여성의 그것보다 못한것일까. 오히려 전업주부야말로 지난 수천년 인류역사에서 여성들의 가장 보편적인 삶의 모습이며 가사와 육아 그리고 출산을 전담하는 그 인생 자체가 가장 숭고하고 아름다운 ‘ 여자의 일생 ’이었다. 사실 사회가 점차 다양화되어가고 복잡해져 가는 요즘 세상에선 오히려 틀에박힌 직장생활 보담은 상대적으로 보다 자유롭게 여러 가지 사회활동을 할수 있고 정보,지식을 습득할 기회를 많이 가질수 있는 전업주부의 삶이 직장여성의 그것보다 많은 기회를 줄수도 있다. 헌데 전업주부의 삶을 마치 직장여성보다 못한것처럼 평가하거나 심지어 여성으로써의 삶을 포기하는 것인듯이 말하는 여성계 인사들의 발언은 분명 문제가 있다. 소녀시대는 요즘 젊은 세대들과 특히 10대 청소년들의 사랑을 듬뿍받는 대한민국의 대표 걸그룹이다. 헌데 그중에서도 특히 ‘ 바른생활 캐럭터 ’로 알려진 서현양의 입에서 결혼을 일찍하는것이나 전업주부의 삶이 직장여성의 그것보다 못하다는 듯한 취지의 말을 했다는 것은 그래서 이래저래 매우 유감스럽다. 혹시 서현양 또래의 요즘 10대 여학생들은 대개 그녀와 엇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것은 아닌지 유감스럽다. 또한 비록 오락프로라고는 하지만 어쨌거나 인기그룹 소녀시대의 멤버이면서 거기에다가 바른생활 캐럭터로 알려진 서현양의 그와같은 말은 TV를 지켜본 많은 10대-20대 시청자들의 정서에 영향을 미쳤을것이다. 글쎄, 과연 전업주부의 삶을 직장여성의 그것보다 못한 것으로 유도해가는 여성계 인사들의 태도가 과연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을까. 아마도 서현양이 그와같은 생각을 하게 하고, 또 그런 발언을 TV에서 공개적으로 할수 있게 된데는 그런 여성계 지도자들이 TV등에 나와 평소 하는 말들이 많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리고 ‘ 결혼을 일찍하는것은 여성으로써의 삶을 너무 빨리 포기하는것이 된다 ’는 서현양의 말 역시 TV를 지켜본 젊은 시청자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따라서 비록 오락프로그램에서 있었던 일이긴 하지만 서현양의 발언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보며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전업주부의 삶이 마치 직장여성의 그것보다 못한것처럼 여겨지게 만드는 이러한 사회분위기는 분명 시정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