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선거구제가 만능은 아니다...^^ 2009-08-28 469 아톰 모든 제도는 다 나름대로의 장점과 단점이 있다.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 소선거구제와 중대선거구제, 단원제와 양원제 등이 그것이다. 이 제도들은 특별히 우열의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라 시대적 상황은 물론 역사적 배경을 종합하여 그 적합성을 평가함이 옳다. 6.10 항쟁 당시 대통령 직선제를 내용으로 하는 헌법의 개정(혹은 제정)은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운 국민적 당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7년 대통령 선거는 일찍이 목도하기 어려운 국가분열의 전시장이었다. 노태우-김영삼-김대중-김종필 등 4명의 유력한 대권후보들은 남한을 완전히 네 쪽으로 갈라놓았다. 물론 이와 같은 지역주의가 그들로부터 시발한 것은 아니다. 어쩌면 오래 전 삼국시대부터 그 연원을 찾는 것이 정답일 수도 있다. 가령 DJ는 박정희가 지역감정을 만들었다고 했는데, 이용했다는 주장엔 어느 정도 동의할 수 있지만 창설했다는 데는 동의하기 어렵다. 일제시대 만주에 징용으로 끌려가서 주먹밥을 먹으면서도 식사 때가 되면 영호남 사람들은 각기 다른 곳에서 모여 식사를 했다는 말이 전해진다. 이건 당시 징용에 갔던 분의 증언이다. 그런 지역주의가 정치지형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난 것이 87년 야권의 분열이었다. 그 이전 신민당은 대한민국의 정통 야당으로 영남과 호남이 비교적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당시 당내 지지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DJ는 ‘국민이 부른다’는 상투적인 명분으로 분당을 불사하면서 평민당을 창당했고 DJ의 적극적인 주장으로 소선거구제가 도입되어 이듬해인 88년 총선거에서는 대통령 선거의 양상이 그대로 재현되었으며 평민당은 응집력 높은 호남의 지지에 힘입어 제1 야당으로 부상하면서 도덕적 비난의 중심에 서있던 DJ는 여소야대 정국의 제1야당 총재로서 정국을 주도하기에 이른다. 문제는 그 이후 20여년은 참으로 괴로운 지역적 분열이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는 과정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주장하는 정치개혁, 그 중에서도 선거구제 개편론은 이와 같은 시대적 고민을 반영하고 있다고 봐야한다. 지역주의는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그야말로 심리적으로 뿌리가 깊은 본질적인 문제이다. 세기가 지난다 해도 극복되어질지 의문이다. 그렇다면 해법은 결국 제도밖에는 없지 않을까? 소선거구제는 1등이 아니면 무의미하기 때문에 사표가 많이 발생하는 대신, 심판이 명확하다는 점도 있다. 즉 선거구별로 정당이나 후보에 대한 호불호가 대단히 분명하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지역에 따라 지지 정당이 극명하게 갈리고 당연한 결과로서 지역감정이 도드라져 보이는 것이다. 전술한 바와 같이 제도는 각자의 장단점이 있고 시공간적으로 가장 적절한 제도는 가변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은 중선거구제를 적극 검토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 나눠먹기식 선거제도라는 비판은 있지만 가령 한나라당 후보가 호남에서도 당선되고 민주당 후보가 영남에서 당선되는 모습이 가시화되면 지역감정을 해소하는데 나름대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심판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전국적인 득표율로 평가하면 특별한 문제가 없을 것이고 더욱이나 선진당이나 민노당 등 작금의 정치지형은 이념적 요소가 가미된 사실상 다당구조임을 감안하면 반드시 2개 정당이 나눠먹는 것도 아니다. 어려 가지 이론적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중선거구제가 정답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