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정권교체가 부럽다 2009-08-31 511 살라딘 55년 자민당독재가 어제 막을 내렸더군요. 동아시아에서 반세기에 이런 대변혁이 있나 싶은데 의외로 무덤덤하고 흥미위주인 한국의 방송과 신문이 이상할 뿐입니다. 사실 일본에서 이제 정치가 시작되었다고 봐야 하고 동아시아에 균열이 일어났다고 봐야 하는데 그 의미를 우리만 모르는 걸까? 아니면 흥미가 없는 걸까? 솔직히 일본인들의 보수성을 비꼰 예로 많이 쓰인 공산당보다 더한 자민당독재라고 했는데 이게 무너졌습니다. 계파정치라고 해서 자민당 내에서 계파끼리 수상을 나눠먹고 장관을 안배하던 그런 시절에서 확 바뀌었다는 겁니다. 이제 말그대로 '정권인수인계'가 된 겁니다. 그럼 왜 자민당이 무너졌을까? 제 생각엔 55년 동안 자민당이 집권한 이유를 '안정성'에 두고 싶습니다. 일본의 자본주의는 미국의 CEO들이 일반사원들의 475배의 연봉이라면 일본의 7배라고 합니다. 그만큼 일본은 종신고용이나 빈부격차가 심하지 않은 나라였습니다. 그래서 예전에 쿠바의 혁명가 체게바라도 일본을 두고 진정한 ' 공산주의'라고 극찬하였습니다. 그런데 80년대 미일간의 플라자 합의를 통해서 일본이 거품경제가 일어났고 거품이 꺼지자 확실히 잘못된 처방인 " 토건족"이란 커넥션을 통해 임시방편인 경기부양에 매달리자 정부가 엄청난 빚에 시달리고 이젠 끊임없는 디플레이션을 겪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고이즈미개혁으로 " 종신고용"이 무너지자 공원과 지하철에 노숙자가 창궐하고 젊은이들은 정규직을 구하지 못해 ' 프리타'라는 기형적인 파트타임근로자로 전락하였죠. 한국이나 일본이나 이런 노동유연성이 가지는 피해는 우선은 서구사회의 사회안전망의 역할은 하던 "종신고용"이 무너지자 이럴 대체할 사회안전망이 마련하지 못한 우를 범하고 만겁니다. 이건 마치 마취도 하지 않은 채 수술한 것과 같습니다.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10년간 줄어든 건 중산층이요, 늘어난 건 빈부격차의 양극화입니다. 왜 " 부자되세요"가 덕담이 되었을까요? 그만큼 부자가 되기 어렵다는 반증과 부자가 되어야만 제대로 살 수 있다는 인식, 이런 게 아니었을까요? 일본시민들은 안정성과 자민당 독재를 거래한 셈인데 자민당이 일본사회의 안정성을 해치자 이제 일본인들이 자민당의 일당 독재를 포기했다고 보는게 정확합니다. 그리고 일본정계를 보면 웃기지는 않는 장면이 바로 "족의원"입니다. 소위 유력정치인 고이즈미, 후쿠타 야스오, 아베신조, 아소다로 등등이 조부때부터 의원이었고 이걸 자식들에게 물려주는 퇴행적 행태를 보였다는 겁니다. 족의원의 비율이 높은 것은 그만큼 정체되고 부패할 소지를 키웠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물론 이번 정권교체에서 보인 민주당의 막후인 오자와의 내보인 카드는 어찌보면 단순한 것이더군요. 자민당의 노회한 정치인에 20~30대의 젊은 사람을 맞대어 국민들의 변화욕구를 자극하는 노림수는 마치 한국에서 한동안 유행한 '젊은피 수혈'과 다를 바 없더군요. 한국에서 한나라당이 차지하는 비중이 일본의 자민당처럼 급전직하한 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을 하면 좀 생각이 많아집니다. IMF를 유발한 한나라당이 대선에서 보인 지지율을 보면 이게 정말 잘못한 당에 내린 심판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강고합니다. 한나라당이 100석 미만의 소수정당으로 무너진 적이 있었습니까? 김영삼의 삼당합당 이후 확고부동한 주요정당으로 자리매김하는게 현실이었습니다. 가까운 시일내에 한나라당이 50석 미만의 소수정당이 되는 날을 꿈꿔 봅니다. 청와대의 손끝에서 놀아나는 한나라당의 퇴행과 야당인지 여당인지 아직도 구분을 못하는 민주당을 보며 국민들이 희망을 걸만한 정당을 꿈꿔 봅니다. 그리고 지금의 선거구제 개편에도 너무도 눈에 보이는 뻔한 노림수를 보면 답이 나옵니다. 오늘 청와대개편에서 역시나 이동관과 강만수는 유임이더군요. 강만수가 있는한 그들만의 헛꿈인 747공약과 대운하는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강만수는 아직도 자신이 잘못했다는 걸 인정하지 않더군요. 10여년 전 IMF만큼 말입니다. 우리도 일본처럼 한나라당이 궤멸하는 날이 올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안 믿는 것보다 믿는게 그나마 희망을 가질 수 있으니 믿어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