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지요. 2009-07-27 478 소년elf 우리나라 교육에 있어서의 가장 큰 문제는 "교육" 보다는 "사회"입니다. 막말로 각 개체들이 내키는대로 하던지 아니면 빡빡한 레귤레이션을 걸어두고 심심하면 벌금형을 물리던지.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아도. 또는 자기 흥미있는 공부만 해도 먹고살만한 사회가 되거나 또는 무슨 중세 시절 마냥 먹고살만한 흔히말하는 "귀족" 이외에는 대학진학 자체가 힘들다면 지금같은 과열 경쟁체제는 없겠지요. 저는 사실 현재같은 무한경쟁체제는 이승만 시절의 광복 후 혼란시기와 박정희 집권시절의 고성장 정책과 맞물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두정권 모두 정치적으로는 독재였으며, 변화가 적은 장기집권 사태로 보이지만. 사회/경제적으로는 격변의 시기였지요. 광복후 이루어진 수많은 사회구조적 변화로 먼저 친일파 숙청이 있겠지요. 물론 많은 수의 친일파를 청산하지 못한건 사실이지만, 아마도 숙청된 친일파가 더 많겠지요. 어찌보면 친일파는 일제강점기 시절의 집권층이었고, 이들이 숙청당하면서 생긴 권력의 공백을 차지하기 위해 다양한 부류의 무리들이 피를 흘리며 싸웠습니다. 공산주의자/민주주의자 부터 해서 정치깡패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부류의 사람들이 피를 흘리며 싸웠고 이는 사회의 격렬한 변화를 초래했습니다. 6.25라는 비극 역시 옛 일제시절 군부에 몸담았던 젊은 장교들이 권력의 한축을 담당하는데 크게 일임하였구요. 하지만 가장중요한건 박정희 시절의 급속한 경제 성장기에 이루어진 사회변혁이라고 볼수 있습니다. 사실 60년대를 시작으로 80년대 후반까지는 실제로 보수주의적관점 (파이를 키우는것)에 의해 급격한 경제성장을 하게 되었고, 물론 대기업이 선두에서서 가장 큰 이익을 챙기긴 했습니다만, 서민들 생활또한 급격하게 성장한것 또한 사실입니다. 이러한 급속한 변화의 시기. 특히 성장기에는 아무래도 기득권층은 아니지만 능력이 있는 사람이 치고 올라갈수 있는 기회나 발판이 많이 마련되기 마련이지요. 그시절엔 노부모가 집의 자산인 소를 팔아서 서울대 법대, 의대 갔다는 이야기를 종종듣고는 합니다. 이러한 시기에 기회를 잡을수 있는 가장 쉬운방법은 "고등교육"이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저의 부모님세대에서는 이러한 성공담이 무수히 많습니다. 다만 80년대를 지나며 많은 중산층들이 생겨나고 이들이 "먹고사는" 일에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자. 자연스레 가장 쉬운 계급상승의 방법인 고등교육을 통해 자신의 자식들에게 교육비를 집중투자하기 시작합니다. 상류층이외에는 일부 싹수가 있는 서민층에게만 그 기회가 돌아갔던 고등교육의 기회가 훨씬 많은 사람들에게 돌아가기 시작한 것이지요. 제가 아는한 80년대 이후부터 "자식 서울대 보내기" 광풍이 국가적으로 몰아쳤다고 보고 있습니다. 문제는 현재에 와서도 아직 그러한 사고방식이 남아있는데다가. 우리나라의 고질적이고 정도를 넘어선 ,학연/지연의 문제(세계 어딜가나 있기야 하겠죠.), 또한 최근에 불거지는 비정규직 문제(자식을 정규직에 넣기 위해 어릴때부터 고등교육을 시키는..)등의 사회적 문제, 게다가 유학사상의 고질적인 병폐인 "배운사람" 에게만 대우를 해주는 문제 등이 교육의 과열양상을 보이는데 크게 일조를 하고 있는것입니다. 교육과열은 "교육제도" 하나만으로는 잠잠해지게 만들기 어렵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저는 상류층의 수백,수천만원짜리 초고액과외가 사교육비의 주적인 문제는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돈많은, 여유있는 사람들이 아들한테 천만원짜리 과외를 시키던 수억을 들여 유학을 보내던 그건 그사람이 여유가 있어 하는거라면 사회적으로 야유를 받을수는 있으나 그게 문제는 아니라는 뜻이지요. 제가보기에는 사회 중산층/서민층들이 가계를 짜내어 실시하는 각종 과외, 입시학원비들이 문제입니다. 최근와서 막말로 돈만있으면 대학가는 현재 시점에서는 진짜 "상류층"으로 올라가지 않으면, 그 자식또한 장성하여 가계를 짜내어 자식에게 사교육을 시켜야 하는 악마의 수레바퀴가 문제인것입니다. 왜냐하면 이나라/이사회는 고등교육을 받지 아니한 사람에게는 상당히 폭압적인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고등학교만 나오더라도 일정기술만 배우면 안정적으로 고용되어, 자기 취미생활과 육아,집을 사기 위해 적당한 돈을 벌수 있다면. 이렇게까지 사교육이 문제되지는 않습니다. 뜬금없는 소리일지도 모르지만 제가 보기에는 사교육비를 내리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가계에 가장 큰 부담이 되는 집값을 떨어트려야 하며, 다음으로는 학문적으로 뛰어나지 못한사람에게도 그사람이 사회에 필요한 구성원이니 만큼 정당하고 안정적인 대우(비정규직 문제 해결)를 해줄수 있는 사회를 만든다면 그것이 사교육비를 줄이는데 크게 일조를 할것이고, 그 줄어든 교육비 만큼 개인의 행복을 추구할수 있는 여력이 생길것이며, 이는 지나친 입시과열화를 막는데 일조를 하리라는게 제 생각입니다. 물론 이런건 한순간에 되는것이 아닐 것이고 수십년을 내다보고 해야 하는 일일 것입니다. 게다가 무심님의 의견은 생각처럼 쉬운일이 아닙니다. 사실 현재의 학교의 행정적/법적인 형태가 강압적인것만은 아닙니다. 다만 수십년 이상에 걸쳐서 암묵적으로 지켜온 합의를 깨는데는 생각보다 큰 노력이 필요합니다. 원래는 현재의 공교육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100%학교의 자율성에 맞긴 일부 대안학교에서 높은 명문대 진학률을 보이자마자 그 대안학교에 자식을 보내기 위해 수많은 부모들이 엄청난 돈을 투자하는 작금의 현실에서는 사실 공교육의 질과 효율성이 지금보다 100배쯤 좋아진다고 해도 현재의 입시과열양상을 막는 데에는 별로 의미가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무심님의 글 ------------------------------------ 공/사교육에 대해 말들이 많은데, 본인은 다음과 같이 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본인의 의견 말미에, 신중섭교수의 글 ＇심야학습금지, 실패할 수밖에 없다＇(자유기업원 홈피에서)를 덧붙였다. 1) 본인의 제안의 기본원칙: (1) 학생(학부모)와 학교(지자체 혹은 설립자), 교사, 및 학원에게 각각 최대한의 자유를 준다. (2) 다양한 프로그램을 권장한다. (3) 가난한 학생들의 학습기회를 가급적 많이 지원한다. 2) 학생과 학교 학생들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졸업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만을 패스하면 졸업할 수 있다. 예컨대 60점 이상이면 패스하되, 과목별로 점수 혹은 등급을 기록한다. 나머지는 각자 하고싶은 대로 선택한다. 무엇을 어떤 식으로 공부하든 말든 자유롭게 선택 하도록 한다. 예컨대 영어, 제2외국어, 한자, ㅇㅇ 등을 배우든 말든 영어로 전과목 공부를 하든, 영어로 전과목의 50%만 공부하든 말든 한자를 가르쳐야 한다, 아니 한글을 전용해야 한다고 권면할 수는 있다. 영어 공부도 마찬가지. 하지만 남이 원하지 않는데, 자기 의견을 남에게 강요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피아노와 바이얼린 조기교육에 대해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강요할 필요 없는 것과 같다. 배우고 싶은 자는 배우고, 배우기 싫으면 말고, 가르치고 싶으면 가르치고, 싫으면 말고 공동체 유지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무엇이든 남에게 강요해서는 안된다. 각자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 초등학교는 자기 동네에 있는 학교를 다니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단 다른 동네의 학교에 빈자리가 있으면, 지원할 수 있다. 중, 고등학교는 아무데나 지원한다. 각 학교가 치르는 시험을 거쳐 입학한다. 무슨 시험을 어떤 방식으로 시행하든 학교가 알아서 한다. 여기서 학교란 지자체(교장이 권한을 대행) 혹은 사립학교 재단(교장이 대행)을 말한다.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는 신입생을 각자 원하는 방식으로 선발한다. 영어잘하는 사람을 우대하든 한자 공부 많이 한 사람을 우대하든 각자 알아서 한다. (단, 현재 우리 사회는 전반적으로 푹 썩었다. 학교도 교사도 믿을 수 없다. 그래서 학교 혹은 교사가 입학과 관련하여 어떤 기준을 어기고 부정을 저지르는 일이 발생하지 못하도록 엄격하게 조치한다. 단, 언젠가 신뢰사회가 되면 미국식으로 입학사정관 재량에 맡겨도 되겠지만.) 초중고 별로 필수적인 과정은 꼭 개설하되, 각학교별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한다. 예: 영어, 제2외국어, 한자; 전과목 영어로 학습, 혹은 50% 영어로 학습; 우열반 운영, 보충수업, 야간학습, 주말학습 등의 운영 등 이상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학생(학부모)도 자기 마음대로, 학교도 자기 마음대로 하게 하는 것이다. 싫으면 만나지 않는다. 만났다가도 헤어진다. 3) 학교와 교사: 학교는 교사로 하여금 학교가 원하는 방식으로 가르치도록 요구할 수 있다. 당연한 것이지만. 예: 수학을 가르치되 영어로 가르치라는 등. 교사도 자기가 가르치고 싶은 방식으로 가르친다. 자기 몸뚱이이니까. 예: 수학을 가르치되 국어로만 가르치겠다는 등. 단 학교와 교사 간에 교육방식 혹은 기타 조건에 대해 합의가 없으면, 교사가 보따리 싸고 학교를 떠난다. 교사는 자기가 원하는 모습의 학교를 세우든, 학원을 차리든, 학원 강사를 하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한다. 자기 몸뚱이니까 자기 마음대로 한다. 물론 학교와 교사 간에 약속한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지켜야 한다. 이상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학교와 교사로 하여금 각자 원하는 방식대로 하게 한다. 싫으면 만나지 않는다. 만났다가도 헤어진다. 부자간에도 의절하고, 부부간에도 이혼하는데... 생각이 다르면 헤어지는 것이 마땅하다. 다시 말하자면 양자간의 자유로운 계약에 의해 가르치든 말든 하게 한다. 4) 학원: 학원 활동을 최대한 허용한다. 학생이 배우겠다는데, 부모가 자식을 제돈 들여 가르치겠다는데, 학원선생이 가르치고 돈벌어 먹고 살겠다는데, 정부가 끼어들어 이것은 되고 저것은 안되고,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고 우습다. 정부는, 나라를 지키고 도둑을 잡는 일에 충실해야 한다. 5) 정부의 지원금: 기본 과목에 대한 일제고사를 실시하여 성적이 낮으면 보조금을 삭감한다. 월급 또는 보너스를 삭감한다. 또 지나치게 낮으면, 교장 및/또는 교사를 해고한다. 정부가 바라는 어떤 목적이 있으면 그것을 제시하고, 순응하는 학교에 지원금을 주어도 좋다. 6) 성적표 학생이 배운 학과목과 성적을 사실대로 자세히 기록한다. 교육기관(학교)의 특성도 자세히 기록한다. 제안을 마치면서... 이상은 본인의 아이디어일 뿐이다. <심야학습금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신중섭 (2009-07-20) 교과부는 심야학원강습을 단속하기 위해 학원신고포상금제도(일명 학파라치제도)를 도입했다. 학파라치제도로 학원들이 몸을 사리겠지만, 심야학습금지가 사교육비 절감에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그리고 이 제도는 국가가 동료시민의 고발을 부추기고, 정당한 교육행위를 범법행위로 단속하고, 헌법에서 보장하는 영업자유 원칙을 침해하는 등의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그 동안 사교육 대책은 수없이 시도돼 왔지만 매번 실패해 왔다. 이제 정부도 이 사실을 인정하고 사교육에 대해 손을 떼야 한다. 그리고 공교육의 질을 개선하는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7월 6일 교육과학부는 과다 수강료, 심야 학원 강습을 적발하기 위한 ＇학원신고포상금제’를 도입했다. 부산시 교육청은 15일 부산지역 학원들을 기습 단속하여 교습시간을 위반한 학원 11곳과 교습소 4곳을 적발했다. 교육청은 직원 210명을 투입하여 오후 10시 30분부터 다음날 1시까지 학원 밀집지역 1천 353곳의 학원과 교습소를 점검했다. 부산에서는 초등학생과 중학생은 오후 10까지, 고등학생은 오후 11시까지만 교습을 할 수 있다. 부산과 달리 서울은 초ㆍ중ㆍ고교생에 대해 ＇밤 10시 이후 심야수업 금지’ 규정을 지켜야 한다. 심야학습금지, 사교육비 감소 효과 불확실 시도 교육청들은 수강료 초과 징수, 교습시간 위반, 학원·교습소 신고의무 위반, 개인과외교습자 신고의무 위반을 단속하였다. 지금 시행되고 있는 ＇학파라치제(학원 불법 영업 신고 포상금제)’라는 듣기조차 민망한 어처구니없는 제도는 당분간 위력을 발휘할지 모른다. 학파라치가 활동하는 한 학원들은 몸을 사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심야학습 금지가 사교육비를 줄이는데 얼마나 기여할지는 불확실하다. 설사 학파라치제 덕분에 심야학습 금지가 실효를 거둔다고 할지라도 이 제도는 삼중으로 잘못되었다. 이 제도의 첫 번째 문제는 시민이 동료 시민의 행위를 고발하도록 국가가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문제는 교육 행위를 마치 범법 행위처럼 국가가 단속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세 번째 문제는 학원의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있어 헌법에서 보장하는 영업의 자유 원칙을 침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원이 단속대상이라고 하지만 대상은 학원 건물이 아니라 공부하는 어린 학생과 학원 강사들이다. 배우는 행위를 장소와 시간이 어긋났다는 이유로 그것이 공권력의 단속 대상이라는 것을 어린 학생들에게 합리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자신의 행위가 범법 행위를 조장하고 그로 말미암아 자신이 공부하고 있던 장소를 운영한 사람들이 처벌 받는다는 것을 납득시키기란 더더욱 어렵다. 더구나 밤 10시 이후에 이루어진 행위만 처벌 대상이라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지금까지 아무 문제가 없었던 행위를 어느 날부터 갑자기 위법으로 몰아 단속하는 국가를 누가 신뢰하겠는가. 동일 행위를 밤 10시라는 임의적인 시간을 기준으로 합법과 위법으로 나누는 법은 시민들에게 존중받을 수 없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패착 중의 패착이다. 파퓰리즘에서 나온 학파라치제도 이런 난대 없는 패착이 왜 나왔을까? 이것은 정부의 역할을 줄이고 시장의 역할을 늘리며, 급격하게 증가한 세금을 내리고 부당한 기업에 대한 규제를 줄여 경제 성장의 기반을 다지겠다던 현 정부가 초심을 버리고 거리의 인파와 함성에 놀라 ＇근원적 처방’은 고려하지 않고 ＇중도 강화’를 표방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정부여당은 연속적으로 ＇사교육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어떤 대책은 실제로 시행되었거나 시행될 예정이고 어떤 대책은 논의 단계에서 사라지기도 하였다. 지난 6월 26일 한나라당 싱크탱크인 여의도 연구소가 주최한 ＇중산층과 서민경제를 위협하는 사교육과의 전쟁에서 어떻게 이길 것인가’란 토론회에서 사교육비 경감 7대 대책을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대책에는 고입·대입 학원 교습 시간제한, 교원평가 제도화, 예체능 특성화 학교 확대, 방과 후 영어 무상교육 추진, EBSi 초ㆍ중학교 학습 지원 전면 확충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은 여러 가지 비판에 직면해 있으며 그 비판을 뚫고 살아남아 실제 시행될지는 지금 상황으로는 판단하기 어렵다. 이 가운데 학원 교습 시간제한은 정치권에서 강하게 주장하고 나왔다. 사실상 이 토론회를 주도한 한나라당 한 의원은 “이명박 정부가 자율을 주장하는데 왜 (학원) 규제를 하려고 하느냐고 하는데 그건 도그마”라며 “필요하면 규제를 해야 한다”고 했다. “학원 교습 시간은 그간 시ㆍ도 조례로 규제해 왔는데 그게 허울뿐인 규제였다”고 하면서, “시ㆍ도에 맡겨선 안 되니 중앙정부에 맡겨 더 강하게 (규제)하겠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심야학원 금지 입법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대두되면서 입법을 통한 금지는 주춤하고 있는 상태이다. 하지만 지금 이명박 정부의 교육 정책의 기조가 바뀌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 정책 기조는 ＇자율과 경쟁’이었다. ＇자율과 경쟁’을 교육 정책 기조로 채택한 이유는 공교육을 살리고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함이었다. 사교육비 절감이 교육정책 목적이 되어서는 안돼 그러나 최근에는 교육을 서민 경제생활의 관점에서 바라보면서 ＇자율과 경쟁’은 퇴색되고 말았다. 서민계층의 허리를 휘게 하는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는 방책을 모색하는 것에 정부가 무관심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방책은 실효성이 있고, 그것보다 더 소중한 사회적 가치에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정부의 정책이나 제도가 바람직한 것인가’라는 제도 자체에 대한 윤리적 정당성과 그 제도가 실제로 성공하여 원했던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가를 검토해야 한다. 사교육비 절감이 교육 정책의 목적이 될 수는 없다. 좋은 교육 정책이 시행되어 사교육비가 절감된다면 그보다 더 다행스러운 일은 없겠지만, 사교육비 절감 자체가 교육 정책의 일차적인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교육의 목적은 학생들이 올바르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하고 그렇게 하려면 학교의 다양화와 수월성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자율과 경쟁이다. 자율은 그것 자체로서 도덕적 가치를 지니고 있지만,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수단으로서도 유용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는 정치ㆍ경제ㆍ사회적 이유를 내세워 교육에서 자율을 유보하고 규제와 통제로 돌아섰다. 사교육을 줄이기 위한 교육 정책 변경과 규제와 통제는 과거 10년의 정부뿐만 아니라 이념적 성향에 관계없이 그 이전의 정부도 무수히 수행해 왔다. 가장 강력한 공권력을 가졌던 80년대 초반에는 과외 금지를 단행하기도 하였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사교육을 줄이고 교육 평등화를 실현하기 위해 온갖 정책과 통제를 도입한 이전 정부 가운데 성공한 경우는 거의 없다. 정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연도별 사교육비 지출 규모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문화일보 월 24일자에 의하면 사교육비 지출은 2001년에 10조 6,634억원이던 것이 2008년에는 20조 9,095억원으로 늘어났다. 공식적인 조사 과정에 포함되지 않은 ＇음성적’ 교육비를 합치면 사교육비 규모는 2배 이상이 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전국 입시ㆍ보습학원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공교육 질을 개선하는 것 이제 우리는 “어떤 대책으로도 사교육을 잡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어떤 정부의 대책도 사교육의 끈질긴 생명력을 약화시킬 수 없다. 사교육 번성의 원인은 정부의 잘못된 제도 설계가 아니라 자유주의 사회에서 정부의 힘으로 절대로 통제할 수 없는 다른 어떤 요소에서 나온 것이다. 그 가운데 하나가 남보다 좋은 교육, 더 많은 교육을 받아 좋은 상급학교에 진학하고 남보다 성공하려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열망이다. 이외에도 우리 사회에만 존재하는 고유한 문화적 특성 때문에 사교육이 나온 것이다. 따라서 이런 문화와 사교육에 대해서 정부는 무력할 수밖에 없다. 사교육에 대해 백전백패를 거듭해온 정부는 이제 사교육의 특성을 인정하고 그것과 전쟁을 멈출 때가 되었다. 모든 전쟁이 수많은 사상자를 남기듯이 정부의 사교육과의 전쟁도 많은 부작용을 낳는다. 수많은 수험생들을 혼란으로 몰고 갈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정신 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뿐만 아니라 교육 영역에서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만을 초래함으로써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잠식한다. 사교육에 대한 대책은 없다. 사교육을 일거에 퇴치할 수 있는 백신은 없다. 다만 교육에 대한 시민의 열망이 잦아들고, 올바른 교육이 무엇인가에 대한 의식의 전환이 이루어져 시민들이 스스로 사교육에서 물러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사교육은 단순히 교육의 문제를 넘어 우리 문화와 사회의 특성에서 나온 것이다. 교육이 터 잡고 있는 사회적 환경과 시민의 의식이 변하지 않는 한 사교육은 퇴치될 수 없다. 사교육에 대해 정부가 손을 놓은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만, 이는 아마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의 역할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우선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사교육의 원인에 대한 사실적 관계를 좀 더 선명하게 밝혀 사교육의 근본 원인이 정부의 정책적 오류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시민들에게 설득해야 한다. 사교육의 원인이 교육제도의 구조적 모순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욕구와 심성에서 나왔다는 것을 밝혀주어야 한다. 나아가 여력이 있다면 사교육으로부터 소외된 교육부분에서의 약자들에게 기회를 찾아주기 위해 정부가 담당하고 있는 공교육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다. 사교육과 경쟁하여 공교육의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공교육 자체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 정부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공교육을 운영하고 감독하는 정부는 주어진 자원을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하여 시민들이 조금이라도 더 만족할 수 있는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국민의 세금으로 먹고사는 공직자들의 책무이다. 신중섭 / 강원대 윤리교육과 교수 저자소개: 신중섭 교수는 고려대학교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강원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포퍼의 열린사회와 그 적들’, ＇논쟁과 철학’, ＇전교조의 이념과 운동 비판’ 외 다수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