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의 주사파 비판은 기회주의적이다 2009-07-05 764 유은선 흔히 진중권에 대해 알고 있기로 좌파내에서 주사파와 북한체제를 비판하는 몇 안되는 보기드문 사람쯤으로 알고 있으나, 그 실체를 파헤쳐보면 이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는 뜻밖의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물론 진중권이 적극적인 주사파 비판으로 화제가 되었던 적도 있다. 그 첫 번째는 2천년대 초반 민주노동당 창당 초창기였고, 두 번째는 지난 2007년 대선 직후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분당의 길을 가던 그 시기였다. 특히 민노당 창당 초창기인 2001-02년 경엔 진중권은 무엇보다 민주노동당 게시판에서 적극적으로 주사파 성향 네티즌들과 논쟁을 펼치기도 하여 인터넷상에서 적잖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마 그때, 민노당 지지자중에도 이런 인물이 있었나 하고 진중권에 대해 놀라거나 다시 보게 된 네티즌도 적잖았을 것이다. 확실히 필자도 그 당시 주사파와 적극적으로 논쟁을 벌이며 그네들의 행태를 비판하는 진중권에 놀랐다. 당시 민노당 게시판내에서 뜨거운 논란이 되었던 것중 하나가 북한의 아리랑 축전 행사 참가문제였는데, 이때 진중권이 한 발언중 ‘ 그거 (아리랑 축전) 보러 갈 돈 있는 사람들은 차라리 공기업 민영화 반대 시위 벌이는 동지들한테 라면이나 한박스 사다줘라 ’ 고 한 말은 내 기억에도 아직까지 인상깊게 남아있다. - 아리랑 축전은 그 행사 성격 자체도 문제지만, 특히 민노당 게시판에서 논란이 되었던 문제는 행사 참가비용이 너무 비싸다는 점이었었다. 한편 2003년 진중권은 민노당내 반 주사파 성향 네티즌들을 규합 ‘ 진보누리 ’ 란 사이트를 결성했고, 한동안 진중권은 이 사이트를 주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언제부터인가 소리소문 없이 진중권은 진보누리에서 사라졌고 대신 진보누리는 반 주사파 성향의 좌파 네티즌들과 그 외 이런저런 정치에 관심있는 온갖 성향 네티즌들이 욱시글 거리는 놀이터로 변질되어 갔다. 그래서 진보누리는 한때 ‘ 진보누리가 한나라 누리로 바뀌었다 ’ 는 비아냥을 듣기까지 했다. 한편 노무현 정권 초창기엔 특히 이라크 파병 문제에 관해서 진중권은 누구보다도 날선 비판을 했었다. 허나 그러던 진중권은 민주당-열우당 분당 과정에서 언제부터인가 열우당 분당파를 지지하는듯한 발언을 하기 시작하더니 노무현 정권에 대한 비판은 점차 사라져갔다. 대신 이후 노무현 정권하에서 진중권은 EBS에서 미학강의를 하기도 하고 SBS의 라디오 프로 진행을 맡기도 하고 논술교재를 출판하기도 하는등, 한마디로 노 정권 내에서 386 파워엘리트 그룹의 확실한 수혜자중 한 사람이 되어갔다. 그리고 참으로 절묘하게도 진중권은 노정권의 과실을 따먹기 시작하면서부터 북한과 주사파 문제에 대해선 일절 비판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5년간 철저히 북한과 주사파 문제에 대해선 침묵하던 진중권이 두 번째 주사파 비판을 늘어놓기 시작한 것은 2007년 대선 직후. 바로 민노당 간첩단 사건에 연루된 인사가 민노당 당원들의 신상명세를 북한측에 넘긴일이 드러나면서 본격적으로 NL-PD 간의 갈등이 심화되었고 결국 반 주사파가 민노당을 탈당 진보신당을 창당했던 그 무렵이었다. 이때 진중권은 5년만에 다시 각종 매체를 통해 적극적으로 주사파의 행태를 비판, 누가봐도 명백한 반 주사파 좌파 지식인으로 보이게끔 자신의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헌데 재미있는 사실은 막상 진보신당이 창당되고 난 이후 진중권은 다시 주사파와 북한체제 비판에 입을 다물었다는 점이다. 물론 지난해에는 광우병 정국이란 뜨거운 국내 이슈가 있었고, 무엇보다 진중권은 그 당시 진보신당 칼라 TV 리포터로 활동하며 촛불시위의 구체적인 상황을 중계하는등 그쪽에 잔뜩 관심을 기울이고 있던 탓도 있겠지만, 그 무렵 금강산 피격사건도 있었고 북한 핵실험, 미사일 발사 문제, 개성공단 근로자 억류사건, 미 여기자 북한 억류사건, 또 근래의 북한의 3대 세습이 확실시 되는 상황과 이 정국과 맞물려 벌어진 미사일 발사 소동등 북한관련 이슈도 수도없이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중권은 이런 문제들에 대해선 일절 침묵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7월 있었던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과 관련해선 진중권이 진보신당 게시판에 7월 11일 ‘ 금강산 민간인 피격 ’ 이란 제목의 글을 올린바 있다. 허나 이 글의 요지는 뜻밖에도 과잉대응한 북한군도 문제지만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현대나 이명박 정권도 문제라는 양비론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나서 다시한번 진중권이 북한 문제에 대해 언급한 글들을 찾아보니, 뜻밖에도 이중 상당수가 양비론, 즉 북한도 문제지만 남한이나 미국도 문제라는 바로 진보좌파진영의 전형적인 태도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북한의 미사일 발사 문제에 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채 오히려 ‘ 북한인 미사일 쏘지만 우린 나무를 심는다 ’ 는 이명박의 발언을 지적 비아냥 거리는 낙서글 하나를 올리는등. 확실히 진중권의 북한문제에 관한 게시물의 상당수는 양비론이거나 오히려 이명박 정권이나 한나라당, 보수진영을 비판하거나 비아냥거리는데 더 무게를 두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양비론이란게 사실 얼마나 얄미운 소리인지 알만한 사람은 다 알것이다. 마치 때리는 시어미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얄미운 것 처럼. 저쪽도 나쁘지만, 우리도 문제라는 식의 태도는 어떻게든 문제의 본질에서 발을 빼보려는 기회주의적인 태도거나 어찌보면 오히려 이쪽에 더 문제가 있다는 듯한 인상을 주는 그런게 양비론이다. 대체 어떻게 해서 이런 사람이 지금까지 북한체제와 주사파를 비판하는 대표적인 좌파 지식인으로 알려져 온 것인지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 하긴 2천년대 초창기엔 민주노동당 게시판에서 공개적으로 뜨겁게 주사파를 비판하던 전력이 있긴 하니,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진씨가 주사파를 적극적으로 비판했던건 민노당 내에서 자신의 정치적 활동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전술적 차원의 행보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확실히 그 무렵 진중권은 반 주사파 성향 민노당 지지자들로부터 열화와 같은 지지와 성원을 받았고, 그 여세를 몰아 진보누리란 사이트를 만들기까지 했다. 그러나 진중권은 얼마가지 않아 진보누리를 버렸다. 한마디로 자기가 낳은 자식 내팽개치고 달아나 노무현 품에 안겼던 것이다. 사실 이제야 하는 말이지만 최소한 진보누리의 논객들은 진중권 같은 양비론적 입장은 취하지 않는다. 찔레꽃,평검사,한그루,부리,졸려,박재혁 같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한 진보누리의 반 주사파 성향 논객들은 그 당시 북한체제나 주사파에 관한 문제에 대해선 누구보다도 날선 칼날을 들이댔던 사람들이다. 따지고보면 변희재보담도 백배 이상 듣보잡 논객인 이런 이들이 오히려 진중권과는 비교도 안되는 훨씬 양심적인 좌파 지식인들이다. 차라리 주사파중 골수분자들은 솔직한 면이라도 있다. 그네들은 누가 김일성 부자나 북한체제를 비판하기라도 하면 곧바로 발끈하여 칼을 빼며 자신들의 주군(=북한정권)을 결사옹위한다. 그러나 자신의 정치적 입지 확보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그 누구보다도 주사파를 향해 날선 비판을 가하다가도 자신의 출세에 혹여 지장을 주지 않을까 생각되면 북한문제에 대해선 발을 빼거나 양비론적 입장을 취하는. 그것이 북한체제를 비판하는 대표적인 양심적 좌파 지식인으로 알려진 진중권의 실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