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반박일뿐 2009-06-29 441 인문학도 역시나 똑같은 오류를 반복하고 계시군요. 수용자에 의한 텍스트의 활용이라는 건 inter-active의 문제지 수용자에 의한 일방적인 오독을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텍스트라는 media를 통해서 생산자와 수용자가 대화를 주고받는다는 개념이지, 텍스트의 일부 구문을 슬쩍 들고 와서 생산자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끌고 나가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이죠. 텍스트의 배경에 깔린 생산자의 사유는 도외시한 채 수용자의 생각에 따라서 텍스트를 재단하는 방식을 두고 후기철학에서는 트리비얼리즘이라고 명명합니다. 굳이 번역한다면, '속물주의' 정도가 되겠지요. 스피박인지 조롱박인지 읽어도 내용도 모르겠고, 어째서 인도의 경우를 통해서 우리를 봐야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셨다면 딱 그 정도의 수준이시라는 겁니다. 포스트 모더니즘이 내재하고 있는 또 다른 형태의 서구 근원주의, 즉 모더니즘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또다른 형태의 모더니티를 생산해낸다는 반-후기적 사유에 대해서는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뜻이죠. 스피박이 주목받았던 것은 그러한 점을 인도라는 제3세계적 입장에서 구체화시켰기 때문입니다. 바디유 역시 데리다-가타리의 탈근대성에 대한 비판적 읽기에서 자신의 사유를 출발시키고 있다는 점도 고려를 해두시는 게 좋겠죠. 전문적으로 공부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해서 자기가 읽은 내용에 대해 자기 멋대로 말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지는 건 아닙니다. 더군다나 그런 '자유'를 도구로 해서 자신과 다른 주장을 비판한다면 응당 그에 대한 '사용료'가 지불되는 건 당연한 거지요. 이건 프로냐 아마추어냐의 문제를 벗어나는 사항입니다. 바디유가 되었든 스피박이 되었든 그저 읽은 것은 단지 '지식'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한 지식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고민하고 또 고민하며, 자신이 사용한 방식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는 것을 두고 '지성(知性)'이라고 이야기를 하지요. 지식의 과시와 지성의 활동은 겉보기에는 얼추 비슷해보일 지 모르지만, 그 속성은 전혀 다른 것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