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가 끼어든 것은 맞'읍'니다 2008-07-26 814 인문학도 촛불집회 이후 진보계열 단체들이 끼어든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선후관계죠. 엄밀하게 따지면 먼저 중고생들에 의한 촛불집회가 있었고, 여기에 청/중년층들이 끼어들면서 규모가 커지자 여기에 놀란(?) 진보좌파들이 뒤늦게 촛불집회에 명함을 들이밀기 시작했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그나마도 진중권이라는 한 개인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환영받지도 못했죠. 촛불집회 초기에 다함께(舊민노당 학생실천연대)가 80년대식 시위 주도를 노리다가 시민들에게 뭇매를 맞은 것이나, 대책위가 자꾸만 문화제 형식으로 집회를 몰고 가서 '모금함 때문에 저러는 거 아니냐'는 비난을 들은 것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정리하자면 실제로 판을 짠 것은 오히려 일반 시민들이고, 여기에 진보좌파단체들이 뒤늦게 숟가락을 올려놓은 형국인 것이지요. 좌파세력에 의한 선동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좌파가 선동당했다(?)는 분석이 더 정확할 겁니다. 뭐,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리존 같은 우파 웹진이나 조갑제 씨 같은 우파 논객들은 아직도 좌파배후세력설을 놓고 싶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군요. 하긴 그동안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온 프레임이니 포기하기 힘든 게 당연하긴 하겠습니다. 그러나 그 '전가의 보도'가 지녔던 위력이 이번 사태에서는 오히려 독이 되는 듯 싶군요. 좌파배후세력선동설을 주장하든 말든 그것은 본인의 자유겠지만, 문제는 이러한 '잘못된 분석'이 향후 보수우파 스스로를 늪으로 끌고 들어갈 족쇄가 되리라는 점입니다. 대한민국에서는 좌파든 우파든 일반 시민들에게 외면을 당해서는 결코 살아남을 수가 없지요. 그리고 유모차를 끌고 나온 부모들이나 피켓 든 여고생들을 전문데모꾼 내지는 배후선동에 휘둘린 우중(愚衆)으로 표현한 것은 우파 쪽의 논리였습니다. 이제 그 역풍을 맞을 준비를 해야겠지요. 일반 시민들은 좌파도 우파도 아닙니다만, '적의 적은 친구'라는 논리가 지금 시민들과 진보좌파 단체들을 '연합군'으로 만든 형국입니다. 그리고 그 '적'이 누구인지는 안봐도 뻔하겠죠. 이에 대해서조차도 우파에서는 좌파배후세력이 선동해서 우파를 적으로 몰았다, 라고 주장하겠지만, 사태의 선후관계를 생각해보면 이러한 구도는 우파가 자초한 것입니다. 촛불집회 초창기에 시민들을 좌파데모꾼으로 모는 '뻘짓'만 안했어도 좌파가 시민들과 연합군을 형성하는 일은 방지할 수 있었을 겁니다. 대선과 총선에서의 압승에 대한 도취감이 혜안을 흐리게 한 것일까요? 너무나 자명한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에 대해 역풍을 얻어맞게 되는 시점에는 후회해봐야 이미 때는 늦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