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가 불법이라고 해서 모든 것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2008-08-01 1450 성찰. 1. 합법적인 시위가 아니기 때문에 과격진압이 문제되지 않는다. 모든 사안에는 비례성의 원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불법시위라고 해서 '과도한' 진압이 정당하지는 않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보지요. 집에 도둑이 들었습니다. 단순절도범이 무장하지도 않은 채 달아나는 와중 이를 총으로 쏘아 죽인다고 합시다. 과연 이것이 합법적인 공권력의 집행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쇠파이프를 들고 경찰을 두드려패고 화염병을 던진다면 이런 진압 저도 이해하겠습니다. 인도에서 항의하는 시민을 방패날로 찍고 인도 위에까지 올라와 시민들을 위협합니다. 진압 들어오자 자리를 피하는 시민을 몽둥이로 그것도 뒷머리를 가격하는게 과연 온당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쇠파이프를 휘두른 사람은 따로 있는데도 말이죠. 술취하신 분이 경찰에 안기자 곤봉세례를 받으셨다고요. 지금 한국의 경찰은 술취한 분이 계시는 그 주변은 모조리 때려잡고 있습니다. 시국미사에 참여하러 시청에 가는 길에 어떤 아저씨 한분이 길거리에 나와 담배를 피고 이것을 땅에 던지는 전경에게 한마디를 했다고 바로 연행해 가더군요. (제가 그자리를 지나가다가 목격한 상황입니다.) 사람들이 몰려와서 항의하자 얼마 후에 풀려나왔습니다. 항상 그러지는 않는다고 하실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지금 한국의 경찰은 이런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위의 글에서도 밝혔지만 국가 공권력의 행사는 최소한도로 유지해야 합니다. 그래야 불특정 시민의 안전도 같이 보장할 수 있겠지요. 글로벌 스탠다드를 외치면서 한편으로는 인권과 시민적 권리를 경시하고 시위대를 잠재적인 범죄자 및 적대집단으로 대하는 것은 사태를 잠재울 수도 없을 뿐더러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참고로 재협상을 한 이후 30일 조선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6월 28일 19세 이상 성인 1천13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최근 촛불시위 중 발생하고 있는 도로점거나 폭력행위에 대한 경찰의 대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3.8%가 “과잉진압하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63%가 재협상 결과에 대해 불만족스럽다고 답한 바 있습니다. 2. 제가 다른 글에서 밝혔듯이, 개인적으로는 미국의 쇠고기가 광우병 확률이 낮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를 다루는 미국의 도축 시스템이 충분히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반대를 하는 것입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상황은 정상적인 대의제의 작동 기제가 거의 실종된 상태입니다. (애초에 대의제가 제대로 작동했더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도 않았겠지요. 경제를 제대로 살리라고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선택한 것이지 심도있는 검토도 없이 졸속협상하라고 지지한 것이 아닌 것임은 구경꾼 님도 잘 아시리라고 생각합니다.)쇠고기 사태가 시작된 5월부터 7월 말까지, 많게는 10만명정도, 적으면 몇천명이라도 거의 매일 정부의 쇠고기 수입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혔습니다. 아무리 어림잡아도 누적인원으로 50에서 100만명 정도가 거리로 나와 정책에 대한 반대의사를 표시한다면, 정상적인 정부라면 이들의 의견을 존중해줄 책임성이 있습니다. 미국에서 만약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가정해본다면, 아마도 부시는 이들과 대화하고 설령 이들의 주장이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할 지라도 어느정도의 납득할 만한 타협점을 제시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금 한국의 정부는 여론의 눈치만 살피면서, 그것도 친박연대의 복당 허용과 독도문제 대응, 사람들의 촛불집회에 대한 피로감 등으로 기세가 잠잠해지고 전통적 지지층이 결집하는 듯 보이자 촛불에 대해 대화와 타협은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경찰력으로 찍어누르기만을 시도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문제는 이런 정부의 대응이 전혀 효과적이지도 않을 뿐더러, 이런다고 해서 잠재적인 불만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며 오히려 다른 정부 정책에 대한 반감으로 전화될 뿐이라는 점입니다. 더욱이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정부의 정책과 집행 과정에 있어서의 밀어붙이기식 스타일이, 정부의 나머지 정책들에 있어서 더욱 심각한 저항을 낳을수도 있다라는 점에 있습니다. 사회적인 조율과 대화라는 민주적인 절차가 결여된 채, 자신에 대한 정책에 대한 반대를 무조건 경찰력으로 찍어누른다면 사회는 점차 파시즘적인, 극도로 경직된 유형으로 원치않게 변화하게 될 것이라는 데에 있습니다. 대운하라던지, 아니면 공기업 민영화, 건강보험과 교육문제 등, 사회구조의 거시적인 변화를 주도하는 정책의제에 대해 정부가 이해관계자와 대다수의 국민들과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의견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정부 내의 기술관료와 일부의 지지층, 그리고 거수기로 전락해버린 듯한 거대여당을 통해 대다수 국민들의 의사와 상관 없이 강행된다면, 그리고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에 대한 검/경을 동원한 위협과 탄압을 일상화한다면, 언론들은 이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권 흠집내기 및 정권 타도, 지난 '잃어버린 10년'동안 한나라당과 보수세력이 너무나도 잘 보여주었습니다.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인식으로 이유있는 비판도 외면한다면, 그 결과는 일어버린 10년이 아니라 악몽의 5년이 될 듯 합니다. 구경꾼님의 글 ------------------------------------ 이글이 또 어디에 가서 붙을지 몰라 제목을 성찰님 것 그데로 사용했습니다. 이번 글에서 성찰님과 저의 생각은 크게 두가지가 다르군요. 1.경찰과 시위대에게 공평한 법집행이 이루어져야한다. 이론상 당연합니다. 법은 만인 앞에 공평해야 한다는 누구나 들었었고 지극히 상식적인 말이 있지요. 그러나 경찰이 평화적으로 집회를 갖고 정말 순하디 순하게 시위를 하는데 폭력을 행사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저는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결국 폭력 시위대를 두둔하기 위해 이런 저런 말들을 만들고 찾아내어 경찰의 과격 진압만을 문제 삼는다고 봅니다. 대낮에 합법적 시위를 하는 시위대에게 경찰이 강경 진압했습니까? 그럼 법집행이 공평하지 못했다는데 동의합니다. 이러한 경찰의 법 집행에 대해 얘기를 할때 미국을 예로 드는 사람들 많이 보셨지요? 저도 미국에 삽니다만 여기서는 야간 집회는 꿈도 못 꿉니다. 꿈도 못 꿀 뿐만 아니라 시위의 효과가 없습니다. 오고 가는 사람들이 적기 때문에 시위를 보이고 시위의 의도를 남에게 알리고자 하는 시위 자체에 대한 효과를 거둘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시위가 아니라 일반 집에서도 밤 10시가 넘으면 우리 집에서 나는 소리가 다른 집에 들릴까 조심해야 합니다. 그 소음이 다른 집에게 괴로움이라면 누군가의 신고를 받고 경찰이 당장 와서 시정 명령을 합니다. 그리고 경찰에게 쇠파이프를 휘두른다는 것은 ＇나에게 어서 총을 쏴줘＇ 하는 자살 행위입니다. 아니 쇠파이프가 아니라 경찰에게 위협적인 행위만 해도 경찰의 총에 맞을 수도 있습니다. 이곳 뉴스 시간에 한번 본적이 있는 그림은 경찰의 호위를 받고 하는시위대 중에 술에 취한 사람이 실수인지 고의 인지는 알 수 없지만 경찰에게 안기다가 경찰 곤봉에 맞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이문제는 법의 공평한 집행을 논할 만한 근거가 부족합니다. 합법적 시위를 하는 시위대에 대한 강경 진압이 아니니까요. 2.시민 불복종 현재 서울 한 복판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법 폭력 시위가 과연 시민 불복종을 내세울 만한 이유를 가지고 있을까 납득할 수가 없습니다. 미국산 쇠고기가 설사 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시민 불복종을 붙일 만한 시위를 해야 한다는데는 이해를 할 수가 없습니다. 시민 불복종에 대해서 써보려니깐 머릿 속에서만 돌고 돌아 손끝에 전해지지가 않습니다. 이번 시위는 표면적으로 보면 쇠고기 파동이지만 내면에는 이명박 정권 흠집내기 또는 정권 타도라고 봅니다. 더 깊이 보면 시위 주체의 일부는 ＇체제 전복＇을 꿈꾸는 무리들도 있습니다. 이 두 세력의 현재 눈앞에 있는 공동 목표는 이명박정권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것이기에 과거 중국의 ＇국공합작＇이 생각납니다. 파란 구경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