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미한 에스컬레이션 2008-08-04 636 인문학도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현 정권이 공권력의 기본 성격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지를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까지도 80년대 군사독재정권 시절의 공폭력(public violence)을 공권력으로 착각하고 이를 집행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죠. 말하자면 과도한 물리력 집행으로 시위대와 경찰 사이의 폭력 수위를 점차 높여가는 것인데, 이는 시위대와 정부 사이의 대립을 시위대와 경찰 사이의 대립으로 돌리려는 전형적인 꼼수입니다. 물론 효과적인 방법이기는 하지요. 전두환이 이 방법을 교묘하게 사용했던 덕분에 6월 항쟁이 끝나고 직선제 개헌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노태우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니까요. 하지만 이와 같은 방식을 남용하게 되면 법치주의의 질서 자체가 무너집니다. 아직까지도 80년대의 '공폭력' 집행 방식이 정당한 공권력 발동이라고 착각하시는 몇몇 분들이야 이것이 '본보기를 보여준다'는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주장하실 지 모르겠지만, 소위 이러한 '본보기'식 법 집행이 대한민국 사법 당국의 고질적인 병폐 가운데 하나라는 점은 익히 지적되어 온 바이지요. 한 사람이 저지른 범법행위에 대해서 비례의 원칙에 부합되는 수준 이상의 처벌을 부과하여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당장의 전시적인 효과는 누릴 수 있을지 모르나 법의 권위 자체는 실추되는 결과를 낳습니다. 더군다나 이러한 본보기식 법 집행을 보면서 가가대소하던 이들 가운데 어느 누가 나중에 똑같은 식으로 법의 '폭력' 앞에 희생을 당할지 모른다는 점에서 이러한 법 집행 방식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은 정말 크다고 하겠죠. 공권력을 공폭력으로 운용하고 있는 정권도 문제지만, 사실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행위를 일부 언론이 '교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일부 언론의 논조에 맞춰서 정부로 하여금 공폭력을 행사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드는 몇몇 지지세력의 잘못된 인식 체계도 한 몫을 하고 있지요. 자신과 반대되는 견해를 내놓는 사람들, 그네들이 소위 '좌파'라고 부르는 이들은 전부 때려잡아야 한다는 식의 파시즘적 사고가 공권력을 폭력의 장으로 내몰고 있는 것입니다. 법이란 특정 세력의 헤게모니 장악을 위해 사용되는 도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주도권 유지를 위해 법치주의의 원칙을 무너뜨리는 웃지 못할 상황이 지금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아이러니한 것은, 이런 주장을 펼치는 정부나 몇몇 논객들의 입에서 '법치주의의 확립'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