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희재 식 '음모론' 확대 재생산 2008-08-08 831 인문학도 (게시판에 올리신 글을 이곳으로 옮겼습니다. 이상돈 올림) --------------------------------------------------------- 음모론의 확대 재생산 인문학도 2008-08-08 변희재 씨의 글을 읽다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하나의 '아이디어'에 놀랄 만큼 집착하는 사람이구나. 이 글을 읽으면서 들었던 느낌이, 지난 100분 토론 당시 변희재 씨의 모습과 그대로 겹쳐진다면 그것은 참으로 재밌는 일일 것이다. 혹자는 이를 두고 '일관성'이라고 상찬할지 모르나, 나는 이를 두고 이렇게 눙쳐버린다. '순진한 고집'. 과거 100분 토론에 참석했을 당시 변희재 씨는 예의 '포탈 여론조작설'을 계속 내놓다가 네티즌들에게 비웃음을 산 일이 있다.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포탈이 여론을 조작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다음 커뮤니케이션의 경우 아고라에 올라오는 게시글을 사전에 검열하여 진보 진영에 유리한 글들만 사람들 눈에 잘 띄게 올려놓는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그리고 여기에 호응하기라도 하듯이 조선일보는 '아고라의 여론은 소수가 주도한다'는 기사를 기고했다. 물론, 이 기사 역시 네티즌들에 의해서 완벽한 '자살골'로 판명이 나버렸다. 조선일보가 지적한 그 '소수'란 다름아닌 좌빨, 촛불좀비, 노빠 등등의 발언을 담은 도뱃글로 아고라 네티즌들 사이에서 '알바'로 지칭되는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각설하고, 변희재 씨는 이 글에서도 똑같은 논리를 반복한다. 다만 주어가 바뀌었을 뿐이다. 조작의 주체는 이제는 포탈이 아니라 공중파 토론 프로그램이다. 100분 토론이 참여 패널들을 사전 심의해서 진보 진영에 유리하도록 조작한다는 것이다. 여태까지 100분 토론에 참석했던 보수(또는 친정부) 진영 패널들이 들으면 참으로 섭섭할만한 소리다. 한나라당 진성호 의원이나 뉴라이트 연합 임헌조 사무처장 같은 사람들은 보수 진영에서 나올 수 있는 패널로는 손색이 없는 사람들이다. 하물며 김종훈 본부장이나 나경원 의원 같은 경우는 어떠한가? 현재 대한민국 최대 정당인 한나라당의 대변인을 지낸 바 있으며, '주어가 없다'는 대한민국 사법부 역사에 길이 남을 명대사로 BBK소송에서 MB의 손을 들어준 이가 '보수 진영에 불리하게 선택된 패널'이라면 그야말로 보수 진영에서는 인재의 부족을 땅을 치며 한탄해야 할 것이다. (애석하게도, 진성호 의원이나 나경원 의원, 임헌조 처장, 김종훈 부장 등은 모두 이미 '열사'의 반열에 오른 바 있다...) 변희재 씨에게는 미안하게도, 보수 진영이 100분 토론에서 계속 밀릴 수밖에 없는 건 애초에 불리할 수밖에 없는 입장을 가지고서 토론에 임하기 때문이다. 토론은 논제에 따라서는 100% 질 수밖에 없는 입장에서 출발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것은 국민감정의 문제에 따라 갈라지기도 하고 (대표적인 것이 <디워>를 둘러싼 토론이었다), 혹은 사실 관계에 의해 승패가 갈릴 일이라서 토론 자체가 무의미한 경우가 많다. 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서 촉발된 여러 논제들에서 보수 진영은 이러한 두 개의 덫에 완벽하게 물린 격인데, 이런 상황에서는 손석희 아나운서가 보수 패널 쪽에 직접 참여해서 토론을 벌여도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 100분토론을 비롯한 공중파 토론 프로그램의 문제점을 지적하라면, 변희재 씨가 좋아하는 편파나 왜곡의 문제보다는 의제 설정 자체를 문제삼아야 옳다. 최근 공중파 토론 프로그램들이 의제를 설정해 온 방식은 단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사안을 고르는 데 치중했을 뿐, 이것이 토론이 될 수 있는지의 문제에 대해서는 제대로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토론은 처음부터 승패가 명확한 Turkey Shoot 방식으로 지리하게 진행되고, 그 와중에 누군가의 말실수나 사실관계에 의한 폭로 등으로 인해 대박이 터지면서 소위 '열사'라고 불리우는 인물들이 탄생할 뿐이다. 진성호 의원이 시민논객의 기습 질문에 당황해서 '네이버 평정설'을 시인해버린 것이 그 대표격일 텐데, 덕분에 진 의원은 NHN에 100억원 대의 피소를 당하는 지경에 처했다. 개인적으로 변희재 씨에게 충고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풀리지 않는 모든 문제에 대하여 '음모론'의 방식으로 풀어내려는 시도는 이제 좀 그만두라는 것이다. 원래 conspiracy라는 것이 항상 일정량의 진실과 거짓을 마구 뒤섞어놓고 있어서, 사실로 밝혀질 때에는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리지만 이러한 확인이 가능해질 때까지는 그저 '루머'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변 씨의 포탈 여론 조작설이나 100분토론 공정성 부족 등의 문제제기는 모두 이러한 음모론의 영역에 해당하는데, 이게 굳이 직역을 하니까 음모론이지, 사실은 요즘 정부가 즐겨쓰는 아주 좋은 의역 표현이 있다. 바로 '괴담'이다. 100분토론 괴담, 포털 괴담, 지금 변 씨가 늘어놓는 이야기의 상당수는 사실 관계 확인이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괴담'일 수밖에 없는 논리다. 그리고 이것은 지식인으로서의 변희재 씨 본인의 평가를 스스로 깎아먹는 짓이니 본인에게도 별반 도움될 바가 없으리라는 생각이다. 괴담이라는 건 조선시대 익명서마냥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들에 의해 떠돌아야 격이 맞는 것이지, 나름대로 한 직함까지 차지하고 있는 지식인이 자기 이름 내걸고서 괴담을 입에 담는 건 영 모양이 살아주지 않기 마련이다. Post Script 100분토론은 시민논객마저도 사전에 확인한다고 했는데, 그렇게 따진다면 변희재 씨야 말로 비난받아야 할 대상이 되겠습니다. 예전에 포탈 규제 관련 토론에 참석했을 때, 변희재 씨가 포탈의 문제점으로 지적한 것 중 하나가 특정인에 대한 인신공격이었죠 아마. 그리고 네이버에서 벌어졌던 어떤 사례에 대해서 꽤 장황하게 설명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로부터 몇분 후에 전화 통화에서 정부측 패널을 지지하는 견해를 내비쳤던 분, 그러니까 자기를 '피해자'라고 하면서 본인 입장을 늘어놓았던 분이 바로 변희재 씨가 사례로 들었던 그 사건의 당사자입니다. 그 당시 사건을 기억하고 있는 네티즌들은 금새 눈치를 챘죠. 만일 100분토론 제작진들이 진보 진영에 유리하도록 논객들을 사전 검열해서 배치한다면 아마도 변희재 씨의 주장을 완성시켜 줄만한 시민에게 전화를 연결시켜 주지는 않았을 겁니다. 이것이 단지 우연의 일치라고 한다면 변희재 씨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고, 이것이 어떠한 '조작'의 결과라면 오히려 변희재 씨가 정부측 패널에 유리하게 전화 연결 시민 선택에 압력을 가했다는 증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모르십니까? 자기 발등을 찍는 주장은 가급적 피하시는 게 좋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