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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주말극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를 보는 불편함

2010-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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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선

총 24부작으로 제작된 MBC 주말 드라마 (밤 9시 45분)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가 이번주 막을 내린다. 이 드라마는 만화가 고 박봉성님의 동명의 만화를 드라마로 각색한 것으로, 연재될 당시 젊은 층은 물론 3,40대 만화팬들에게도 꽤 인기였던 작품으로 알려져있다.

드라마의 주된 내용은 마이클 혹은 최강타로도 불리는 주인공은 25년전 의문의 방화사건으로 부모를 잃었고 이후 미국에 입양되었다. 그후 미국의 한 유력회사 투자고문이 되어 돌아오는데 실상 그 목적은 따로 있다. 바로 25년전 자신의 부모를 죽게한 네 사람을 찾아 복수를 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최강타는 마이클이란 미국이름 외에도 피터팬이란 또다른 닉네임으로 이중플레이를 펼치며 부모의 원수 네 사람을 옥죄어가며 하나하나 해치우려는 것이다.

실상 이 제목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는 매우 의미심장하다. 드라마에서 25년전 의문의 방화사건으로 최강타의 부모를 죽게한 4인방은 모두 현재 한국사회에서 현직장관,군장성 출신 또는 굴지의 재벌회장등으로 모두 한국사회 최고 실력자들이다. 하지만 최강타의 입장에선 아무 잘못도 없는 자기 부모를 죽이고 자신과 여동생까지 천애고아로 만든 그리고도 여태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뻔뻔스럽게 잘도 살아가는 ‘악의무리’일 뿐인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잘나가는 장관,군장성,재벌회장 도저히 힘없는 일개 민초의 힘으로는 응징할 방법이 없다. 따라서 ‘법으로 응징할 수조차 없는 그런 최악의 악의 무리’를 자신이 직접 응징하겠다는것이다. 그래서 ‘신’은 사실 최강타 자신이다. ‘신을 대신해’ 악을 응징하겠다는것도 아니고 그냥 자신이 ‘신(神)이니까’ 자기 부모를 죽게한 나쁜놈들을 해치울 권한이 있다는 것이다. 법으로 응징할수 없는 악의 무리들. 그네들을 ‘신’인 자기가 응징하겠다. 그게 최강타의 논리고 그래서 제목이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다.

사실 이 드라마 개인적 취향이 아니라 처음엔 별 관심 없었다. 그러나 중반부 이후부터 흥미가 생겨 드라마를 지켜본 내 심정은 솔직히 ‘MBC는 역시 어쩔수 없구나’하는 느낌이었다.

극중 소위 악의무리로 설정된 네사람은 모두 한국사회의 굴지의 재벌회장이거나 군장성이거나 장관이다. 다시말해 한국사회 주류인사고 파워엘리트들이다. 다시 말하자면 산업화 시절 죽을힘을 다해 뛰어 오늘날 우리의 번영과 부귀를 이루게 해준 우리의 아버지들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결국 그들을 ‘타도해야할 악의 무리’로 설정한 것이다.

현재 극중에서 4인방중 장관과 재벌회장 한명은 이미 초,중반부에 처단되었고 남은 사람은 군장성출신 황달수 회장과 또다른 재벌회장 장용 두 사람이다. - 이번주가 종영이니 이 나머지 두명도 이번주말 방영분에 어떤 형태로든 응징될 것 같다. - 헌데 이중 황달수 회장에겐 또다른 비밀이 있다. 십수년전 군납비리 사건때 비리수사를 피해가기 위해 지뢰폭발사건때 동료를 구하려하다 다리를 다쳤다 거짓말을 하고 지금껏 휠체어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물론 최강타는 이 비밀을 알고있다.

그래서 최강타는 황달수를 모종의 장소로 유인 고의로 화제를 일으킨다. 다급해진 황달수는 결국 휠체어에서 벌떡 일어나 죽을힘을 다해 현장을 빠져나오고, 그것이 때마침 화재현장을 취재나온 기자와 군중들에게 그대로 들켜버린 것이다. 국민영웅 황달수 장군의 15년 ‘대국민 사기극’이 그렇게 처참하게 막을 내린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사건 다음 황달수의 대처방식이다. 어떻게 된 일이냐고 다그치는 이사들에게 ‘이렇게 기적처럼 일어났으면 되었지 뭐가 문제냐 ? ’고 눈 하나 깜짝 안하고 그야말로 배째라 전략으로 나온다. ... 글쎄, 한번 실제 이런 사건이 벌어졌다면 당사자는 어떻게 대응을 했을지 상상해 보았다.

‘실은 그동안 적극적으로 재활치료에 임하며...다리 상태가 조금씩 좋아지던 상태였습니다. 주치의가 어쩌면 조만간 멀쩡히 걸을수도 있을지 모른다고 얼마전 말한적이 있는데...하지만 모든 것이 확실해진 다음에 기자회견 같은 형식으로 국민여러분께 밝힐 계획이었습니다...그런데...다들 보셨다시피 이번 화제사건때 이렇게 제가 기적처럼 일어나는 모습을 그대로 들켜버리고 말았군요... ’

보통 비리사건이나 문제가 터지면 문제가 된 사안들에 대해 일단 납득할만한 해명부터 그럴듯하게 둘러대는게 우리나라 정치인이든 유력인사든 전형적인 수법 아닌가. 그러나 황달수란 사람은 도대체 원래 무식한건지 아니면 진짜 뻔뻔스런 철면피인것인지 눈하나 깜짝 안하고 배째라로 나오고 있는것이다. 평생을 명예를 목숨처럼 여기며 살아왔다는 군장성 출신이란 등장인물을 아무리 악역이라도 그렇게까지 극악무도하게 묘사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내가 볼때 극중 황달수는 악인이라기 보다는 그냥 단순무식하다는 생각이 든다.

또 한 사람 장용회장 부자의 경우는, 매우 찌질한 캐럭터로 묘사되고 있다. 원작이 만화니 작품속에서 악역 캐럭터를 다소 코믹하게 묘사한 장면들도 있을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드라마에서 그대로 연출할수도 있는 것이겠지만...극중 장용회장은 최강타의 압박이 점점 극에 달해오자 오래전 자신이 부적절한 관계에서 낳은 사생아 딸 진보배를 찾아가 살려달라 애원하려 한다. -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자신의 사생아 진보배는 최강타의 편에서 25년전 의문의 방화사건을 취재중이었다.

헌데, 그렇게 딸을 찾아간 장용부자...선물까지 잔뜩 사들고 갖건만, 보배의 퇴근이 늦어지자 피곤해졌는지 그냥 대청마루에 열댓자로 널부러진다. 사죄와 살려달라는 애원을 하러 온 사람이 아니라 신선놀음을 하는 모습이다. 한마디로 장용이든 황달수든 악역 이전에 인간적으로 찌질한 캐럭터의 극치로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드라마에서 악역은 물론 필요하다. 특히 한국 드라마는 극의 갈등상황을 고조에 치닫게 만들기 위해 선한 사람은 더없이 선하게 악한 사람은 더없이 악하게 만드는 전형으로 유명하다. - 한편으론 한국 드라마의 고질병이기도 하다 - 따라서 드라마속 악역은 늘상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어떤 악행도 서슴없이 해낸다.

물론 그와같이 간결하고 단순한 인물간의 대립구도가 작품에 대한 이해도를 쉽게하여 드라마의 주된 성공요인이 되기도 했지만,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약칭 : 신불사) ’ 역시 악역들의 캐럭터가 하나같이 철면피 아니면 찌질이중의 왕 찌질이로 묘사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신불사에선 대한민국 굴지의 재벌회장도 장관이나 전직 육군장성도 하나같이 죽음이나 자신의 죄가 드러나는 일 앞에선 가장 비굴하고 찌질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거 뭐 드라마 하나에 별 신경을 다 쓰고 그러나... ’ 하지만 드라마나 영화 같은 대중문화 상품 하나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 또는 때론 그런 작품하나가 세상을 바꾸기도 한 사례를 우린 여러번 체험한바 있다. 어쩌면 새로운 이념전쟁의 장은 드라마 시장에서 벌어지지 않을까 조심스런 예측을 해본다.

한편 신불사는 현재 평균 15-17퍼센트 시청률을 보이며 동시간대 시청률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 시간대 방영되는 다른 방송사 드라마는 SBS에선 저 유명한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가 그리고 KBS에선 대하사극 ‘거상 김만덕’ 이 방영되고 있다. 시청률에선 김수현 드라마는 역시 저력과 특히 김수현 고정팬층인 노년 시청층을 확실하게 붙잡아 20퍼센트에 육박하는 시청률로 1위를 달리고 있고 KBS ‘거상 김만덕’은 신불사보다 근소한 차이로 뒤쳐져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눈길가는것은 근소한 차이긴 하지만 2-3위간의 격차가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회의원 선거에 비유하면 1위와 2위 후보간 격차가 근소한 차이긴 하지만 순위가 뒤집히는 일은 없이 근소한 차이가 끝까지 유지되며 가고있는 상황이라고나 할까. 어쨌든 신불사는 이번주 종영이니 김만덕과의 대결에선 ‘승(勝)’ 판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 선거에 비교하자면 당선(?)유력에서 확실 내지 확정으로 굳혀진 상황이라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