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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라이트 드라마 왜 연달아 맥을 못추나

2010-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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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선

뉴라이트 드라마 ??? 사실 이 표현엔 약간의 어폐(語弊)가 있다. 지난 대선때 이명박 선거캠프에서 일한바 있는 김인규 KBS 사장은 지난해 연말 연기대상 시상식 자리에서 그리고 2010년 10대기획을 발표하면서 올해 비전중 하나로 이른바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는 드라마를 많이 만들겠다 천명한바 있다. 한편 노블리스 오블리제라든가 존경할만한 기업가나 사회지도층 인사 또는 그러한 표상이 될만한 이야기의 필요성 그 외 애국주의등 이런것들이 주로 뉴라이트 인사들이 운동 초창기부터 주장해왔던 것이다. 그리고 KBS는 김인규 사장 취임이후 완전히 뉴라이트 수중에 떨어졌다.

지난해 이른바 노블리스 오블리제 드라마를 만들겠다 천명하면서 김인규 사장이 대표적인 예로 든 것이 ‘명가’,‘거상 김만덕’,‘전우’ 이런것들이었다. 그중 명가는 드라마 시작전부터 최시중 방통위원장 띄워주기 드라마란 구설에 올랐다 시청률 저조로 막을 내렸다. 그리고 현재는 주말 밤 9시 40분에 KBS 1TV에서 거상 김만덕이 방영중이다.

편의상 붙인 개념이긴 하지만 뉴라이트 드라마로 명가,김만덕,전우 외에 또 하나 들수 있는것이 현재 6월 방영 예정을 앞두고 있는 ‘제빵왕 김탁구’다. 제빵왕 김탁구는 유명한 모 제빵회사 사장 이야기를 모델로 제작한 드라마로 이른바 기업가 성공 스토리다. 김탁구는 현재 방영중인 수목극 ‘신데렐라 언니’ 후속으로 6월 9일부터 방영될 예정이다. 그리고 주연급으로는 아이돌 스타들이 대거 캐스팅 젊은 시청층을 겨냥하고 있음을 노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최시중 방통위원장 띄워주기 드라마라고 시작전부터 구설수에 올랐던 ‘명가’의 경우엔 저조한 시청률로 두달만에 막을 내렸고, 이어 시작된 30부작 ‘거상 김만덕’ 역시 저조한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이 시간대(주말 밤 9시 40분-10시 30분) 김만덕의 경쟁작은 SBS 김수현의 ‘인생은 아름다워’와 MBC의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약칭 : 신불사)’. 3월에 약간의 시차를 두고 시작한 이 세 드라마는 두달여 정도가 지난 지금 시청률 판세가 인생은 아름다워가 20퍼센트 가까이에 육박하고 있고, 신불사는 초창기엔 일시적으로 김만덕과 엎치락 뒤치락 했으나 현재는 신불사는 평균 시청률 15퍼센트 안팎, 그리고 김만덕은 평균 시청률 12-13퍼센트대로 근소한 차이로 신불사에 뒤쳐저 3위에 머물고 있다. 그리고 이 판세가 근 한달여 크게 변하지가 않았다. 그리고 24부작 신불사는 이번주 막이 내리고 MBC는 다음주부터 가야를 소재로 한 사극 ‘김수로’를 시작한다.

SBS ‘인생은 아름다워’가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는 주 요인은 역시 지난 수십년 한국의 대표적인 인기 드라마작가로 자리매김해온 김수현의 작품을 선호하는 고정 팬층이 탄탄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오랫동안 김수현 드라마를 보아온 50대 이상 노령 시청층 지지가 확실하지 않은가. 현재 20퍼센트대 돌파를 앞두고 있는 ‘인생은 아름다워’는 김수현 고정 시청층에 김수현 작품의 자체 중독성이 복합되어 시청률 상승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그리고 인생은 아름다워는 50부작 이상의 장편 주말드라마다.

한편 신불사는 대체로 젊은이 취향. 그러니 김만덕으로선 노령 시청층은 김수현 드라마에 빼앗기고 젊은층은 신불사에 빼앗겨 나머지 자투리 파이를 주워모아야 하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입장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균 12퍼센트에도 채 못 미치는 시청률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참고로 지난해 SBS ‘찬란한 유산’이 40퍼센드대 경이로운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제를 뿌릴때 KBS-2TV에서 방영하는 대하사극 ‘천추태후’의 평균 시청률이 12-13퍼센트대였다. 시간대로 봐도 천추태후가 김만덕에 비해 훨씬 불리한 여건이었다. 당시 2TV에서 방영되던 천추태후는 10시에 방영이 시작되는 SBS ‘찬란한 유산‘ 보다 20분이나 늦는 10시 20분경 시작하였다.

사실 1TV 9시 주말 뉴스가 끝난뒤의 9시 45분대는 지난 수십년 KBS 대하사극의 단독 무대였던 시간대였다. 이 시간대는 2천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KBS에 다른 경쟁 드라마가 없었다. - 시청률 표를 보면 우리나라 시청률 상위권 대다수는 드라마 왕국 답게 역시 드라마가 차지한다 - 태조왕건이나 용의눈물등이 50-60퍼센트대의 소위 후덜덜 시청률을 기록할수 있었던게 그런 이유였다.

그러나 2천년대 들어 SBS는 언제부터인가 8시 뉴스가 끝나고 두시간 연속 드라마를 편성 9시대와 10시대 주말 드라마 두편을 연속 편성하는 파격편성을 실시했다. 그리고 이 파격편성이 주효 SBS의 두시간 연속 주말극은 언제부터인가 중년 주부층을 중심으로 탄탄한 고정 시청층을 확보했다. 한편 MBC도 2천년대 중반경부터 주말 밤 드라마를 펀성하기 시작했으나 정착은 되지 못했다. 시간대도 10시 반이었다 9시 반이었다 들쭉날쭉이었고 시청률에서 별 재미를 못 보자 일시적으로 폐지하기도 했다. ‘신돈’이라던가 고 최진실의 유작이 된 ‘내 인생의 마지막 스캔들’같은 작품들이 이 무렵 편성된 MBC 주말 밤 드라마였다.

주말 밤 드라마를 한동안 폐지했던 MBC는 그러다 지난해 5월부터 밤 10시 40분에 밤 드라마를 다시 부활시켰다. 그리고 ‘외인구단’,‘친구’등 386 세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작품을 연달아 편성했다. 하지만 SBS보다 40분 늦게 KBS보다 20분 늦게 시작하는 주말 밤 드라마는 시청률에서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고, 그러다 작년 가을 임성한의 ‘보석비빔밥’부터 9시 45분으로 한시간 앞당겨 편성 시청률에서 재미를 보기 시작했다. 호평을 받은 보석비빔밥에 이어 후속작으로 편성된 것이 신불사다.

한마디로 김만덕은 태조왕건,무인시대 시절까지만 해도 볼 수 없었던 9시 45분 1TV 대하사극 시간대에 다른 방송사 주말 밤 드라마와 치열한 시청률 경쟁을 해야만 하는 선배(?) 대하극들에 비해 매우 불리한 여건으로 방송을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이미 시청률 파이를 노령층은 김수현 드라마에 빼앗기고 젊은층은 MBC에 빼앗긴 상황이 되었으니 고정 시청층 확보가 매우 힘든 상황에 처해진 것이다.

시청률 판세변화는 대개 한 드라마가 끝나고 새 작품이 시작될때 이루어진다. 하지만 전 작품이 워낙에 인기를 끌었을시에는 후속 작품 초반부는 아무래도 어느정도 이전 작품의 수혜 효과를 누리게 된다. 신불사야 대박 드라마는 아니고 중박 이하 정도로 평가할 수 있는 작품이다. 그러나 후속작이 젊은층 취향의 호쾌한 고대사 사극이란 점에서 신불사 시청층이 그대로 김수로로 옮겨질 가능성도 많다. 게다가 사극 고정팬까지 김수로에 합류하면 이제 30부작중 20부 넘게 방송된 김만덕의 후반부도 결코 순탄하다고 보기 힘들다.

사실 김만덕은 사극 고정팬의 마음조차 사로잡지 못했다는 점에서도 참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다. 사극은 원래 사극 나름대로의 고정 매니아층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김만덕은 그 매니아층마저 사로잡지 못한 상황에서 김수로와 사극팬층까지 양분하게 생겼다.

김만덕 후속작으로 예정되어있는 6.25 60주년 특집극 ‘전우’는 어떨까 ? 과연 6.25 특집극은 새로운 반향을 불러 일으킬수 있을까. 하지만 6.25 이야기를 할때 기대해 볼수 있는 노년 시청층은 일단 상당수가 ‘인생은 아름다워’ 충성도 시청층으로 사로잡혀 있어 역시 어려운 싸움이 예상된다. 기본적으로 50부 이상을 달리는 장편 주말극의 경우 중년층과 주부층에 적잖은 충성도 시청층이 있다. 특히 주말극이 30퍼센트 이상의 고공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제를 뿌릴땐 타 방송사 드라마들은 고전을 면치 못한다. 8시 저녁 주말드라마로 지난해 방영된 ‘솔약국집 아들들’이나 현재 방영중인 ‘수상한 삼형제’가 3,40퍼센트대를 넘나드는 고공 시청률을 달리자 동시간대 MBC 주말극들이 연거푸 한자리수 시청률로 참패한게 좋은 사례다. 게다가 주말 장편물은 대개 주부와 중년층을 사로잡는 중독성이 있어 그 시청 패턴이 쉽게 변하지 않는다. 지난해 40퍼센트를 넘는 후덜덜 시청률을 ‘찬란한 유산’이 기록했을때 그래도 12-15퍼센트대 시청률을 꾸준히 넘나든 ‘천추태후’가 그나마 선전한 작품으로 평가받는것이 바로 그런 이유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인생은 아름다워’는 항간에 기존 50부에 30부 연장설이 벌써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김수현 드라마는 워낙 화제작이 많아서였는지 몰라도 연장방영의 귀재이기도 하다. 3월달에 시작 아직 20회도 채 방영되지 않은 ‘인생은 아름다워’는 최소한 가을 늦으면 연말까지도 방영될 가능성이 높은 작품이다. 따라서 김만덕 후속 전우의 전망도 그리 밝지 못한것이 사실이다. 다만 3,40대에 형성되어 있는 밀리터리 매니아들의 마음을 사로잡을수 있을지 여부에 기대를 걸어봐야 할 것 같다.

근본적으로 KBS 1TV 대하사극은 이제 사고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 원래 주말 9시 45분대는 저 80년대 초반 풍운,개국 이래로 90년대의 용의눈물,왕과비 2천년대 초반 태조왕건,무인시대까지 KBS가 독보적인 자리를 구축해온 무주공산이었다. 이 시간대 원래 다른 방송사는 드라마를 방영하지 않았고 따라서 속된말로 KBS 대하극이 시청률을 날로 먹을수 있었던 시간대인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타 방송사의 각종 다양한 드라마들과 무한경쟁을 벌여야 하는 시기. 따라서 시청률을 날로먹던 8,90년대식의 안일한 방식에서 벗어나 뭔가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을 하지 않고서는 KBS 1TV 대하사극은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 힘들것이다.

어쨌든 뉴라이트 드라마는 명가에 이어 김만덕도 시청률에서 참패했고 후속작 전우도 고전이 예상된다. 그렇다면 이제 기대를 걸 수 있는것은 수목극으로 편성 ‘신데렐라 언니’ 후속으로 6월 9일부터 방송되는 ‘제빵왕 김탁구’ 정도다. 이 드라마는 주연급 캐스팅에서부터 상당히 젊은 시청층 공략을 목표로 하고 있음이 확연히 눈에 뜨인다.

다행히 수목극은 KBS가 지난해 아이리스에 이어 추노-신데렐라언니에 이르기까지 계속 시청률 1위자리를 한번도 놓아주지 않은 KBS의 아성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어 기대를 걸어볼만하다. 오히려 수목 드라마에선 MBC와 SBS 드라마들이 연달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MBC의 경우 수목극의 저주란 말이 나올 정도로 1년 넘게 수목 미니시리즈가 한자리 시청률의 고배를 마셨었다. 참고로 MBC 수목극은 ‘개인의 취향’에 이어 4부작 정도의 특집극이 두편정도 임시 편성될 예정이고 그 뒤를 이어 6월 하순경부터 역시 또다른 6.25 특집극인 ‘로드넘버원’이 방영순서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