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론자 개신교 장로 대통령
2010-06-25 381 이영한
내가 어렸을 때 우리 동네에서는 성당이 없어서 미사를 보려면 옆 동네 큰 성당까지 다녀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 동네 사는 신자들을 위해 우리 동네에도 작으나마 성당을 짓자고 처음에는 천막으로 시작했다가 가건물, 그리고 진짜 성당 건축을 위해 기금 모금을 시작했다. 신축기금 모금을 위해 미사때마다 신도회장이라는 분이 나서서 신부님 대신에 기부 독려를 했다. 신부님이 직접 '돈 내라' 소리를 하기 어려워서 신도회장님이 나섰는데 처음에 한 마디만 성경말씀 인용하고 나머지 두시간 동안 헌금에 소극적인 신자들 꾸중으로 열변을 토하셨다.. 내 어린 마음에는 그냥 가건물도 괜찮은데 그 당시 느낌으로 어마어마한 금액을 들여 꼭 성당을 지어야 하나, 이런 꼬인 마음도 있었다. 성당에서 '돈얘기' 하는 자체가 마음에 안 들었던 것 같다..

요즘 선거 결과가 난 후,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공격이 여, 야를 막론하고 마구 진행되는 모습이 참 흥미롭다.
어제 기사를 보니까 이명박 대통령도 경기 회복에 대한 반응이 전문가 그룹과 일반 국민 사이에 괴리가 크다며, 그것이 고민이라는 것이다. 지금의 대통령은 4대강 같은 건설공사가 경제회복책이고 일자리 창출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대규모 건설공사를 하면 당연히 대기업이나 돈 굴리는 금융기관에게는 돈이 많이 쏠리니 그런 상류층에게는 경기가 좋아졌다고 믿을 분명한 조짐이 있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국민 세금을 걷어 정부가 대기업 건설회사에게 대어주면 그런 대기업에서 일반 국민에게 소득이 돌아오는 몫이래봤자 기껏 포크레인 기사나 일용직 근로자, 4대강 근처 경비서는 용익직원의 쥐꼬리 월급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런 건설공사는 하면 할수록 국민에게는 손해면 손해지 큰 이득은 안 되는 것이고 더구나 2,30대 청년층 일자리는 그런 곳에서 창출되는 것도 아니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아직도 세종시도 4대강도 밀어부치겠다는 대통령의 머리속이 정말 알 수가 없다.. 대통령은 아직도 자신이 공무원들을 명령 하나로 부리던 서울시장이라고 착각하는 것 같다.. 어쩌면 그 시절엔 안 되는 일이 없었는데, 하며 그리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예전에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에 나왔을 때 왜 이명박 지지하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이렇게 대답했다. "버스 정비사업 잘 했잖아요." "청계천 잘 하는 거 보고 대통령도 잘 할 것 같아서." 분명히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때 이 두 사업에 올인 했던 성과가 있었다. 이 두 사업이 없었으면 이명박 대통령은 절대 대통령이 될 수 없었을 테니까. 국민을 존중하기는 하는데 민주니, 인권이니 정의같은 눈에 보이지 않은 가치를 추구했던 노무현에 비해 이명박 서울시장은 추진력 있고 뭔가 해낼 것 같고, 능력도 있는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처럼 비쳤다.

아마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했을 때 대통령 업무도 서울시장처럼 되리라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그리고 4대강과 세종시 수정안만 서둘러 잘 해놓으면 서울시장 재직시 평가가 좋았던 것처럼 성공적인 대통령이 되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지금도 걸핏하면 역사가 평가한다는 둥, 해놓고 보면 좋을 것이라는 둥 얘기하는 것도 다 그래서다. 처음에는 다 불평이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자신이 옳았다는 믿음이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 국회의원들 조차 제동을 거는 세종시 수정안이나 4대강 문제를 아직까지 포기하지 못하고 밀어붙이려는 속내는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그 카드 밖에 없기 때문이 아닐까.

한국이 G20정상회의를 개최한다거나 OECD국가라는 사실이 서민생활과 별로 관계가 없는데도 그 사실에 큰 자부심을 갖는 것, 대운하를 추진하고 제2롯데월드 건설에도 긍정적인 것등은 모두 이명박 대통령이 보이지 않는 것보다 보이는 것을 얼마나 중시하는지 잘 알려주는 예다.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국민에게 자칭 '선진국 국민'이라는 호칭을 선사하거나 호주머니에 조금이라도 돈을 더 들어가게 해주는 것이(실제로는 그렇지도 않지만) 가령 길에서 경찰에게 그냥 끌려가거나 이메일 뒤짐을 당하거나 서울광장에서 시위를 못하는 불편함보다는 훨씬 중요하다.

요새 강남에서 사랑의 교회인지 무슨 대형 교회가 이천억을 들여 신축공사를 하는 사실에 많은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개신교회 장로, 그것도 현재 한국에서 많은 권력과 부를 누리는 사람들이 신도로 있는 대형 교회의 장로다. 또 그 장로 자리를 따기위해 새벽부터 교회 주차장에서 봉사를 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만약 이명박 대통령이 다니는 교회가 저런 대형 신축공사를 하게 되었다면 그는 분명히 반대의 편에 서지는 않았을 것 같다. 대형 교회라는 그 현상에 뿌듯함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아니 그렇지는 않았더라도 최소한 대형 건물의 필요성을 옹호했을 것 같다.

혹시 이명박 대통령은 개신교 장로이면서도 대단한 유물론자(?)는 아닐까.. 눈에 보이는 것만을 신봉하고 물질의 가치를 비물질의 가치보다 중시하는.. 얼마전 4대강 사업을 찬성하고 조속한 공사를 촉구하는 개신교 단체의 성명이 있었는데 그렇다면 그런 개신교회들도 모두? 대형 교회를 선호하고 외형만을 중시하는 일부 개신교회의 모습은 건설에만 올인하는 대통령의 모습과 너무도 일치한다. 만약 이명박 대통령이 불교 신자였거나 천주교 신자였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본다.. 뭔가 달라졌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