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화속으로,전우,로드넘버원이 거쳐가야할 홍역
2010-06-30 484 박서방

6.25 발발 60주년을 맞는 2010년 6월의 하순, 방송,영화계 최고의 화제는 역시 6.25다. 6.25 당시 학도병을 소재로 다룬 영화 ‘포화속으로’는 매일 10만 단위로 관객 최고기록을 경신하며 화제를 뿌리고 있고, 방송에선 6.25를 소재로 한 드라마로 KBS에선 ‘전우’ MBC에선 ‘로드넘버원’을 제작 현재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


한편 진보진영 일각에선 이들 6.25 소재 영화,드라마를 보는 시각이 곱지 못하다. 심지어 일부 진보성향 네티즌들은 아에 포화속으로,전우,로드넘버원을 모두 싸잡아 ‘뉴라이트 드라마’라 비난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범(汎) 뉴라이트 성향 지식인들이 새로운 파워엘리트 계층으로 부상한 것은 사실이나, 포화속으로,전우,로드넘버원등이 그 무슨 ‘뉴라이트 드라마’로 싸잡아 비난받는것은 제작진 입장에선 분명 억울한 일일 것이다.


실제 MBC에서 제작 방영하고 있는 ‘로드넘버원’의 작가 한지훈은 강제규 감독의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 시나리오 작가로 작업했던 사람이며, 제작진 역시 보도자료와 인터뷰등을 통해 ‘로드넘버원’이 드라마 판 ‘태극기 휘날리며’라 밝힌 바 있다. 1975년에 제작,방영되었던 반공드라마 ‘전우’의 리메이크작인 동명의 ‘전우’는 제작진이 70년대판과 달리 휴머니즘적 차원에서 6.25를 다루겠다고 밝혔다. 사실 이런점 때문에 ‘로드넘버원’은 물론 ‘전우’ 역시 조갑제류 보수진영에선 의혹의 눈초리와 불편한 심정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 실상이 이렇다보면 포화속으로든 전우든 로드넘버원이든 모두 좌우 양쪽의 이념공세에 시달리며 샌드위치가 되어버린 형국이다. 그러나 포화속으로든 전우나 로드넘버원이든 오히려 그런 지엽적인 이념논란보다 더 심각하게 고민해봐야할 부분이 있다. 솔직히 진보진영 일각이나 조갑제류 보수진영에서 전우나 로드넘버원을 이념적 차원에서 비판하는 것은 작품에 대한 어떤 심각한 고찰이 있었다기 보담은 기존의 자신들이 가진 이념적 선입견과 편견을 섞어 그저 막연히 싸잡아 비난하는 모양새다.


‘매니아’란 개념에 대해 다들 한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어느 한 분야에 과도하게 관심이나 집착을 보이는 일본에서 그 사회의 특수한 폐쇄성 때문에 시작된 문화로 매니아 문화는 이미 우리사회에도 보편화된지 오래되었다. 그리고 그 매니아보다 더 과도한 열광과 집착을 보이는것이 ‘오타쿠’로 이 오타쿠는 언제부터인가 인터넷상에서 ‘오덕후’란 우리식 은어로 통용되고 있다. 오덕후 또는 덕후라고 줄여서 말하기도 하는데, 드라마 덕후라면 줄여서 ‘드덕’ 밀리터리 덕후라면 줄여서 ‘밀덕’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필자가 지적하고자 하는 점은 바로 이 포화속으로,전우,로드넘버원등이 허접한 고증과 설정등으로 인해 이미 밀덕들로부터 사정없이 까이고 있다는점이다. 밀덕이 인터넷에서 종종 보는 찌질이들이 아니다. 이들의 세계각국의 전쟁사나 특히 무기들의 변천사에 대한 지식은 전문가도 혀를 내두를정도다. 요즘 젊은애들이 6.25를 너무 모른다고 한탄하는 실향민이나 참전용사들은 아마 밀덕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이들이 6.25 당시 남북한의 군사현황이나 각종 전투상황들에 대해 훤히 꿰뚫고 있는 지식수준을 알면 오히려 그네들이 졌다며 두손두발을 다 들게될지도 모른다.


하물며 이런 밀덕들에게 6.25때 사용하지도 않았던 무기나 군복이 버젓이 나오고, 전투상황도 실제 지형이나 당시 부대이동 설정등을 생각해보면 전혀 말도 되지 않는 그런 극중 설정과 드라마 전개과정이 어찌보일지 생각해보라. 한마디로 지금 포화속으로든 전우나 로드넘버원이든 지금 밀덕들 눈엔 유치원 어린아이 전쟁놀이 수준만도 못하게 보이고 있는것이다.


실제 지금 전우나 로드 공홈 게시판엔 이 드라마들의 허접한 고증과 설정들을 놓고 적지않은 비판과 지적 게시물들이 올라오고 있다. 하지만 그나마 친절하게 게시판에서 고증문제를 설명해주고 있는 밀덕들은 너그러운 편이라 봐야할것이다. 사실 이들 6.25 영화,드라마 3인방에 대해선 이미 기획의도를 접했을때부터 역사적 사실과도 다르고 고증도 엉망인 이들 작품에 대해 애초부터 기대를 하지 않기로 하고 등을 돌려버린 밀덕이 훨씬 더 많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니 ‘퍼시픽’이니 하는 미국의 유수한 전쟁영화,드라마들에 이미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진 밀덕들이 전우나 로드넘버원 그리고 포화속으로의 허접한 연출력에 코웃음치는것도 사실 당연한일이다.


밀덕들이 6.25에 관심이 많고 해박한 지식을 가졌다고 해서 막연히 그들이 보수성향일거라 짐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 또한 멍청한 사람이다. 그렇다고 그네들이 진보적인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밀덕에겐 사실 특별한 정치나 이념성향은 없다. 밀덕의 정치성향을 분석해본다는 것은 붉은악마의 이념성향을 분석해보려는 것 만큼이나 어리석고 의미없는 행동이다.


하지만 관심사가 근본적으로 전쟁과 군사무기이다 보니 밀덕들의 역사나 세계사에 대한 지식은 매우 해박하다. 그러다보니 이러한 밀덕 블로거나 네티즌을 따르는 지지자들도 적지 않다. 즉, 다시말해 밀덕들이 인터넷에서 젊은 네티즌들의 여론형성이나 지식정보 전달력에 일정부분 영향을 끼칠만한 그 정도의 힘은 지니고 있다는 이야기다. - 다시말하자면 ‘잘못된 정보’를 갖고있는 밀덕 블로거에게 100명 정도의 이웃 블로거가 있다면 그 사람이 취득한 ‘잘못된 정보’가 100명 또는 그 이상의 이웃 블로거나 네티즌에게 사실인양 전달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밀덕들의 눈에는 포화속으로,전우,로드넘버원이 ‘반공영화’나 ‘뉴라이트 드라마’냐 또는 오히려 좌파적 메시지가 담겨져있는 작품이냐 하는 이념적 논란은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이들 드라마와 영화가 6.25를 얼마나 사실적으로 다루고 철저한 고증을 거쳐 제작했느냐 하는 점이다. - 그리고 그 문제에 있어 이미 밀덕들은 세 작품을 모두 포기한 것 같다.


드라마나 영화에 대한 지식인들의 평론이나 비평을 보면 작품 그 자체를 논하기 보다는 자신들의 정치적,이념적 편견이나 선입견을 섞어 작품에 대해 말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특히 그것은 기고하는 매체의 성향과도 많은 연관성이 있다. ‘디워’에 대해 진보성향의 지식인들이 주로 스토리나 컴퓨터그래픽의 허접함등을 문제삼아 비판할 때 변희재가 반론으로 내세웠던 논리가 ‘영화는 스토리나 그래픽 하나만 갖고 논하는 것이 아닌 음악,미술등 총체적인 모든 것을 보며 논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변희재식 논리대로라면 6.25를 소재로 다룬 포화속으로,전우,로드넘버원등도 단순히 스토리나 주제의식만을 갖고 논하는 것이 아닌 고증이나 연출기법등 그 모든 것이 전체적으로 다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중요한 문제는 작품성에 대한 지식인들의 지적에 앞서 이미 이 세 작품은 허접한 고증과 연출등의 문제로 밀덕들에게 거침없이 까이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지식인계층의 대다수는 인터넷상에서의 여론형성에 있어서 밀덕들이 갖고있는 영향력을 전혀 감지 못하고 있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6.2 지방선거 당시 거의 모든 여론조사결과에서 여당의 우세가 점쳐졌으나 인터넷을 중심으로 뭉치기 시작한 젊은 야당성향 표의 움직임은 전혀 감지해내지 못한것과 같은 이치라고나 할까.


밀덕들에게 특별한 정치성향은 없다. 6.25에 대해 잘 안다고 해서 성향이 보수적인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진보적이라 단정하기도 어렵다. 다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보다 수준높고 고증이 충실한 6.25를 소재로 한 전쟁영화, 전쟁드라마일뿐이다. 따라서 그들은 바로 그러한 차원에서 포화속으로,전우,로드넘버원등의 고증의 허접함을 따지고 있을 뿐이다.


6.25를 소재로 한 전쟁드라마나 영화를 지식인들이 자신들의 정치적,이념적 편견을 섞어 평하는 것은 사실 불가피한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재 상영,방영중에 있는 6.25 영화,드라마 3인방은 그 작품성이나 주제를 논하기에 앞서 이미 고증면에서 인터넷에서 수많은 밀덕과 네티즌에게 까이고 있음이 주시해봐야할 사회현상이다. 지난 십수년 드라마나 영화를 평하는 시청자와 관객들의 수준은 매우 높아졌다. 고대사를 배경으로 한 사극이야 사료가 부족하다는 변명이라도 가능하지만, 불과 60년전의 일로 누구나 조금만 신경쓰면 그 당시 사용되던 무기의 관련 자료나 사진등을 구할수 있고 각 전투상황의 구체적인 기록,증언도 충분히 수집할 수 있다. 그러한 상황에서 6.25 소재 영화,드라마의 고증이나 사실적 재현의 부족함과 허접함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진짜 중요한 문제는 바로 이와같은 사회상의 변화를 지식인들이 전혀 감지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품을 제대로 보고 평하는것인지 조차 불확실한 판에 박힌 작품평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전우든 로드넘버원이든 포화속으로든 어찌되었든 제작진들의 기획의도는 대개 6.25의 참상과 전쟁의 비참함을 자라나는 젊은 세대들에게 일깨워 주자는 성격도 어느정도씩은 포함되어 있을것이다. 하지만 어떤 기획의도에서 이런 드라마나 영화를 기획했든지간에 이 세 작품은 밀덕들에게 혹독하게 까이고 가는 일종의 홍역같은 과정을 거치는것이 불가피하다. 그렇다면 과연 지식인들은 이러한 6.25 소재 영화나 드라마등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게 될지도 한번 지켜볼만한 일이다. 그것이 어쩌면 인터넷상의 여론과 지식인들의 견해의 괴리감을 조금이라도 가늠해볼수 있는 계기가 될수도 있을지 모르니까. 필자가 진짜로 궁금한것은 밀덕들에게 혹독하게 까이고 있는 6.25 소재 드라마와 영화에 대한 지식인들의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