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잣대군요. 2008-07-25 703 인문학도 과거 참여정부 시절 소위 '노무현 낙하산'으로 불리우는 인사가 KBS 사장에 내정되었을 때 보수언론들은 코드인사라고 강력하게 비판했습니다. 그리고 KBS노조는 낙하산 사장을 거부하며 사장의 출근 저지 등 강력하게 대응했죠. 결국 부임 며칠만에 당사자가 자진 사퇴하는 것으로 사태는 마무리지어졌습니다. 그런데 지금 여권에서 정연주 사장 건을 대하는 태도는 어떻습니까? 과거 자신들이 그렇게도 비난하던 노무현 코드 인사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한 것이 무엇인가요? 현 YTN 신임 사장이나 현재 KBS 차기 사장으로 내정되어 있다고 소문이 파다한 모 씨 등은 모두 이명박 씨의 선본에서 일했던 사람들입니다. 더군다나 청와대 안팎에서는 'KBS가 정부 정책에 발맞추어야' 'KBS 사장을 대통령이 해임할 수 있다'는 식의 상식 밖의 발언들을 내뱉고 있구요. 이것이 과연 정상적인 행태입니까? 만일 이것이 정상이라면 지난 참여정부 시절 비판되었던 코드 인사도 모두 정당화되어야 맞겠지요. 우리만 가지고 뭐라고 하지 마라, 너네도 예전에 그렇게 하지 않았냐? 라는 반박은 그야말로 후안무치한 소리입니다. 왜냐하면 현 정부여당이 야권 시절 정부를 비판하던 주된 논리 가운데 하나가 바로 '코드인사'였기 때문이죠. 그러한 신랄한 비판으로 얻은 국민적 지지를 등에 업고 정권을 획득한 현 정부여당이 지난 참여정부 시절과 똑같은 - 아니 실은 더 심각한 - 행태를 저지른다면, 이는 국민의 지지를 정면으로 배신하는 행위가 됩니다. 지난 정권이 그렇게 했으니 우리도 그렇게 하겠다는 건 구차한 변명에 불과하지요. 지난 정권이든 이번 정권이든 코드인사는 대의민주주의의 원칙에 위배되는 행위입니다. 누가 하든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지요. 정권교체란 과거의 정권이 저질렀던 과오들을 반성하고 원칙과 철학을 지켜나갈 수 있을 때 비로소 명분을 얻게 되는 겁니다. 지난 정권의 과오들을 '너네도 했으니 우리도 한다'는 몰지각한 태도로 반복하는 정권은 교체의 명분도 얻을 수 없을 뿐더러, 향후 장기간동안 재집권을 하는 것조차 불가능하게 될 것입니다. 남의 잘못을 지적하면서 자신들의 명분을 세웠다면 그 명분을 강화하고 지킬 생각을 해야지, 정권 바뀌기가 무섭게 무슨 전리품 챙기기라도 하듯이 똑같은 나눠먹기를 반복하는 건 백번 비난당해야 마땅합니다. 더군다나 그런 모습을 국민들 앞에서 여봐란 듯이 보여주고 있다는 게 더 큰 문제지요. 현 정권의 도덕적 불감증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주는 장면이 아닐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