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게리 베커 - 리차드 포스너, 비상식 (2009년)
2010-01-07 00:53 2,405 이상돈



게리 베커 – 리차드 포스너, 비상식(非常識)
                (2009, 시카고 대학 출판부, 373쪽, 29달러)
Gary Becker and Richard Posner, Uncommon Sense
(2009, Univ. of Chicago Press, 373 pages, $29.00)

미국을 대표할 만한 경제학자와 법률가인 게리 베커와 리차드 포스너가 자신들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블로그에 실었던 글을 엮어서 펴낸 이 책의 제목은 ‘비상식’(‘Uncommon Sense’)이다. 일견 보면 일반적 상식과 다른 주장이지만 오히려 통상적인 상식이 잘못되었다는 말이다.

게리 베커(1930년생)는 시카고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를 하고 콜럼비아 대학 교수를 거쳐 시카고 대학 교수로 자리잡아 오늘날까지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1992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베커는 ‘시카고 학파(The Chicago School)’라고 불리는 자유주의 경제학파의 일원이다. 베커는 인종, 범죄 등 사회학 분야에 경제학적 접근을 해서 유명해졌는데, 그는 10여권의 책을 썼다.

리차드 포스너(1939년생)는 예일 대학과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하고 연방대법관 서기 등을 지내다가 1959년부터 시카고 대학 로스쿨 교수를 지냈다. 1981년에 레이건 대통령에 의해 시카고에 소재한 제7연방항소법원 판사로 임명됐으며, 1993년-2000년 간에는 제7연방항소법원장을 지냈고, 지금은 다시 판사로 일하고 있다. 판사로 있으면서도 활발한 저술활동과 강의를 한 그는 약 30권의 책을 펴냈다. 포스너는 낙태, 동물권, 장기(臟器)이식, 마리화나 합법화 등 예민한 사안에 관해 거침없는 의견을 내서 논쟁을 일으키기도 했다. 

두 사람은 2004년 12월에 ‘Becker-Posner Blog’을 열고 매주 한 주제에 대해 한 사람이 글을 올리고, 다른 한 사람이 논평을 올리는 식으로 운영을 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블로그에는 댓글이 수없이 달리는 등 대단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 책은 2007년 3월까지 이들이 올린 글을 모아 놓은 것인데. 다양한 주제에 대한 논쟁을 담고 있다. 책은 ‘성(性)과 인구’, ‘재산권’, ‘대학’, ‘인센티브’, ‘직업과 고용’, ‘환경과 재해’, ‘범죄와 처벌, 그리고 테러’, 그리고 ‘세계’라는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포스너는 성(性) 혁명이 발생한 경제학적 이유는 성적 방종에 요구되던 비용이 항생제와 피임도구 등으로 줄어 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베커는 인간의 성적 관계는 내면적 측면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경제학적으로 풀 수만은 없다고 지적한다. 베커는 일부다처(一夫多妻)에 대한 저항감이 미국과 유럽에 강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하는데 비해, 포스너는 일부다처제는 국가의 정치적 권력을 위협하며 2세의 교육을 등한시하고 여성 배우자의 불륜을 조장하는 등 폐단이 많다고 지적한다.

베커는 장기이식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장기 판매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포스너도 프랑스가 운영하고 있는 옵트 아웃 시스템(‘op-out system’ : 생시에 사망 후 장기적출에 반대한다고 명문으로 선언하지 않으면 사망 후에 장기를 적출해서 다른 사람에게 이식할 수 있는 제도)에도 문제가 많다면서 장기이식에도 경제적 접근방식이 필요하다고 덧붙인다. 베커는 패스트 푸드의 트랜스 지방(脂肪) 함량을 줄이기 위해 그런 지방성분을 많이 함유한 식품에 대해 지방세(脂肪稅 : fat tax)를 부과하자는 뉴욕시의 제안에 대해 비판적이다. 포스너도 이에 동조하면서 정크 푸드는 건강에 나쁘지만 그것을 즐기는 것도 개인적 취향이자 권리이며, 사람들이 건강하게 오래 산다고 해서 그 사회가 감당해야 하는 총체적 의료보건 비용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소득격차가 커지고 있는 문제에 대해 베커는 그것은 전세계적으로 교육을 받고 기술을 갖고 있는 인력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현상에 따른 것이며, 미국에서는 대학을 졸업한 여성과 유색인종의 소득이 괄목하게 증가했기 때문에 그 점에서는 소득격차가 오히려 줄었다고 말한다. 포스너는 소득격차 문제와 빈곤 문제는 혼동해서 안되며, 미국에선 소득격차가 큰 문제가 아니라고 덧붙인다.

베커는 기업이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을 져야 하느냐 하는 데 대해 단호하게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기업이 주주(株主)의 이익을 희생시켜서 환경보호 같은 사회봉사에 나서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베커는 기업이 사회적 책임 문제에 우호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그렇게 함으로써 기업의 가치를 높여 주주의 이익을 도모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포스너는 기업이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순수한 기부를 함으로써 주주들에게 이익을 줄 수도 있는데, 주주들도 어느 정도의 자선은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세법이 그런 경우에 혜택을 주기 때문이라고 본다. 

2004년에 동남아를 휩쓴 쓰나미와 2005년에 미국 뉴올린스를 파괴한 허리케인 카트리나 같은 자연재해에 대해, 포스너는 그 원인이 드물게 발생하는 재해에 대해 정치인들이 관심이 적으며 빈곤한 국가들은 그러한 재해에 대처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베커는 아무리 대비를 해도 자연재해는 발생하며, 따라서 평소에 재해에 대해 교육을 시키고 정부가 보조를 하더라고 재해보험에 들도록 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라고 평한다.

유럽이 사형제도를 폐지한데 비해 미국의 많은 주(州)가 사형제도를 존치하고 있는데 대해, 포스너는 사형은 범죄예방 효과가 있으며 경제학적 측면에서 볼 때 사형판결을 보다 신속하게 확정해서 집행하는 것이 사형제가 갖고 있는 범죄예방 효과를 극대화하고 납세자의 돈을 절약한다고 본다. 베커도 사형제도가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면서, 사형이 비(非)도덕적인 제도라는 주장에 대해선 국가가 흉악한 범죄인의 생명을 빼앗지 않는다면 국가는 선량한 시민들의 생명을 빼앗기게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반박한다. 베커는 사형을 폐지한 유럽에서 범죄가 늘어나고 있음을 또한 지적한다. 백인을 죽인 경우보다 흑인을 죽인 경우에 사형집행을 당하는 경우가 적다는 점을 들어 사형집행이 인종차별적이라는 주장에 대해, 포스너는 흑인이 흑인을 살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형제도는 오히려 흑인 범죄인에게 유리하게 운용되고 있다고 반박한다.

냉전(冷戰) 체제가 해체된 후에 유럽에서 많은 국가들이 새로 분리 독립하는 추세와 관련해서 베커는 국가의 사이즈가 국가 발전에 미치는 영향은 미약하며, 작은 국가가 오히려 발전할 수 있다면서 타이완, 한국, 홍콩, 싱가포르 그리고 칠레의 경우를 든다. 베커는 동독이 서독에 통합되지 않고 개별국가로 남아서 무역과 교통이 자유로운 시장경제국가로 변모했더라면 경제적으로 훨씬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포스너는 남북 베트남이 합쳐졌고 홍콩이 중국에 편입됐으며 남북한도 종국적으로 한 나라가 될 것이라면서, 경제학적으로 동서독이 분리되는 것이 나을 뻔했지만 인종 문화 역사 등의 이유로 국가가 합쳐지거나 흡수되기도 한다고 지적한다.

© 이상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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