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니콜 젤리너스, 추락 이후 : 월가와 워싱턴 (2009년)
2010-03-14 00:25 1,601 이상돈



니콜 젤리너스, 추락 이후 : 월가(街)와 워싱턴으로부터 자본주의 구하기
(2009년, 엔카운터 북스, 227쪽, 23.95달러)

Nicole Gelinas, After the Fall : Saving Capitalism from Wall Street and
Washington (2009, Encounter Books, 227 pages, $23.95)

뉴욕에 위치한 맨해튼 연구소의 연구위원인 니콜 젤리너스는 이 책에서 미국 금융계의 몰락과정을 잘 설명하고 있다. 젤리너스는 2008년 가을에 일어난 미 금융계의 몰락에 월가(街)와 워싱턴 정관가(政官街)가 공동으로 책임이 있다면서, 건전한 자본주의가 바로 서기 위해서는 건전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1929년 주가폭락으로 시작된 대공황으로 많은 은행이 파산하자 이를 진정시키기 위하여 루스벨트 대통령은 예금보험을 도입하기로 했고, 의회는 1933년에 이를 반영한 글래스-스티골법(Glass-Steagall Act)을 제정했다. 이 법을 제정함에 따라 은행파산을 우려한 예금인출사태는 진정되었지만 한편으로는 예금보험으로 인해 은행들이 방만한 경영을 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이 법은 또한 은행이 증권업으로부터 격리될 것을 요구하였다. 1934년에는 증권거래법이 제정되어 연방정부가 증권업을 직접 규제하게 되었다. 은행업과 증권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젤리너스가 지적한 바와 같이 25년 전까지 미국의 은행들은 시장경제 원칙에 따라서 움직였다. 은행이 사업을 하다가 잘못되면 당연히 망하는 것이었다. 다만 일반예금자가 받은 충격을 보호하기 위해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일정한도 내의 예금을 보호할 뿐이었다. 하지만 1984년에 미국 정부가 파산에 직면한 컨티넨탈 일리노이 은행(Continental Illinois Bank)을 구제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이런 원칙은 붕괴되고 말았다. 이른바 대마불사(大馬不死 : ‘Too Big to Fail’) 관행이 생겨난 것이다. 당시 연방정부는 이 은행의 부도가 시장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서 예금보험공사에 의해 보호되는 소액 예금자 뿐 아니라 은행에 돈을 맡긴 대기업과 대형 채권투자자들도 보호하고 나선 것이다. 정부와 의회는 이런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한 논의를 하였으나 1991년에 예금보험공사가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예금자를 구제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을 추가하는 데 그쳤다. 1991년에 보스턴에 근거를 둔 뉴잉글랜드 은행(Bank of New England)가 부실경영으로 인한 부채과다로 파산했으나 연방정부는 파급효과를 최소화하는 데만 주력했다.

금융기법이 보다 복잡해 짐에 따라 은행과 증권업 사이의 구분이 모호해졌다. 증권회사들은 머니마켓이란 상품을 만들어서 소액 투자가들의 돈을 직접 끌어들여 투자를 했다. 대공황 시절에 도입된 은행업과 증권업 사이의 장벽을 허물라는 여론이 거세졌다. 1984년에 케미칼 은행은 회사채 보증업무를 할 수 있는 허가를 얻었다. J. P. 모건과 시티코포레이션(Citi Corporation) 등 거대 은행은 은행도 지방채와 모기지 본드를 팔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인 폴 볼커는 이런 규제완화에 반대했다.

1980년대에는 투기 등급의 부실채권에 투자하는 정크 본드 거래가 성행했으나 이런 거래로 큰 돈을 번 트렉셀 번햄 램버트라는 회사는 내부자 거래 혐의로 무너지고 말았다. 1980년대 말부터는 이제는 유명해진 패니매와 프레디맥이 부동산 모기지를 사들였고, 은행은 변제능력이 없는 주택구매자에게 대출을 해주어서 거품 을 조장하기 시작했다.

금융회사들이 앞 다투어 만들어낸 파생상품은 정부의 규제를 받지 않았다. 금융회사들은 장기 크레딧에 많은 투자를 했는데, 이런 신종 금융상품이 위기를 불러 왔다. 1998년 연방정부는 파산위기에 처한 롱텀 캐피털 매네지먼트(Long Term Capital Management)라는 잘 알려지지도 않은 헤지펀드에 구제금융을 주기로 결정했다. 롱텀 캐피털이 파산하는 경우에 그 파급효과가 클 것을 우려했기 때문인데, 이로서 비록 대마(大馬)가 아니더라도 복잡하게 채무를 엮어서 파산할 때에 파급효과가 크도록 만들면 파산하지 않는다는 선례를 남겨 놓았다. 롱텀 캐피탈 사건에도 불구하고 의회는 1999년에 은행업과 증권업을 구분해 놓았던 글래스-스티골법의 대부분을 폐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클린턴 대통령은 이에 서명했다. 공화-민주 양당이 금융 대재앙을 불러 올 수 있는 조치에 초당적으로 협력한 것이다. 이런 와중에 파생상품에 대한 투자가 늘어서 2000년에는 주로 뉴욕과 런던의 금융기관에서 판매한 파생상품의 총액이 95조 달러에 달하게 되었다.

2001년 말, 급성장하던 에너지 기업 엔론(Enron)이 파산했다. 엔론은 금융기관이 채무를 이용해서 단기수익을 내는 금융기관의 기법을 본 따서 성장했는데,  시장의 신뢰가 흔들리자 한꺼번에 무너지고 만 것이다. 부시 행정부는  엔론이 파산하도록 두었고, 경영자들을 기소해서 유죄판결을 받아냈다. 그럼에도 미국 정부나 의회는 금융기관을 강력하게 규제하는 조치는 취하지 않았고 단지 형사책임을 강화는 사베인-옥슬리법(Sarbane-Oxley Act of 2002)을 제정했을 뿐이다. 엔론이 무너지자 월스트리트 저널은 최대의 보험회사인 AIG의 재무 건정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돌이켜 보면 정부의 규제자와 의회가 엔론을 교훈 삼아  금융기관 규제에 나섰다면 2008년의 금융위기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나 마지막 기회를 그대로 보내고 말았다.

2000년 들어서 IT 거품이 꺼진 데다 2001년 가을에 9-11 테러가 발생하자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이자율을 계속 낮추었다. 2003년에 이자율은 1%로 낮아져서 기록을 세웠다. 값싼 돈이 시중에 넘쳐서 이미 조성된 주택 버블이 더욱 커졌다. 2007년 초, 가장 큰 주택 모기지 금융기관이던 칸트리와이드(Countrywide)가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졌다. 4월에는 또 다른 모기지 은행인 뉴센트리 파이낸셜(New Century Financial)이 파산을 선언했다. 드디어 주택거품이 본격적으로 파열하기 시작한 것이다. 2007년 가을 월스트리트 저널은 미국 최대의 금융회사인 시티그룹의 재정건전성을 의심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2008년 3월, 투자은행인 베어 스턴스(Bear Stearns)가 드디어 무너졌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300억 달러에 달하는 베어 스턴스의 모기지 관련 채무에 보증을 서서 J. P. 모건이 이 회사를 인수할 수 있도록 했다. 대마불사 현상이 또 나타난 것이다. 9월에는 투자은행인 리먼 브러더스(Lehman Brothers)가 파산을 신청했다. 베어 스턴스의 경우와는 달리 연방정부가 구제금융을 거부하자 리먼은 파산해 버린 것이다. 예상과는 달리 연방정부가 리먼을 구제하지 않자 단기 투자자들은 AIG로부터 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했고, 그러자 전세계에서 주식을 투매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화급해진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AIG 주식의 80%를 정부가 인수하는 조건으로 AIG에 자금을 공급했다.

미국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7조 달러에 달하는 위험자산구제 프로그램(Troubled Asset Relief Program : TARP)을 발표했다. TARP가 금융시장을 안정시키지 못하자 폴슨 재무장관은 2조 5천억 달러를 직접 은행에 투입하는 조치를 취했다. 시티그룹(Citi Group) 등 대형은행은 그들의 손실을 숨기려고 노력했던 것으로 나중에 밝혀졌다. 시티그룹과 뱅크 오브 아메리카(Bank of America)는 주식을 정부에 내주었고, 연방정부는 이 두 거대은행에 대해 구제금융을 주기로 결정했다. 구제금융으로 금융기관을 억지로 살려 놓자 이제는 자동차 회사들이 구제금융을 달라고 정부에 손을 내밀었다.

저자는 미국 정부가 자유시장 체제를 유지하는데 중요한 창조적 파괴과정을 감당하지 못하는 금융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미국 정부가 만들어낸 대마불사(大馬不死) 현상으로 인해서 지난 25년 동안 미국의 금융계는 심각하게 왜곡되었다고 또한 지적한다. 저자는 금융시장을 건전하게 만들기 위한 조치가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시장이 경제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고 스스로 자신을 규율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형 금융회사를 포함한 어느 회사이든 일단 실패하면 문을 닫아야 하며, 실패한 금융기업이 혼란을 야기하며 무너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파생상품이 금융규제의 공백을 이용해서 시장에서 성행했고, 그로 인해 결국은 더 큰 혼란이 초래했음을 고려해서 금융상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러나 글래스-스티골법을 부활시키는 것은 능사가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금융시장이 그간 너무나 변화해서 이제는 장기 은행대출과 채무증권 사이에 분명한 구분이 없어졌다는 말이다. 채권의 증권화나 크레딧 파생상품은 창의적인 금융기법이기 때문에 그것 자체를 비난해서는 안되지만, 이런 새로운 기법을 고안해 낸 금융인과 투자자들은 이런 기법을 극단적으로 사용해서 문제를 만들기 때문에 주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워싱턴 정관가(政官街)는 월가(街)를 합리적으로 규제하는 것이 결코 자본주의를 저해하는 것이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고 저자는 결론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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