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마크 스타인, 미국 이후 (2011년)
2012-03-04 20:14 1,730 이상돈


마크 스타인, 미국 이후 (2011년, 레그너리, 424쪽, 29.95 달러)

Mark Steyn, After America (2011, Regnery, 424 pages, $29.95)

‘미국 혼자서’(‘America Alone’)에서 서유럽 문명의 몰락을 그린 마크 스타인은 이 책에서 미국의 몰락이 불가피하고 그 과정은 더 빠를 것이라고 주장한다. 스타인은 미국 몰락의 주된 원인으로 막대한 재정적자를 뽑고 있다. 2020년이 되면 미국 정부는 전체 세입(歲入)의 15% - 20%를 부채 이자에 지급하게 될 것인데, 그러면 미국은 부채 이자로 국방비 보다 더 많은 돈을 지출하게 되는 셈이다. 이렇게 지출하는 이자의 많은 부분은 외국으로 나가고 있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2010년 기준으로 미국이 지고 있는 부채의 반은 외국인에 대한 것이며, 그것의 1/4은 중국에 대한 것이다.

미국이 몰락하게 이른 데는 여러 원인이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패니 매와 프레디 맥 같은 독점기업, 큰 정부와 비대해진 관료제 등이 그러하다는 것이다. 2008년 가을 경제위기 후에 정부 부채가 큰 문제로 대두되었는데, 웨스트버지니아 파커스버그에 위치한 미 공공부채국(U.S. Bureau of the Public Debt)은 늘어나는 정부부채 문제를 다루기 위해 신규로 공무원을 대거 채용했다. 법률과 규칙이 갈수록 증가해서 미국의 주권자는 국민이 아니라 규제자(regulators)라고 할 만하다. 정부기관의 회계는 우스울 정도로 제멋대로 이루어지고 있어 예산낭비가 심각하다. 정부기관 공무원들의 집무시간은 짧고 일찍 은퇴해도 연금을 받게 되어 있다. 정부뿐 아니라 미국민도 빚에 허덕이고 있다. 2007년 기준으로 평균 가계는 소득의 170%에 달하는 부채를 지고 있다.

미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제조업의 비중은 1947년에 25.6%에서 2008년에 11%로 떨어졌고, 회계 보험 등 전문서비스업은 같은 기간에 13.9%에서 33.5%로 늘어났는데. 전문서비스업이 증가하게 된 것은 주로 정부 규제에 부응하기 위함이었다. 오늘날 미국에는 실수요 보다 훨씬 많은 주택이 있기 때문에 향후에 주택수요가 늘어날 리 없고 주택가격이 다시 올라갈 가능성은 없다. 

미국은 서유럽을 닮아가고 있다. 오늘날 그리스는 서유럽의 말로(末路)를 잘 보여준다. 그리스의 부채율은 GDP의 125%이고, 이탈리아는 117%에 달한다. 2030년이 되면 그리스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5%가 될 것이다. 서유럽 다른 나라들도 그리스가 가는 길을 따를 것이고 다음은 일본과 미국이 그 길을 갈 것이다. 재정이 건전하다는 독일은 인구 감소가 불가역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독일 여성 셋 중 한 명은 아예 아이를 갖지 않는다. 독일의 노동인력은 수십 년 내에 30% 감소할 것이다.

젊은 세대가 부모에 의존하는 사는 기생 현상이 유럽과 캐나다 등에 일어나고 있다. 이탈리아에선 18세-39세에 이르는 열명 중 일곱 명이 그들의 부모와 같이 살고 있으며, 캐나다에선 25세-29세 사이의 남성의 31%가 부모와 같이 살고 있다. 부모 세대 보다 교육을 잘 받은 자식세대가 직장을 찾지 못하고 나이 30이 되도록 부모에 매달려 사는 경우가 흔하다.

미국이 안고 있는 또 다른 문제는 교육이다. 1940년에 미국민의 다수는 중학교 졸업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오늘날 18세-24세 인구의 40%는 대학에 등록을 하고 있다. 대학 교육의 만연으로 인해 젊은이들의 사회 진출이 늦어지고 이로 인해 결혼도 늦어지고 자식을 갖지 않거나 늦게 갖게 되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남성이 여성화하는 현상도 심해지고 있다. 타이타닉이 침몰할 때 성인 남성들은 여성을 구명정에 태우고 자신들은 배와 함께 바다 깊이 사라졌다. 1994년에 침몰한 에스토니아호(號)에는 승객 1.051명이 타고 있었는데 구조된 139명의 대부분은 젊은 남성이었다. 서유럽 문명에 자리잡고 있었던 기사도 정신은 이미 사라져 버렸다.

저자는 미국의 쇠락은 불가피하고 불가역적이라고 본다. 농업생산력은 좋아 졌지만 농업 종사자 숫자는 대폭 줄어 들었다. 한때 세계 자동차 산업의 중심이었던 디트로이트는 죽은 도시가 되고 말았다. 한때 미국의 주축이던 농업과 제조업은 더 이상 미국인들에게 직장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 남성의 2/3가 과(過)체중이고, 미국인의 평균 체중은 서(西)사모아와 쿠웨이트에 이어 세계 3위를 차지하고 있으니 병적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문화 다양성’이란 이념의 포로가 된 유럽에선 이슬람화 현상이 진행되고 있다. 한때 동성애자들의 숙소로 유명했던 암스테르담의 레인보우 팰리스라는 호텔은 경영란 끝에 이슬람 여행객을 위한 숙소로 바뀌고 말았다. 동성애와 마약을 합법화하는데 앞장섰던 화란의 이슬람화 현상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미국이 몰락한 후의 세계는 바로 이런 세계가 될 것이라면서 저자는 미국이 정부기관을 축소하고 규제를 줄이고 경쟁을 촉진하는 등 미국이 원래 갖고 있던 덕목을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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