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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케이건, 미국이 만든 세계 (2012년)
작성일 : 2013-04-19 10:56조회 : 3,954


로버트 케이건, 미국이 만든 세계 (2012년, 알프레드 노프, 149쪽, 21달러)

Robert Kagan, The World America Made (2012, Alfred A. Knopf, 149 pages, $21.00)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실패, 그리고 경제위기로 인해 미국은 더 이상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는 분위기가 미국 내에 팽배해 있다. 이에 대해 로버트 케이건은 미국이 오늘날의 세계를 만드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으며, 미국은 그러한 역할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이 책에서 주장하고 있다.

오늘날 세계 여러 나라가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와 경제적 번영, 그리고 평화는 미국의 힘과 영향력에 힘입은 바가 크다. 미국은 어느 다른 민주국가 보다 대외정책에 있어 전쟁을 정당하고 필수적인 수단으로 보아왔기 때문에 미국은 제국주의자로 보인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미국은 ‘내키지 않아하는 양심적인’(‘reluctant, conscience-ridden’) 제국주의자이다. 미국민은 2차 세계대전 후에야 비로서 자국이 글로벌 리더 역할을 하는데 동의했다. 미국은 머뭇거리다가 공격적으로 되고, 조용히 있다가 갑자기 행동을 취하는 변화가 심한 나라다. 윈스턴 처칠은 “미국은 거대한 보일러 같아서 조용하다가도 불이 붙으면 갑자기 분출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여러 나라에 민주주의를 뿌리 내리게 했다. 197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까지 120개 국가가 민주주의를 시행하게 되어 전세계 인구의 50%가 민주주의를 향유하게 되었다. 1980년대에 미국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그레나다와 파나마에 침공했고, 중남미 국가와 한국에 영향력을 행사해서 민주주의를 증진시켰다. 민주국가는 다른 민주국가와 전쟁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으며, 민주국가는 자유경제체제를 선호할 가능성이 많다. 발전된 국가들 사이의 전쟁은 쌍방을 파괴하기 때문에 강대국 간의 전쟁은 자체가 비합리적이다. 미국은 종종 외국에 군사적 개입을 했지만 그럴 때마다 다른 나라에 비해 폭 넓은 동의를 얻었다. 미국이 군사력을 사용하는 경우는 자신의 편협한 이익을 지키기 위함이 아니라 다른 민주국가들이 공유하는 질서를 지키기 위함이었다. 

미국이 쇠퇴한다면 그 후의 세계는 어떤 모습이 될까 ? 냉전 종식 후에 미국이 헤게모니를 행사했던 시대가 끝난다고 해도 어느 한 나라가 미국이 했던 역할을 대신할 수는 없다. 포스트 아메리카 시대는 대등한 여러 나라가 장악하는 다극화 시대가 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이 많다. 미국의 지배가 ‘다극화된 조화’(‘multipolar harmony’)로 대체된다고 해서 세상이 보다 더 평화롭고 안전해 지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이 약화되면 러시아와 중국은 지금과는 다른 러시아와 중국이 될 것이다.

냉전이 끝난 1990년대는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의 승리를 구가했고, 이를 두고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역사 발전이 끝났다’(The End of History)고 말했다. 미국이 지배하던 시대가 끝나고 국제법과 국제기구가 지배하는 세계가 온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미국을 대체할 국제법과 국제기구는 세계 질서를 지키기에는 너무 약하다. 유럽연합은 이 점에 있어서 하나의 경고가 될 수 있다. 유럽연합은 칸트의 항구적 평화론에 가장 근접한 조직이지만, 스스로 무장을 해제한 포스트 모던한 유럽이 규칙에 의해 움직이지 않는 현실 세계에서 얼마나 잘 해낼 지는 알 수 없다. 

과연 미국은 쇠퇴하고 있는가 ? 미국의 쇠퇴가 불가피하다면 미국과 다른 나라들이 이에 대비할 수 있는가 ? 9-11 이후의 잘못된 대응과 이로 인한 세계 여론의 악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힘든 전쟁, 막대한 재정적자 등으로 인해 미국은 어려운 입장에 처해 있다. 미국의 영향력은 중국, 아랍국가들, 그리고 북한에 대해서 현저하게 떨어져 버렸다. 그럼에도 어느 나라가 쇠퇴의 길에 접어 들었는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무엇보다 강대국은 결코 하루아침에 쇠퇴하지 않는다. 대영제국이 쇠퇴하는 데도 수십 년이 걸렸다. 2008년 경제위기 후 미국 경제가 쇠퇴기에 접어 들었다는 주장은 힘을 얻고 있지만, 미국 경제는 1890년대, 1930년대, 그리고 1970년대에도 길고 깊은 경제위기를 경험했다. 1969년에 미국은 전세계 경제생산의 1/4을 차지 했는데, 지금도 그 점은 다르지 않다. 중국, 인도, 그리고 동아시아 국가의 경제성장은 괄목할 만하지만 이들은 유럽과 일본이 쇠퇴한 부분을 차지한 것이다.

강대국의 조건은 강력한 군사력이다. 미국은 아직도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유지하고 있다. 오늘날 미국은 연간 6,000억 달러를 군사비로 지출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을 제외한 다른 모든 나라들이 군비에 쏟는 비용보다 더 많은 액수이다. 이 액수는 미국 전체 국가 총생산량의 4%인데, 1950년대에는 그것이 10%, 그리고 1980년대에는 7%였다. 미국의 군사적 능력은 정면 전쟁에서 어느 나라에든 승리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중요하다. 강력한 군사력을 갖고 있음에도 미국은 세계에서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비판도 있는데, 이는 잘못된 향수(鄕愁 : 노스탈자)에 근거한 것이다. 돌이켜 보면 미국이 세계에서 영향력을 상실할 것이라는 우려는 언제든 있었다. 미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공산화되었고, 미국은 서유럽에 대해서도 뜻대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 ‘추악한 미국인’ 같은 베스트 셀러 소설이 있었듯이 미국에 대한 비난은 언제든지 있었지만 그럼에도 미국 문화는 세계에 영향을 주었다.

미국의 영향력이 최저점에 처했던 시기는 1979년이다. 카터 행정부는 에너지 위기와 이란 사태에 대해 무력했다. 1987년에 폴 케네디는 “제국화(imperial outstretch)한 강대국은 쇠퇴한다면서 미국이 그 첫 케이스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1995년에 찰머스  존슨은 “미국이 냉전에서 승리했지만 그 과실은 일본이 거두어갔다”고 했다. 찰머스 존슨의 책이 잉크도 마르기 전에 일본 경제는 끝없는 쇠퇴의 길로 빠져들어 갔고, 미국은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 세계에 뜻한 대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클린턴 행정부가 시도했던 중동 평화협상은 실패했고 중동에는 반미감정이 팽배해졌다. 새무엘 헌팅턴은 미국이 세계에서 비난 받는 ‘외로운 초강대국’이라고 지적했다. 오늘날 미국은 많은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갖고 있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부분에서 실패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오늘날 미국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거대하지만, 냉전 시대에 겪었던 어려움에 비할 것은 아니다. 오늘날 국민 총생산량의 4%를 쓰는 국방비는 감당하기 불가능한 비용은 아니다. 군사력은 분쟁을 억제해서 위험 발생을 감소시키기 때문에 저축과 같은 성격을 갖고 있다. 오늘날 미국이 당면한 경제적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가 더 큰 과제이다. 2011년 조사에 의하면 미국인 중 단지 11%만 오늘날 상황에 만족한다고 답했는데, 1992년과 1979년에도 그 비율은 각각 14%와 12%에 불과했다. 과거에도 미국은 어려운 시절이 많았으며, 이를 극복함으로써 더욱 강해지고 건강해졌다.

결국 미국의 앞날은 미국인들에게 달려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미국을 뒷받침해 온 정치 경제 안보의 세 축(軸)을 강화해야 한다. 근래에는 소프트 파워와 스마트 파워가 더 중요하다고 하지만 군사력 같은 하드 파워의 중요성은 여전하다. 미국인들은 파워와 인간의 본성, 그리고 신념과 파워가 국제질서에서 작용하는 데 있어서 변치 않는 진실을 직시하여야 한다. 미국인들은 과거에 얽매여서는 아니 되지만 역사를 알아야 한다. 많은 결점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만든 세계는 인류역사에 있어서 뛰어난 이변이라고 할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언젠가는 그런 세계가 허물어져 가고 미국은 속수무책이겠지만, 오늘날 미국은 선택을 할 수 있다.

( c ) 이상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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