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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앨리슨, 금융위기와 자유시장 치유법 (2013년)
작성일 : 2013-06-21 10:17조회 : 3,607


존 앨리슨, 금융위기와 자유시장 치유법 (맥그로 힐, 2013년, 278쪽, 28달러)

John A. Allison, The Financial Crisis and the Free Market Cure
                      (McGraw Hill, 2013, 278 pages, $ 28.00)

세계 경제는 2007-2008년 금융위기의 여파를 아직 벗어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시티그룹 등 초대형 금융회사들이 파산 위기에 처하고 이를 정부가 구제하게 된데 분노하는 사람들은 이런 위기가 금융기업의 탐욕과 정부의 규제완화 때문이라고 본다. 하지만 시장주의자들은 금융위기는 정부규제가 초래한 것이기 때문에 시장경제와 자본주의 원칙을 살려야만 근원적 해결이 가능하다고 보는 데, 평생 금융업에 종사한 존 앨리슨이 펴낸 이 책은 그런 주장을 설득력 있게 전파하고 있다. 

존 앨리슨은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을 졸업한 후 BB&T(Branch Banking & Trust)에 입사해서 평생을 근무했고, 20년 동안 CEO를 지내다가 2008년에 은퇴했고, 2012년부터는 케이토 연구소(Cato Institute) 대표를 맡아 오고 있다. 그가 CEO로 있던 20년 동안 BB&T는 급성장해서 지금은 자본규모 상위 10위의 건실한 종합금융회사가 됐다. 특히 BB&T는 2007~08년 금융위기에 영향을 받지 않을 정도로 건실한 경영을 해서 주목을 샀다. 저자는 금융위기는 연방정부가 재정정책을 통해 화폐와 금융에 깊이 간여해서 비롯된 것이라면서, 자유시장경제로 돌아가야만 미국과 세계를 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오늘날 금융업은 가장 규제를 많이 받고 있는 사업이지만 가장 많이 실패하는 사업이고, IT 사업은 규제가 가장 적지만 매우 성공적인 사업임을 비교해서 지적하면서 저자는 금융업에 대한 규제가 부족해서 금융위기가 발생했다는 말은 신화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2007~08년에 발생한 금융위기와 근래의 심각한 불경기(Great Recession)은 주택에 대한 대규모 잘못된 투자(misinvestment)가 주된 원인이다. 경제적으로 볼 때 주택에 지출을 하는 것은 투자가 아니라 소비이다. 주택은 주거하는 공간이고 2차적으로 생산을 하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주택은 일자리를 창출하지 않는다. 반대로 일자리가 주택을 창출하는 것이다. 자본을 투자에 쓰지 않고 소비에 쓰면 미래가 어두워 진다. 미국은 근래에 주택에 많은 자본을 투입해서 주택 과잉을 초래했고 많은 사람들이 제조업이 아닌 주택공급에서 일을 했다. 쇼핑 센터 같은 상업 건물에도 과잉투자가 이루어졌다. 이런 거품이 10년 이상 있어와서 수백만 근로자들은 더 이상 필요치 않은 기술을 배웠다. 이 같은 자원의 잘못된 배분(misallocation)은 경제운용에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해서 야기된 것이다. 시장은 부단하게 잘못을 범하지만 또 스스로 시정을 해 나간다. 하지만 시장이 이렇게 큰 규모로 잘못된 데는 정부의 개입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미국의 금융이 이렇게 된 데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The Federal Reserve : Fed), 연방예금보험공사(The Federal Deposit Insurance Company : FDIC), 연방주택금융공기업인 패니 매(Fannie Mae)와 프레디 맥(Freddie Mac), 그리고 증권거래위원회(The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 SEC) 같은 연방정부기관의 책임이 크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연방예금보험공사

연방정부의 개입이 없으면 오늘날 이런 규모의 집값 거품이 발생할 수가 없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통화를 너무 많이 공급해서 이런 일이 생긴 것이다. 1913년에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생김으로써 연방정부가 통화체제를 움직이게 됐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정치적으로 독립되어 있고 금융업계를 대표하는 1명이 이사로 임명되도록 되어 있다. 대부분의 이사는 정치적 연고로서 임명되어 왔다. 1800년대 말에서 1900년대 초까지 미국 경제는 호황과 불황을 경험하면서 고도성장을 해왔다. 이 기간에 대공황(The Great Depression) 같은 일은 생기지 않았다. 1929년 주가 폭락이 대공황으로 발전한 데는 당시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 상당한 책임이 있음은 이제 이사회 자체가 인정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대공황을 야기한 데 책임이 있다는 주장은 밀튼 프리드먼이 처음으로 제기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생기기 전에는 연방정부가 돈을 빌리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생기자 연방정부는 정부 지출을 늘여서 부채를 늘릴 수 있게 됐다. 정부에 돈을 빌려주는 채권자는 정부가 발권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급불능 상태에 빠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게 됐다. 정부가 통화공급을 늘리면 인프레가 생기고 그러면 시장의 이자율이 올라간다. 반면에 디플레가 생기면 통화가치가 올라가서 부채가 많은 연방정부는 상환해야 하는 부채가 늘어난다. 이래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디플레 위험을 극도로 경계하기 마련이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최근 수십 년 동안 대형은행이 보다 많이 대출을 하도록 부추겼으며, 경기침체기에 이들 은행이 곤란해 지면 구제금융을 주어서 문제를 해결해 왔다.

1990년대 초부터 2007년까지 미국 경제는 오직 경미한 조정만을 겪었는데, 경기가 조금이라도 나빠질 조짐이 보이면 앨런 그린스펀이 이끄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개입해서 경기를 끌어 올렸기 때문이다. 은행과 기업들은 경기가 조금만 나빠지면 앨런 그리스펀이 통화공급을 늘리고 이자율을 낮추어 경기를 끌어 올릴 것으로 생각하게 됐다. 2000년대 초에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대공황 초기에 그들이 범했던 실수를 다시 범했다. 1920년대에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통화공급을 늘려서 거품을 키웠고, 주식시장이 폭락하자 통화공급을 급격히 줄여서 대공황을 야기했다. 연방정부가 엄청난 부채를 지고 있음을 잘 아는 그린스펀은 물가가 떨어지는 디플레를 원치 않았다. 그린스펀은 통화공급을 늘려서 디플레를 막았다. 물가가 떨어지지 않고 현상을 유지하자 중국은 값싼 노동력을 무기로 미국에 수출을 늘릴 수 있었다. 통화공급이 증가하자 미국 사람들은 필요하지도 않은 집을 빚을 내서 샀다.

2000~03년간 연방준비제도이시회는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를 운영했다. 금융투자자는 2% 이자로 돈을 빌렸지만 인프레가 3%에 달해서 돈을 빌리고자 하는 심리적 분위기가 조장됐다. 그린스펀을 믿은 은행들은 채권투자를 늘였다. 하지만 2006년 초에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된 벤 버냉키는 이자율을 인상해서 단기 이자율이 장기 이자율 보다 더 높은 상태를 초래했다. 이는 곧 경기침체를 불러왔고 은행들은 채권 투자에서 손실을 보기 시작했으며,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보다 위험한 투자를 하게 됐다. 은행들은 5.25%에 달하는 고금리에 적응할 수 없었고, 결국 2007년 말부터 대경기침체(Great Recession) 국면에 접었다.

돌이켜 보면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중요한 경제변동기에 항상 잘못된 결정을 했다. 통화가치를 정부 규제자가 정한다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하이에크가 말한 엘리트의 ‘치명적 자만(fatal conceit)’에 빠져있다. 실물경제로부터 유리되어 있는 이사회 멤버들은 수학모델에 의존하는데, 이런 모델은 경제활동에 있어서 인간적 요소를 감안하지 못하는 중대한 결점이 있다. 그린스펀은 그가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되기 전에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를 폐지하고 금 본위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1930년부터 은행이 파산하기 시작하자 예금자를 보호하기 위해 1934년에 설치됐다. 이 공사가 보호하는 예금액은 점차 인상되어 작금의 금융위기가 시작될 때에는 1인당 100,000달러이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통과된 불량자산구제계획(The Troubled Asset Relief Program : TARP)은 예금자 1인당 보호액수를 250,000달러로 올렸고, 요구불 예금은 무제한 보호해 주기로 했다.

FDIC는 은행들이 연방정부 기구에 강제로 드는 예금보호 보험이다. 과거에는 저축대출회사(savings and loan company)들은 별도로 연방저축대출보험공사(The Federal Savings and Loan Insurance Corporation : FSLIC)에 들도록 되어 있었는데, 저축대출회사들이 대거 파산해서 FSLIC는 3,000억 달러 손실을 보고 FDIC에 합병되었다. FDIC는 원천적으로 수익성이 좋은 성실한 은행이 보험료를 내서 불량은행의 손실을 보전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FDIC 덕분에 은행은 위험한 대출과 투자에 나서게 하며, 이로 인해 은행의 몰락을 조장하는 부작용이 있다. FDIC가 없다면 대형은행이 자금을 조성해서 위험이 높은 대출에 나서는 일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와 연방예금보험공사는 정부기관이다. 규제기관인 이들은 은행이 위험에 처하면 이를 미리 알아서 예방해야 한다. 하지만 이들은 단 한번도 그런 일을 해 본 적이 없다. 이들은 항상 은행이 망한 다음에 뒤처리를 할 뿐이다. 이러한 정부 조직은 매우 관료적이기 때문에 우수한 인재들은 이런 데서 일을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공무원들의 보수는 동급의 민간 보수보다 20~30% 높다.

주택정책과 비우량 부실자산 

1930년대부터 미국 정부는 주택을 보급하는 정책을 수립했고, 수십 년 간에 걸쳐 주택에 대한 정부 보조가 점차 증가해서 결국에 주택 거품을 야기했다. 존슨 대통령이 추진한 ‘위대한 사회’(The Great Society) 프로그램은 저소득층과 소수인종들이 주택을 구입할 수 있도록 보조금을 증가시켰다. 1968년에 제정된 공정주택법(The Fair Housing Act)은 주택구입에서 차별을 금지한 것인데, 이로 인해 은행은 저소득층과 소수인종에 대한 주택대출을 증가시켰다. 1977년에 제정된 지역공동체 재투자법(The Community Reinvestment Act)은 소수인종이 거주하는 도심지역에 은행이 보다 많이 대출을 하도록 했다. 상환능력이 부족한 주택구입자들에 대한 대출이 폭증했고, 결국 은행의 안전성이 위협받게 됐다.

흑인 등 소수인종 인권단체들은 지역공동체 재투자법을 들어서 은행에 대해 소수인종 주택구입자에 대한 대출을 증가하도록 압력을 넣었다. 1992년 대선에서 흑인 유권자들의 지지에 힘입어 당선된 클린턴 대통령은 은행에 대해 이런 주택대출을 증가하도록 노골적으로 압력을 넣었다. 은행들은 위험도가 높은 주택구입자들에 대한 대출을 늘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해서 은행들이 비우량 대출(subprime loan)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다. 클린턴 행정부 들어서 주택도시개발부는 프레디 맥(Freddie Mac)과 패니 매(Fannie Mae)로 하여금 주택 대출의 50%를 소수인종 주택구입자에 배정하도록 했고, 이렇게 해서 프레디 맥과 패니 매도 비우량 대출에 적극 나서게 됐다.

프레디 맥과 패니 매는 정부 보조로 운영되는 공기업으로, 원래 태어나서는 안 되는 조직이다. 프레디 맥과 패니 매는 정부 보조금을 무기로 주택금융시장을 지배하게 되었다. 2002년 들어서 월드컴과 엔론의 회계조작 문제가 불거져 나오자 프레디 맥과 패니 매도 그들의 회계처리를 자체 검사하게 됐다. 임원들에 대한 과다한 보너스 지급 등 문제점과 더불어 천문학적 고위험 대출로 인해 위험도가 매우 높음이 알려지게 됐다.

통상적으로 은행은 예금 대 대출의 비율을 1 대 10으로 유지하는 데 비해 프레디 맥과 패니 매는 통상적으로 1 대 75로 유지해 왔다. 하지만 주택금융 파열이 우려될 시점에 프레디 맥과 패니 매의 이 비율은 1 대 1,000 대으로 밝혀졌다. 이런 상황은 정부의 지급보증이 없이는 이루어 질 수 없다. 프레디 맥과 패니 매는 그들이 갖고 있는 채권을 전세계 금융기관에 팔았는데, 금융기관들은 이 두 회사를 미국 정부가 보증한다고 생각하고 이를 사들였다. 만일에 두 회사가 파산한다면 세계는 금융파탄을 맞는 것이 불을 보듯 뻔했다. 미국 재무부는 두 회사의 채무를 보증할 수 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미국 납세자들은 5조 5,000억 달러에 달하는 부채를 떠안아야만 했다. 두 회사가 갖고 있는 불량채무만 해도 2조 달러를 상회한다. 

유동성 위기인가, 부실 위기인가 ?

1930년대 초 대공황 초기에 있었던 금융기관의 위기는 부실(insolvency)이 아니라 유동성(liquidity)의 문제였다, 하지만 2007~08년의 위기는 본질적으로 부실의 위기였다. 그럼에도 대공황을 연구한 교수 출신인 벤 버넹키 의장은 2007~08년 위기를 유동성 위기로 생각했다.

주택거품이 터지고 주택가격이 15~20% 하락하고, 심지어 30%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은행들은 자신들의 자본이 1,000억 달러에서 2,000억 달러까지 잠식될 것임을 알게 됐다. 이렇게 되면 이들은 1조 달러에서 2조 달러에 이르는 유동성을 잠식당하게 된다. 2008년 3월, 미국에서 6번째로 큰 은행인 워싱턴 뮤추얼(Washington Mutual)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자 연방예금보험공사, 연방준비제도이사회 그리고 재무부는 워싱턴 뮤추얼을 JP 모건-체이스가 인수하도록 하고 예금 전액을 지급하도록 결정했다. 정부가 예금자보호 제도 자체를 부인한 것인데, 대량 예금인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연방정부는 자신들이 입은 손실을 워싱턴 뮤추얼이 발행한 채권을 소유한 채권자들과 함께 회복하려고 했다. 이렇게 해서 워싱턴 뮤추얼에 대한 일반 채권자들은 그들이 입어야 할 손실 이상으로 손실을 입었다. 이 같은 조치로 인해 워코비아(Wachovia)가 쓰러졌다. 워코비아의 채권자들은 워싱턴 뮤추얼에서 연방정부가 채권자를 대하는 모습을 보고 채권회수에 나섰고, 워코비아는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무너졌다. 이처럼 부시 행정부와 오바마 행정부는 주택가격 하락에서 비롯된 금융위기를 계속 악화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복잡하고 오래 걸리는 주 법원에 의한 경매절차도 주택 소유자들이 아예 대출금 상환을 포기하도록 하는데 기여했다.

신용평가기관의 실패

2008년 금융위기의 전조는 2006년부터 시작된 비우량 주택 모기지(subprime mortgage) 시장의 붕괴였다. 2006년부터 주택가격 하락과 더불어 비우량 모기지 증권 가격이 붕괴하기 시작했다. 상환능력이 부족한 주택구입자에게 주택담보대출(모기지)을 해 준 금융기관은 그들의 채권을 증권화해서 투자은행을 통해 연기금, 채권 펀드, 다른 은행 등 전세계 금융기관에 팔았다. 미국의 3대 신용평가회사 스탠다드 앤드 푸어(S&P), 무디스, 그리고 핀치가 이런 채권이 우량이라고 판정했고, 이를 믿은 전세계 금융기관들은 이를 사들였다. 3대 신용평가회사가 이렇게 잘못 판단한 것은 이들이 사용하고 있는 수학 모델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이들은 주택가격이 상승했던 2003~05년 동안의 신용도를 가중평가하는 초보적 실수를 범했다. 많은 금융기관들은 신용평가기관의 평가만 믿고 자체적 분석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량채권인지 모르고 이런 채권을 사들였다.

주택구입자들이 다운 페이가 없이 이자의 일부를 5년 등 일정기간 동안 내면 주택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한 신형 모기지도 모기지 위기를 부추겼다. 이렇게 집을 사면 5년 후에 구매자는 빚이 더 늘어나는데, 그 사이에 집값은 폭락해 버렸다. 워싱턴 뮤추얼, 워코비아, 칸츄리와이드(CountryWide) 등이 이런 식으로 대출을 많이 해 주어서 결국  망하고 말았다.

프레디 맥과 패니 매

미국의 주택대출은 오랫동안 변함이 없이 안정적으로 운영되어 온 시장이었다. 통상적으로 집을 사는 사람은 집값의 20%를 다운 페이로 지급하고 나머지 80%는 원금과 고정 이자를 30년 동안 나누어 갚아나갔다. 1970년대 초반까지 대출 이자율은 대략 8% 정도로 안정되어 있었다. 주택대출을 주로 했던 금융기관은 지방의 군소 저축대출회사(savings and loans company)였다. 그러나 이 후의 정부정책으로 인해 그 많던 저축대출회사들은 1999년에는 아예 절멸되어 버렸다.

1960년대 중반에 베트남 전쟁을 치르면서 존슨 대통령은 세금을 올리는 대신에 통화를 찍어서 전쟁비용을 조달했다. 닉슨 대통령도 같은 길을 갔고 급기야는 달러화에 대한 금태환(金兌換)을 중지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이렇게 해서 미국 정부가 달러를 찍어 내자 인프레이션이 생겼다. 1981년 레이건 행정부가 들어선 후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인프레가 위험수위에 있다고 판단해서 이자율을 21%로 올렸다. 그러자 8% 내외의 고정 이자율로 장기 주택대출을 해 준 저축대부회사들은 위기에 몰렸다. 경제가 조정 국면에 들어가서 대출금 상환을 못하는 주택구입자들이 늘어났다. 저축대출회사들이 무너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연방저축대출보험공사는 엄청난 손실을 입으면서 무너진 이 회사들의 손실의 상당부분을 감당했는데, 결국은 납세자 돈으로 손실을 부담한 셈이다.

주택 모기지를 담당해 오던 저축대출회사들이 이렇게 무너지자 공기업인 패니 매와 프레디 맥이 주택 모기지 시장의 공백을 메웠다. 정부의 뒷받침을 갖고 있는 패니 매와 프레디 맥은 1 대 50 예대율로 대출을 했고, 급기야는 1 대 1,000 예대율을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이 두 공기업은 정부를 등에 없고 모기지 시장을 장악해서 다른 금융회사들의 시장을 앗아 갔다. 이렇게 해서 괴물처럼 커 버린 패니 매와 프레디 맥이 이제 무너진 것이다. 엔론과 월드컴의 회계조작 사건 이후 통과된 사베인스-옥슬리법(The Sar banes-Oxley Act)으로 회계기준이 엄격해 진 것도 패니 매와 프레디 맥 같은 초대형 금융회사에게는 감당할 수 없는 부담을 주었다.

금융기업에 대한 규제완화가 금융위기를 초래했다 ?

2007~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금융업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어서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금융업에 대한 규제는 결코 완화(deregulate)되지 않았다. 잘못된 규제(misregulation)가 있었을 뿐이다. 부시 행정부는 기업 회계공개에 있어 사생활을 보호해야 한다는 사생활법(The Privacy Act)과 회계를 투명하게 하기 위한 사베인스-옥슬리법을 제정했고, 9-11 후 제정된 애국법(The Patriot Act)은 테러 단체에 대한 자금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를 규정했다. 이로 인해 은행과 기업들은 엄청난 부담을 떠안게 되었다. 예를 들어서 금융회사들은 애국법에 규정된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50억 달러를 추가로 지출했다. 그러나 이렇게 해서 미국이 테러로부터 더 안전해 졌다는 증거는 없다. 마찬가지로 사베인스-옥슬리법으로 인해 미국 기업이 더 건전해 졌다는 이야기도 없다. 단지 법의 규제를 맞추기 위해 추가적으로 비용이 들어갔을 뿐이다. 미국의 금융회사들이 잘못된 규제를 적용 받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인 것이다.

증권규제위원회(The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는 금융시장과 주식시장을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많은 규제를 한다. 그러나 증권규제위원회는 엔론, 월드컴, 패니 매, 프레디 맥 등 대형 사기와 부도위험을 예방하지도 못했고 예고하지도 못했다. 증권거래위원회는 S&P, 무디, 그리고 피치를 신용평가기관으로 지정해서 이들의 판단이 항상 가장 정확한 것처럼 공인했다. 그러나 이들은 패니 매와 프레디 매 등이 발행한 주택 모기지 채권에 대해서 완전히 오판했다. 증권규제위원회의 관료들은 기업과 은행에 오래 근무한 사람들이 갖고 있는, 경험에 근거한 판단능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 수학적 모델을 너무 신뢰하는 이들은 실물경제를 잘 알지 못한다. 

시장은 불완전하지만 패닉은 금물(禁物)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학자들은 시장이 완전치 못하다고 자유시장경제 자체를 공격했다. 물론 시장은 완전치 못하지만 자유로운 시장은 시행착오를 거쳐 스스로 보완해 나가는 능력이 있다. 대학과 정부기관에 있는 이른바 엘리트들은 자기들이 경제를 구할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 하지만 만일에 그들이 사업을 하면 확실히 망할 것이다. 자유시장경제는 항상 배우고 스스로 보완해 나가는 과정이다. 시장경제가 보다 잘 기능하기 위해선 워싱턴 뮤추얼, 칸트리와이드 같은 금융회사가 망했어야 한다.

자유시장경제에 있어 불황(recession)은 불가피한 과정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경제가 더욱 강해지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에 대해 패닉을 하면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 2007~08년에 비하면 1980년대 초 미국 경제의 상황은 더욱 나빴다. 당시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이자율을 21%로 높게 정했고, 이로 인해 중소 은행이 많이  무너졌다. 당시 연방예금보험공사는 이런 현상이 패닉으로 번지지 않도록 노력했다. 이에 비하면 2008년에 정부 자체가 패닉에 빠져서 일을 처리했다. 2008년 3월, 정부 금융당국은 베어 스턴스(Bear Sterns)에 구제금융을 주어서 JP 모건-체이스에 인수시켰는데, 이 조치는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주었다. 지급불능상태에 빠져있던 레만(The Lehman Brothers)은 자기들도 구제 대상이 되는 줄 알고 있었는데, 당국은 레만에 대한 구제를 거부했고 레만은 그 해 9월에 파산했다. 또한 당국은 워코비아는 망하도록 두었지만 그 보다 재정상황이 훨씬 나쁜 시티그룹(Citi Group)에는 구제금융을 주었다. 시티그룹이 워코비아를 인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았는데, 그러자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결국 워코비아는 웰스 파고(Wells Fargo)에 인수되었는데, 이로 인해 금융당국자들은 무능할뿐더러 믿을 수도 없음을 잘 보여주었다.

당시 재무장관이던 행크 폴슨과 연방준비제도이사회 버냉키 의장은 도무지 전략을 갖고 있지 못했다. 폴슨은 프레디 맥과 패니 매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음이 알려지기 직전까지 이들이 재정적으로 건전하다고 주장했다. AIG와 골드먼 삭스(Goldman Sachs)는 구제하고 레만은 망하게 둔 것은 폴슨 장관의 개인적 선호 외에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폴슨과 버냉키가 결국 내놓은 안은 7,000억 달러 규모의 불량자산구제계획(The Troubled Asset Relief Plan : TARP)이었다. 부시 대통령은 이 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않으면 서구 문명이 위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이런 말을 들은 미국민들은 패닉했고, 건전한 금융회사마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불량자산구제계획(TARP)

2008년 가을에 통과된 불량자산구제계획(TARP)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은행으로부터 불량 자산을 사들여서 이들 은행의 유동성을 확보해 주자는 것이 원래 의도였다. 그러나 이는 실현할 수 없는 발상일 뿐이다. 우선 불량자산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있다. 만일에 준비제도이사회가 불량자산을 시장가격으로 사들인다면 이런 자산을 파는 은행은 전부 문을 닫게 될 것이다. 결국 준비제도이사회는 시장가격보다 비싸게 이런 자산을 사들이는 것이고, 이는 곧 납세자의 돈으로 실패한 은행을 보조하는 데 불과하다. 결국 TARP로 득을 보는 기관은 주택구매자에게 직접 대출을 해 준 상업은행(commercial bank)이 아니라 이런 모기지에 투자를 한 대형 투자은행(investment bank)인데, 이를 구상한 행크 폴슨 재무장관은 평생 동안 투자은행에서 일을 한 사람이다. 더구나 TARP는 보험회사인 AIG와 GM의 신용판매회사인 GMAC에게도 구제금융을 주었는데, 은행이 아닌 이런 기업을 구제하는 것이 은행 시스템을 구하는 것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벤 버냉키와 행크 폴슨은 TARP 자금을 마음대로 지출했는데, 국민세금을 이렇게 임의로 사용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 TARP는 또한 GE의 금융 자회사인 GE 캐피탈에게도 구제금융을 허용했다. GE 캐피탈은 나중에 융자 받은 돈을 반납했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서 GE 주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부당한 이익을 얻었다.

반면에 TARP는 건전한 은행에게는 매우 나쁜 영향을 주었다. 정부가 불량은행을 구제하는 덕분에 건전한 은행이 고객을 끌어 모을 기회는 상실되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시티 그룹, 뱅크 오브 아메리카, 웰스 파고, 골드만 삭스, JP 모건- 체이스, 그리고 모건 스탠리는 ‘너무 커서 망할 수 없는’ (too big to fail) 은행으로 인정받게 되었으니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초래한 것이다. 실제로 시티 그룹은 이미 3번에 걸쳐서 구제금융을 받았다. 정부는 이런 대형은행을 번번히 구제해 줄 것이 아니라 분할시켜야 할 것이다. TARP는 좀비 은행을 살려서 건전한 은행에 나쁜 영향을 준 나쁜 제도다.

TARP로 인해 진정한 이득을 본 집단은 구제금융을 받은 은행과 기업의 노동조합이다. GMAC는 GM 자동차를 팔기 위해 다운 페이가 없는 100% 대출을 7년간에 걸쳐 해 주었다. 3년이 지나면 자동차의 가치는 아직 갚아야 하는 돈 이하로 떨어지고 대출금을 내지 못하는 경우에 GMAC가 자동차 소유권을 확보한다고 해도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하게 된다. GMAC의 이 같은 대출영업은 자멸적인 것인데, 이를 구제해 줄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 1979년에 구제금융을 받은 크라이슬러는 잠시 회복했다고 다시 경영이 나빠져서 이탈리아의 피아트로 경영권이 넘어갔다. 1979년 당시 크라이슬러가 시장 법칙에 의해 망하도록 두었다면 노조가 없는 미국 기업이 이를 인수했을 수도 있다.

정부가 해야 하는 일

정부가 진정으로 해야 하는 일은 균형예산을 이루는 것이다. 1911년에 미국의 모든 정부(연방정부, 주정부, 지방정부)의 지출은 전체 GDP의 8%에 불과했다. 1961년에는 그것이 25%가 됐고, 2011년에는 38%에 달했다. 이런 결과에 달하게 된 이유는 정부 정책담당자와 교수들이 아직도 케인스의 오류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금융을 바로 잡기 위해선 연방준비제도이사회를 폐지해서 은행업을 사적 영역에 놔두어야 한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를 폐지하지 못하면 최소한 달러를 금본위제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 연방예금보험공사도 폐지하여야 한다. 폐지하기 어렵다면 최소한 지급보증액을 대폭 인하해야 한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금융회사 이외의 기업에 구제금융을 주는 것을 금지시켜야 하며, 프레디 맥과 패니 매는 민영화 하든가 아예 폐쇄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미국은 세금을 낮추고 정부 지출을 줄이고, 사회보장 메디케어 메디케이드 등 기득권이 되어 버린 프로그램을 개혁해야 하고, 정부 규제를 과감하게 간소화하는 등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인간은 원래 이기적인 존재인데, 공공이익이 중요하다면서 이타주의자가 되라고 가르치는 폴 새무엘슨의 경제학 교과서로 공부한 사람들은 이 점을 혼동해서 국민들이 공짜 점심(free lunch)을 기대하도록 만들었다. 우리는 “국민들이 잘못된 윤리규범을 따르면 한때 위대했던 국가도 결국 혼란과 침체로 빠져 든다”고 한 아인 랜드(Ayn Rand)의 경고를 새겨 들어야 한다. 경제위기의 본질은 철학적인 것이다.

( c ) 이상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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