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찰스 머레이, 분열 (2012년)
2014-02-15 22:33 2,145 이상돈


찰스 머레이, 분열 (2012년, 크라운 포럼, 405쪽, 27달러)

Charles Murray, Coming Apart (2012, Crown Forum, 405 pages, $27.00)

찰스 머레이는 현재 미국 기업연구소 연구위원인데, 사회현상에 관한 논쟁적인 책을 여러 권 냈다. 1984년에 나온 ‘근거가 없다’(Losing Ground)는 사회복지가 전체 사회에 마이너스 효과를 가져오며 도움을 주고자 하는 사람들을 오히려 더 불행하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은 사회복지가 도덕적 해이를 초래한다는 레이건 행정부의 입장을 뒷받침했으나 반론이 제기되는 등 파문을 일으켰다. 1994년에는 하버드 대학 교수 리차드 헤른스타인과 함께 ‘벨 커브’(Bell Curve)를 펴냈는데, 인지능력(cognitive ability)이 개인과 사회의 성취력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고 주장해서 역시 논란을 일으켰다. 

70을 넘긴 나이에 펴낸 이 책에서 저자는 1960년 이후 반세기 동안 미국 백인 사회가 신상류층(New Upper Class)과 신하류층(New Lower Class)으로 분열되었고, 이 두 계층은 전혀 다른 사회를 이루고 있어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신상류층이 공공적 의무(civic duty)를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이런 현상이 미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등 반론이 제기되었다.

로버트 라이시 교수는 1991년에 미국의 직업을 통상적 생산직, 대인 서비스직, 그리고 상징분석(symbol-analytic) 서비스직으로 분류하고, 상징분석 직종이란 새로운 계층은 관리자, 엔지니어, 과학자, 교수, 변호사, 언론인, 컨설탄트 등 지능을 사용해서 정보를 처리하는 근로자를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저자는 이와 같은 중상류층을 신상류층(new upper class)으로 부르면서, 이들이야말로 미국의 경제 정치 문화 기구를 움직이는 계층이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과거에 달리 지난 50년 동안에 형성된 새로운 상류층은 성장 배경부터가 서로 공통점이 많은 특징이 있다고 본다.

신상류층

50년 전에는 부자와 보통 사람과의 차이는 부자가 단지 돈이 더 많다는 것뿐이었지만, 이제는 문화 자체가 다르다. 신상류층은 보다 좋은 대학을 나왔고, 휴가를 보내는 방식도 보통 사람들과 다르고, 음식 의복 등 일상생활에서의 문화도 보통 사람들과 다르다. 신상류층은 자식을 갖지 않거나, 갖더라도 늦게 갖고, 또 자식을 키우는 방식도 보통 사람들과 다르다. 신상류층 자식은 끼리끼리만 교류하고 결혼도 그들 사이에서만 한다. 따라서 신상류층은 사회경제적으로 대다수 미국인과 분리되어 있다.

신상류층은 고액 연봉을 받는 금융과 테크놀로지 관련 직업 또는 고급관리직에종사하고 있으며 신경제로 인한 효과를 누리고 있다. 반면 보통 사람들의 삶은 과거와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신상류층은 그들만이 모여 사는 부유한 동네에 거주한다. 이들은 뉴욕, 보스턴, 워싱턴, 샌프란시스코 등 대도시의 특정한 고급 거주지역에 산다. 다른 지역과 달리 이런 지역에는 백인과 동양인의 구성비가 매우 높다. 이들은 조깅, 요가 등 건강에 관심이 많고 쓰레기 분리수거도 잘 한다. 이들은 자신들의 거주지역에 관한 사안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주민 상호간에 유대관계도 강하다. 하지만 이들은 보통 미국인의 삶을 잘 알지 못하고 또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신하류층

미국의 주류는 근로자(working class)였고, 근면과 검약은 미국의 미덕이었다. 1970년대 이 같은 주류는 서서히 사라져버렸다. 고임금이 보장되던 숙련노동직이 사라져 갔고, 그 대신 고용안정이 보장되지 않는 비숙련 노동직이 늘어났다. 이에 따라 미국의 주류이던 백인 남성은 근로의욕을 상실해가고 있고, 그 결과로 소득이 줄어들고 있다. 이로 인해 결혼을 하지 않거나 결혼 후에도 이혼하는 경우가 늘어가고 있으며, 결손가정과 미혼 자녀가 늘어가고 있다. 결손가정이 많아져서 청소년이 범죄에 빠지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데, 실제로 교도소에 수감된 백인들은 대부분 신하류층 출신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모여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해 관심도 없고, 이웃과 유대관계도 없다. 미국 사회의 주축이었던 보통 사람은 사라졌고, 대신에 자신감을 잃어 버린 신하류층이 미국의 다수가 되고 말았다.

왜 문제인가 ?

저자는 미국의 엘리트 신상류층이 공허(hollow)하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자신의 재능을 달러로 환산해서 경제적으로 번창해 지는 데만 관심을 갖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취향에 따라 선거에서 민주당이나 공화당을 찍지만 정치에 간여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들은 세금을 납부함으로써 자신들의 의무를 다 했다고 생각한다.

신상류층이 자신들의 삶에만 관심을 갖는 이 같은 현상이 계속되면 미국은 유럽의 길을 가게 된다. 유럽의 복지국가 모델은 이미 파산상태에 접어 들었으며, 미국은 결코 유럽을 따라가서는 안 된다. 미국은 유럽과 달리 공공정신을 강조하면서 태어난 나라다. 미국은 포스트 모던한 평등주의에 빠져서 도덕적으로 파산한 유럽의 전철(前轍)을 밟아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선 신상류층이 자신들의 삶을 냉정하게 돌아 보아야 한다. 즉, 신상류층이 왜 미국이 특별한 국가였는지를 다시 생각하고 그 책임을 다 해야 한다는 것이다.

( c ) 이상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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