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지네트 코넌, 턱시도 파크 (2002)
2008-02-23 15:05 1,386 관리자


원자탄 개발을 도운 천재적 거부(巨富)

지네트 코넌, 턱시도 파크 (사이먼 앤드 슈스터, 2002,  $26.00)
  Jennet Conant, Tuxedo Park – A Wall Street Tycoon and the Secret Palace of Science that Changed the Course of World War II (Simon and Shuster, 2002 $ 26.00)

‘월 스트리트의 거부와 제2차 세계대전을 바꾼 비밀의 과학 궁전’이란 부제가 붙은 이 책은 1930년대 월가(街)의 실력자였던 알프레드 리 루미스의 생애, 그리고 그가 원자폭탄과 레이더를 비밀리에 개발해서 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끈 숨은 역사에 관한 것이다. 책 제목 ‘턱시도 파크’는 루미스의 웅장한 저택이 있는 뉴욕 주의 지명인데, 그곳에서 루미스는 저명한 과학자들과 함께 비밀무기를 개발했다. 
              부유한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알프레드 루미스는 명문 필립스 고교를 나와 예일대에 진학했다. 그는 예일에서 수학을 전공했는데, 교수들은 그의 탁월한 능력에 감탄했다. 대학 재학 중 그의 부친이 사망했다. 원래 부친과는 그다지 깊은 인간적 관계가 없었던 그는 20년 연상인 사촌형 헨리 스팀슨을 따랐다. 루미스는 대학 졸업 후 하버드 로스쿨에 진학, 1912년에 졸업해서 스팀슨이 운영하는 법률회사에 취직했다. 1차 대전이 발발하자 전쟁장관을 지낸 스팀슨의 영향을 받은 루미스는 유럽에 참전했는데, 거기서 그는 새로운 기관포를 고안했다.
전쟁 후 그는 월가에 진출했는데, 주가 대폭락이 있기 직전에 주식을 모두 처분해서 큰 돈을 만들었다. 대공황 후 금융인에 대한 적대감이 고조되자 그는 월가를 떴다. 그는 자기의 저택에 과학실험실을 마련하고 저명한 과학자들을 초대해서 세미나를 개최했다. 1940년대 들어서 루미스는 노벨상 수상자인 페르미의 연구를 후원하는 등 원자물리학 연구를 지원했다. 2차 대전이 본격화하자 그는 과학자들과 힘을 합쳐 신무기를 개발하는데 박차를 가했다. 
턱시도 파크의 연구실을 찾은 과학자들 중에는 노벨상 수상자인 아서 콤튼, 당시 하버드 총장이었던 제임스 코넌 등이 있었는데, 제임스 코넌은 이 책의 저자인 지네트 코넌의 할아버지이다. 루미스는 핵무기 개발에 참여한 주요 대학의 연구실과 협력해서 작업을 했다. 그의 연구실에서 고안된 무기로 특기할 것은 레이더이다. 미국이 레이더를 먼저 고안함에 따라 전쟁은 연합군에게 결정적으로 유리하게 돌아갔다.
핵무기 개발에 같이 참여했던 과학자들은 한국전쟁이 일어난 후 조지프 매카시 상원의원이 오펜하이머 박사를 비(非)애국적이라고 규탄한 사건을 두고 분열했다. 오펜하이머 박사는 수소폭탄 개발에 반대했던 것이다. 제임스 코넌은 오펜하이머에 동조했지만, 애국적이고 보수적인 루미스는 매카시 의원을 지지했다. 
현업에서 은퇴한 루미스는 자신의 별장에 저명한 과학자들을 초대해서 관심사를 서로 나누고 환담하는 것으로 소일(消日)하다가 1975년 8월11일, 87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그간 루미스에 대해선 별로 알려 진 것이 없었지만 이 책의 출간으로 베일에 가려져 있었던 이면사가 빛을 본 것이다. 과학, 금융, 법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천재적 소질을 갖고 있는 루미스가 자비(自費)를 들여 무기개발에 앞장선 것이 인상적이다. 저자가 루미스와 함께 일했던 제임스 코넌의 손녀라는 사실도 흥미롭다. 저자는 그런 특별한 위치에 있었기에 역사의 가려진 한 장을 발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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