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스테파니 거트만, 또 다른 전쟁 (2005)
2008-02-25 00:24 2,013 관리자


팔레스타인에 놀아나는 서방 미디어

    스테파니 거트만, 또 다른 전쟁 (2005, 엔카운터 북스, 287쪽)
    Stephanie Gutmann, The Other War (2005, Encounter Books, $ 25.95)

1990년대 들어 서방의 언론은 이스라엘을 적대적으로 보게 됐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들의 인권을 침해할 뿐더러 세계 평화를 위협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유럽에선 샤론 총리를 히틀러에 비유하는 등 反이스라엘 정서가 강해 졌다. 정말로 이스라엘은 그렇게 나쁜 나라인가 ? 아니면 편견에 찬 미디어의 사실 왜곡인가 ?

아라파트는 미디어 조작의 천재

아버지가 유대인인 미국의 저널니스트 스테파니 거트만은 이런 문제 의식을 갖고 이스라엘 현지를 취재해서 이 책을 펴냈다. 책의 제목이 말하듯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에 미디어를 장악하기 위한 또 다른 전쟁이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야세르 아라파트가 미디어 조작의 천재이며, 생생한 장면을 TV에 보내는데 급급한 서방의 미디어는 진실 보도를 포기했다고 비판한다.
2000년 여름 클린턴 대통령은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와 아라파트를 캠프 데이비드로 초청해서 중동평화 타결책을 모색했다. 하지만 그 해 7월 아라파트는 바라크 총리의 평화안을 거부했다. 9월28일 당시 야당 대표이던 아리엘 샤론이 예루살렘의 이슬람 사원을 둘러싸고 있는 템플 마운트 광장을 방문하자 팔레스타인들은 대규모 시위를 일으켰다.
서방의 미디어는 샤론이 아랍인들을 자극해서 ‘2차 인티파다’라고 부르는 민중봉기가 발생했다고 이스라엘을 비난했다. NBC 등 미국의 방송은 자생적으로 발생한 시위를 이스라엘 군이 무력으로 진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미국 의회의 보고서도 인정했듯이 팔레스타인의 폭력시위와 테러는 아라파트의 지시에 의해 이미 계획됐던 것이다. 
              팔레스타인의 무장시위가 한창이던 그해 9월30일 AP 통신은 예루살렘 거리에 피를 흘리고 누워있는 한 남자와 이를 보고 있는 제복을 입은 이스라엘 남자의 사진을 게재하면서, 구타 당해 피를 흘리고 있는 팔레스타인 사람을 이스라엘 군인이 감시하고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뉴욕타임스 등 세계의 신문들이 AP의 사진과 설명을 그대로 내보냈다.
              그러나 거리에 쓰러져 있던 사람은 예루살렘을 방문 중이던 유대계 미국인이었다. 그는 택시를 타고 ‘통곡의 벽’에 향하던 중 팔레스타인 폭도들에 의하여 택시에서 끌려 나와 구타당한 후 거리에 쓰려졌던 것이다. 사진에 나온 제복을 입은 사람은 이 미국인을 돕기 위해 달려 온 이스라엘 경찰관이었다.

            팔레스타인 소년 죽음의 진실
 
              같은 날 밤, 전세계의 TV는 가자 지구에서 한 팔레스타인 소년이 이스라엘 군의 사격으로 숨지는 모습을 방송했다. 가자 지구에서 건축 일을 하던 자말 알두라는 아랍인은 12살 난 아들을 데리고 시위가 발생한 곳을 빠져 나오다가 이스라엘 군과 팔레스타인 무장시위대 사이에서 갇히고 말았다. 그러던 중 총탄 세례를 받고 아들이 숨졌는데, 팔레스타인 프리랜서가 이 장면을 비디오에 담았다. 이 사건을 보도하면서 뉴욕타임스 등 언론은 이스라엘 군이 ‘냉혈적인 살인’을 저질렀다고 비난했다.
처음엔 이스라엘 군 당국도 이스라엘 군의 발포로 소년이 사망한 줄 알았다. 그러나 자체 조사 결과 전혀 다른 사실이 나타났다. 당시 이스라엘 병력은 소년이 피격된 곳의 건너편 건물 안에 있었기 때문에 소년과 아버지를 향해 사격을 할 위치에 있지 못했다. 소년의 시체가 실려 간 가자 지구의 병원의 의사는 소년의 복부에 큰 관통상이 있었다고 했다. 이스라엘 군의 M‐16은 5.56 구경인데 비해 팔레스타인 민병대의 자동소총은 7.62 구경이었다. 이스라엘 군 조사위원회는 소년이 피격 당한 곳의 벽 등에 난 총탄 흔적은 이스라엘 군의 총탄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다음 해 독일의 한 기록영화 제작자가 이 사건을 재조명한 프로를 만들어서, 팔레스타인 민병대가 소년을 의도적으로 저격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소년의 아버지는 가자 지구의 이스라엘 건축업자를 위해 20년 이상 일을 해왔기 때문에 하마스가 그를 저격 대상으로 삼았을 것이라는 음모론도 제기됐다. 그러나 전세계의 사람들에게 그 소년은 이스라엘 군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된 것으로 刻印(각인)된 후였다.

팔레스타인에 불리한 보도는 회피

서방의 미디어가 이처럼 노골적으로 反이스라엘 노선을 취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 이스라엘 정부의 공보기능이 미흡한 측면도 있지만, 서방 기자들이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 낭만적 생각을 갖고 있으며 이스라엘을 제대로 다녀 보지 않고 보도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저자는 말한다. 댄 래더 같은 유명한 앵커도 예루살렘을 자주 찾지만 그들은 최고급 호텔에 머물면서 뉴스를 보낼 뿐이다. 많은 기자들이 “이스라엘 정부는 거만하다”고 느끼는 등 공연한 편견과 반감을 갖고 있다.
            서방의 원조로 먹고 사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미디어를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만들어야 그들이 보다 많은 동정과 경제원조를 받게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서방의 기자를 만나면 그들의 억울함을 과장해서 말하는데 능숙하지만, 총을 든 팔레스타인 민병대원을 사진기자가 찍으려 하면 협박도 주저하지 않는다. 팔레스타인에 불리한 보도를 하는 기자는 협박에 시달리기 일쑤다.
            사정이 이러니 언론은 팔레스타인에 불리한 기사를 아예 내보내지 않는 것이다. 팔레스타인 정부가 아이들을 자폭 테러에 나서도록 훈련하고, 자폭한 아이의 부모에겐 보상금을 주고 있음에도 CNN 등은 이런 문제를 보도하지 않았다. 2002년 1월 초 이스라엘 해군은 이란에서 무기와 고성능 폭약을 적재하고 가자 지구로 입항하려던 선박을 나포했다. 선장은 팔레스타인 정부가 화물을 주문했다고 진술했지만 서방 언론은 이 중요한 사건을 아예 보도하지 않았다.
2002년 3월 이스라엘은 자살폭탄 테러를 막기 위해 라말라, 예닌 등 팔레스타인의 거점 도시에 보병을 투입하는 대공세를 폈다. 이스라엘 군은 민간인들을 방패로 앞세운 팔레스타인 민병대를 상대로 힘든 市街戰(시가전)을 전개했다. 하지만 서방 미디어는 “이스라엘 군의 무리한 작전으로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이 몰살당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예닌에서만 민간인 수백 명이 학살당했다”고 보도했지만 이스라엘 군에 의해 피살된 45명은 모두 팔레스타인 무장대원들이었고, 이스라엘 군의 대피경고를 무시하고 머물던 몇 명의 민간인이 희생됐음이 나중에 드러났다.
서방의 미디어는 아라파트가 막대한 국제 지원금을 착복했고, 그의 아내가 파리에서 호화롭게 살고 있는 사실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이스라엘 군의 사소한 실수를 놓치지 않고 보도하는 서방 기자들은 아라파트를 테러에 연계 시켜 보도하는 것 자체를 회피했다.

팔레스타인의 미디어 공작

팔레스타인 정부가 이스라엘 군에 의해 희생됐다는 사람들의 시신(屍身)을 공개하면 CNN과 BBC는 이를 여과 없이 방송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팔레스타인 테러는 현장이 보도되는 경우가 드물다. 이스라엘이 민주적이고 효율적인 사회이기 때문이다. 테러가 발생하면 이스라엘의 경찰과 구조대는 즉시 출동해서 현장을 수습하고 피해자를 병원으로 이송하기 때문에 서방 기자들이 팔레스타인 테러 현장을 구경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프라이버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스라엘 정부와 병원은 희생자에 대한 보도를 제한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이 미디어 전쟁에서 이렇게 승리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수도인 라말라에 있는 비르 자이트 대학의 미디어 연구소는 미디어 조작 기법을 개발하고 가르치고 있다. 아랍어도 모르고 현지 지리에도 익숙지 않은 서방 기자들은 영어를 능숙하게 하는 안내인들을 따라 취재할 수밖에 없는데, 안내인들은 대부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길러낸 미디어 공작 요원들이다.
저자는 “BBC, CNN, 뉴욕타임스 등 주요 미디어의 기자들은 자신들이 팔레스타인 해방 임무를 띠고 있는 듯이 보도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심지어 어떤 방송은 테러와 납치의 현장을 특종보도하기 위해 테러 단체와 공모를 하기도 한다고 저자는 개탄한다. 
(월간조선 2006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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