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LEESANGDON

나라와 사회를 올바르게 세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BOOK WORLD

프랜시스 후쿠야마, 기로에 선 미국 (2006)
작성일 : 2008-02-25 00:34조회 : 2,088


군사개입 만으론 민주정권 수립 못 한다

      프랜시스 후쿠야마, 岐路(기로)에 선 미국 (예일대 출판부, 2006, 25달러, 226쪽)
      Francis Fukuyama, America at the Crossroads (Yale Univ. Press, 2006)

‘역사의 終焉(종언)(The End of History)’의 저자로 유명한 존스홉킨스 대학의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가 최근에 낸 이 책은 나오자마자 큰 관심을 끌었다. 후쿠야마 교수는 ‘네오콘’이라고 부르는 신보수주의 계열에 속하는 학자로 부시 정부의 중동 정책을 지지했었다. 그런 후쿠야마가 이 책에서 “신보수주의는 더 이상 자기가 찬성할 수 없는 정치 철학이 되고 말았다”고 선언한 것이다.
후쿠야마는 “부시 행정부가 ‘네오콘’이라고 부르는 外來種子의 포로가 되어 미국을 전쟁의 수렁으로 이끌어 갔다”는 巷間(항간)의 비판에 대해, ‘네오콘’이 결코 그런 사람들이 아니라고 반박하면서도 자신이 심경변화를 일으킨 과정을 담담하게 설명하고 있다.
              ‘네오콘’은 1930년대 말에서 1940년대 초에 뉴욕시립대학에서 공부했던 어빙 크리스톨 등 일단의 유대인 학자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다. 이들은 마르크스와 트로츠키에 탐익했던 좌파였지만, 2차 대전이 끝날 즈음에는 공산주의가 원래의 이상을 파괴하는 것임을 인식하고 강력한 反共노선으로 선회했다. 공산주의를 외부의 위협으로 보았던 전통적 반공보수세력과 달리 이들은 공산주의가  자체로서 모순이며 실패라고 생각했다. 이들은 공부하고 토론하기를 좋아 했고, 활발한 저술활동과 자신들만의 저널 출간을 통해 ‘네오콘’으로 불리는 하나의 부류를 형성했다.
‘네오콘’은 한 국가의 내부 체제의 성격이 그 국가의 대외적 행동을 이해하는데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들은 “미국이 도덕적 목적을 위해 무력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게 되었고, 기능장애에 빠져버린 기존의 국제법과 국제기구를 불신했다. 동유럽의 공산체제가 민주주의를 위한 내부적 욕구로 붕괴되었다고 본 이들은 자신들의 가설이 어디서나 타당하다고 생각했다. 9․11 이후 이들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의 레짐을 바꾸는 것이 미국에 대한 위협을 가장 확실하게 제거하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부시 행정부에는 폴 울포비츠 등 ‘네오콘’ 멤버들이 핵심 안보정책 부서에 포진하고 있었고, 체니 부통령과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이들의 논리에 동조했다. 그런데 이라크에서 미국은 실패한 것이다.
후쿠야마는 부시 정부가 이라크에서의 실패한 가장 큰 이유로 舊레짐을 제거하는 데만 신경을 썼고 新레짐 건설방안에 대해 준비하지 못했던 것을 든다. 그러면서도 후쿠야마는 부시 정부가 후세인이 생화학 무기를 갖고 있으며 핵무기를 개발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을 비난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당시 여러 가지 정황이 그런 판단을 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시 정부는 미국의 일방적 대외정책이 다른 나라로부터 얼마나 많은 저항감을 불러일으키는지에 대해 잘 몰랐다. 특히 ‘네오콘’이 주창한 ‘자비로운 헤게모니’ 독트린, 즉 “미국은 보다 평화롭고 민주적인 세계질서를 위해 군사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정책에 대해 유럽 국가들이 얼마나 경악하고 있는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부시 정부는 유럽과 중동에서 아르헨티나와 한국에 이르는 세계 곳곳에서 反美감정이 위험수위에 있다는 것도 깨닫지 못했다.
“이라크 사태는 군사개입을 통해 민주적 레짐을 건설하려는 시도가 불확실할 뿐더러 큰 희생을 요구함을 잘 가르쳐 주었다”고 후쿠야마는 지적한다. 그는 또한 부시 정부가 조지프 나이 교수가 말하는 ‘소프트 파워’를 통한 대외정책에 소홀했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후쿠야마는 “이라크 사태가 유엔이 완전한 실패한 조직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고 강조한다. 비민주적 국가들이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는 유엔은 정당성을 결여한 기구라는, ‘네오콘’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이라크의 실패는 미국의 대외정책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 많은 사람들은 미국의 대외정책이 다시 한번 헨리 키신저 式의 ‘현실주의(realist)’ 노선으로 바뀌어 갈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후쿠야마는 부시와 ‘네오콘’을 지지했던 보수층 유권자들이 ‘고립주의(isolation)’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후쿠야마는 미국이 다시 ‘고립주의’로 빠져 들거나 편협한 ‘현실주의’에 집착하는 것은 불행하다고 본다. 그는 미국이 다른 나라의 내부에서 생기는 문제가 세계질서에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고, 민주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용가능한 수단을 동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후쿠야마는 이러한 자신의 제안을 ‘현실적 윌슨주의’라고 이름 지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미국이 포로 학대 등으로 아랍 세계에서 신뢰성과 도덕성을 상실해 버렸다고 지적한다. 후쿠야마의 글은 여기서 끝난다. 그렇다면 현재 미국이 당면한  문제인 이란과 북한, 그리고 이슬람 테러 집단에 대해 어떠한 대책이 있단 말인가? 후쿠야마의 책을 소개한 3월26일 자 뉴욕타임스의 서평은 그가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에 나온 워싱턴포스트의 서평은 후쿠야마가 그간 중동정책에서 이룩한 ‘네오콘’의 공로마저 폄하했다고 반박했다. 두 신문이 각기 다른 방향에서 후쿠야마를 비판한 것이다.
(월간조선 2006년 6월호)

다음글
리스트로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