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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카플란, 제국의 보병 (2005)
작성일 : 2008-02-26 00:25조회 : 2,243



해외 주둔 미군은 자유를 지키는 첨병

    로버트 카플란, 帝國의 步兵 (2005, 랜덤 하우스,  421쪽, $27.95)
    Robert D. Kaplan, Imperial Grunts (2005, Random House)

월간 애틀랜틱誌(지)의 기자인 로버트 카플란은 일찍이 내란과 전쟁에 휩싸여 있는 중동과 발칸 지역 등을 여행한 후 ‘아나키가 닥쳐 온다’ ‘타타르로 가는 길’ ‘戰士 정치’ 등 많은 책을 썼다. 냉철한 현실주의에 입각한 그의 책은 부시 대통령이 9 11 후 전쟁을 결심하는데 영향을 주었다. 테러와의 전쟁이 본격화함에 따라 미국은 세계의 외진 구석에까지 군을 파견하게 됐다. 카플란은 예멘, 콜롬비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지에 파견되어 있는 미군 부대를 방문했는데, 그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펴냈다.

카플란은 전세계 59개 국가에 군대를 파견한 미국은 帝國임이 틀림없지만, 이 帝國은 압제와 혼란에 시달리는 지역에 자유와 안정을 가져오는 정의로운 존재라고 본다. 그는 징병제를 폐지한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국가와 문명이 붕괴한 위험한 지역에서 싸우는 보병 덕분이라고 말한다.

“20세기 말 세계의 많은 지역에선 국가붕괴 현상이 나타났는데, 혼돈과 무질서에 사로잡힌 이런 곳의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은 엘리트 관료나 언론인 또는 학자가 아니라 현지에 주둔해 있는 미군 장병들”이라고 카플란은 지적한다. 그는 또한 테러와의 전쟁을 치루는 데 있어서는 대규모 병력을 동원한 재래식 지상작전 보다는 소규모 부대에 의한 특수작전이 효율적이라면서, 육군 레인저 부대와 해병대의 역할을 높이 평가한다.

카플란은 오늘날 미군의 문화적 배경을 잘 그려냈다. 미군 병사의 대부분은 남부 출신이며, 서부와 동부 출신인 경우에도 농촌이나 작은 마을 출신이다. 계층으로 볼 때 이들은 중하층, 즉 근로계층(working class) 출신이다. 사병 중에는 자기가 군에 입대하지 않았다면 감옥에 들어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軍이 그들의 인생을 구했다고 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사관학교를 나오지 않은 장교들은 대부분 그저 그런 주립대학을 나온 보통 사람들인데, 이들의 아버지 또는 할아버지 중에는 베트남 전쟁 참전용사가 많다. 반면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동북부 언론인 들 중에서 본인이나 가족이 베트남 전쟁에 참가한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戰場에는 경찰관이나 소방대원으로 일하다가 예비군 소집으로 다시 현역에 복귀한 나이든 장교와 준사관이 많다. 이들에 있어 현역 복무는 동창회와 같은 것이다. 이들은 “이라크에서의 미군 戰死傷者 숫자는 전술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며, 언론이 이를 크게 다루는 것이 오히려 문제”라고 말한다. 이들은 “본국에서 反戰 여론이 생기면 전쟁이 잘못될 수 있다면서, 전사자의 棺이 본국으로 이송되는 장면이 언론에 나오지 않고 부시 대통령이 눈물을 보이지 않는 것이 그들을 돕는 것”이라고 말한다. 기자들이 미군 작전의 성과 보다는 미군전사자 숫자를 집중적으로 보도할 때, 정작 전우를 잃은 그들은 속으로 슬퍼하는 것이다.

이라크에서 어려운 전투를 치루는 장교와 부사관들의 대다수는 경건한 기독교인이다. 카플란은 그런 점에서 이들이 대부분 동북부 출신이고 교회를 나가지 않는 기자들과는 정반대라고 지적한다. 군대와 언론 사이에 엄청난 乖離(괴리)가 존재하는 것이다.

2003년 봄 이라크 침공시 국방부는 종군기자를 작전부대에 합류시켰다. 이른바 임베디드 리포트(embedded report)를 허용한 것인데, 그러자 종군기자들이 군에 지나치게 우호적인 보도를 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카플란은 “이런 비판이 나온 것 자체가 언론의 오만한 계층적 편견”이라고 주장한다. 카플란은 “언론은 세계화됐지만 미군은 단 하나의 나라, 즉 미국을 위해 봉사할 뿐”이라면서 엘리트 언론에 대한 경멸을 숨기지 않고 있다.

책의 마지막 장은 이라크에 파견된 해병 제1원정군을 취재한 것인데 무척 감동적이다. 제1원정군의 주력인 해병 1사단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과달카날을 장악해서 태평양 전쟁에 전기를 마련했고, 한국 전쟁 때엔 인천에 상륙해서 서울을 탈환한 無敵의 부대이다. 육군 3사단과 함께 해병 1사단은 개전 초에 바그다드를 장악했고, 그 후 팔루자 등 위험한 지역을 관장하게 됐다.

카플란의 旅程은 여기서 끝나서 2004년 말에 치른 팔루자 전투는 다루지 못했다. 수송기를 타고 이라크를 떠나 유럽 관광객이 북적거리는 두바이 공항에 도착한 카플란은 동떨어진 기분을 느꼈다 한다. 호텔방에 들어 오랜만에 샤워를 한 카플란은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고 단지 글을 쓰고 싶어졌다고 술회한다.
(월간조선 2006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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