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LEESANGDON

나라와 사회를 올바르게 세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BOOK WORLD

도어 골드, 쓸데없는 말의 탑 (2004)
작성일 : 2008-03-11 00:09조회 : 2,398



유엔은 쓸데없이 떠들기나 하는 바벨 탑 ?


도어 골드, 쓸데없는 말의 탑(塔) (2004년, 크라운 포럼, 308쪽, 25.95달러)
Dore Gold, Tower of Babble (2004, Crown Forum)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사를 지낸 도어 골드(Dore Gold)가 펴낸 이 책은 오늘날의 유엔의 실상을 잘 알게 해준다. 이 책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저자가 이스라엘의 시각에서 유엔을 본 것이라고 하지만, 구체적으로 이 책에서 틀린 부분을 찾기는 어렵다. 그만큼 유엔에 대한 저자의 비판은 정확한 것이고 아픈 것이다.

              저자 도어 골드는 미국의 유태인 가정에서 태어나서 콜럼비아 대학에서 공부해서, 1984년에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의 전공은 중동 정치이고, 박사학위는 사우디 아라비아의 정치에 관한 것이었다. 1980년에 이스라엘 국민으로 귀화한 저자는 박사학위 취득 후에 텔아비브 대학의 연구소에서 대외정책을 연구하면서 정부에 자문을 했다. 1996년에 네타냐후 총리의 외교정책 보좌관이 되었고, 1997-99년 간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사를 지냈다.

            유엔 주재 대사로 지내는 동안 저자는 매우 공격적으로 일했으며, 신문에도 자주 기고했다. 2000년에는 예루살렘 공공정책연구소(Jerusalem Center for Public Affairs) 소장으로 임명되어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저서로는 이 책 외에도 ‘증오의 왕국(The Hatred's Kingdom)’(2003년), ‘예루살렘을 향한 투쟁(The Fight for Jerusalem)’(2007년)이 있다. 

            ‘쓸데없는 말의 탑(Tower of Babble)’이란 제목은 유엔이 “쓸데없는 말이나 하고 있는 존재”라는 뜻이지만, 그것은 구약성경에 나오는 ‘바벨탑(塔)(The Tower of Babel)’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유엔이 어떻게 세계의 혼란을 조장했나”라는 부제(副題)에서 보듯이. 유엔은 쓸데없는 정도가 아니라 유해한 존재라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도덕적 판단에 실패한 유엔

저자는 오늘날 유엔이 실패한 주된 원인은 도덕적 판단(moral judgment)를 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즉 ‘도덕적 등가성(moral equivalence)’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창설 당시 유엔은 전체주의 압제에 대항해서 싸운 나라들이 세운 기관이었다. 그러나 유엔은 이미 압제에 대해 도덕적 판단을 내리기를 포기하고, 분쟁을 제3자 입장에서 엄정하게 조정하겠다는 안이한 태도를 보여서 스스로 존재의미를 포기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유엔의 평화유지 활동의 꽃인 평화유지군(Peacekeeping Force)이 평화를 달성하기는커녕 무능과 부정부패로 인해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한다. 유엔의 도덕적 파탄은 2003년에 유엔 인권위원회가 리비아를 의장국으로 선출하고, 2001년 말에 시리아가 유엔안보이사회 비상임이사국으로 선출된 사실에서 가장 극적으로 나타난다.

              창설 당시에는 51개였던 유엔 회원국은 1993년에 무려 184개국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184개국 중 민주국가라고 할 수 있는 회원국은 75개국뿐이니, 유엔의 다수국가가 독재체제인 셈이다. 이런 결과로 오늘날 유엔 회원국들에선 공유하는 가치가 존재하지 않으며, 유엔의 원래의 기능은 완전히 마비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평화유지와 전쟁방지에 무력한 유엔

저자는 유엔의 역사를 들추어내서 유엔이 평화유지와 전쟁방지에 얼마나 무능했나를 잘 보여 주고 있다. 유엔은 1948년 이스라엘 독립 직후에 벌어진 요르단과 이집트의 팔레스타인 지역 침공, 1948년과 1965년 두 차례에 걸쳐 캐슈미르를 둘러싸고 일어난 인도와 파키스탄 간의 전쟁, 1950년에 일어난 중국의 티베트 점령 등 많은 경우에 유엔은 전적으로 무기력했다. 1950년 한국전쟁에서 미국 정부는 유엔 총회 결의를 통해 유엔군 파병이라는 명분을 얻어냈지만 한국을 구한 것은 트루만 대통령의 결단이었지 유엔이 아니었다. 1956년 헝가리에서 반소(反蘇)시위가 일어나자 소련군이 개입해서 무자비한 탄압을 했지만 유엔은 아무런 조치도 취할 수 없었다.

              냉전이 끝나자 유엔이 제 기능을 발휘하는 것처럼 잠시 보인 적이 있었다. 1990년 8월,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해서 점령하자 유엔은 긴급하게 회의를 열어서 이라크를 규탄했다. 그러나 유엔은 걸프 전쟁 후에 벌어진 쿠르드족(族) 대량살상 등에 무기력하게 대처했다. 유엔은 걸프전쟁 후에 무기 사찰에서도 무능했는데, 저자는 코피 아난이 이에 큰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다.

최악의 사무총장 코피 아난

가나 출신으로 유엔 관료로 성장한 아난은 1997년에 사무총장이 되었다. 아난은 호주 출신의 이라크 무기사찰단장 리차드 버틀러의 임무수행을 지속적으로 방해했다. 나중에 밝혀진 바에 의하면, 코피 아난은 아들 등 친지를 내세워 이라크에 대한 ‘석유와 식량 교환(Oil for Food Program)’을 통해 후세인으로부터 많은 뇌물을 챙겼다.

                유엔은 1990년대에 아프리카와 구(舊) 유고 연방에서 벌어진 대량학살을 그대로 방치했다. 1994년에 르완다에서 후투족(族)이 투치족(族) 80만 명을 학살할 때에도 현지에 파견된 유엔평화유지군은 모른 척 했다. 유엔평화유지군 소속의 가나 군(軍) 파견대는 투치족인 르완다 대법원장 조지프 코바루간다를 후투족 군인들에게 넘겨주어 처형되도록 했다. 더구나 평화유지군의 가나 군인들은 코바루간다를 처형한 후투족 군인들이 그의 아내와 딸을 강간하고 죽이는 것을 보면서 태연하게 맥주를 마시고 웃었다고 한다. 유엔평화유지군이 대량학살에 동조한 셈인데, 당시 유엔평화유지군을 지휘한 책임자는 가나 출신인 코피 아난 사무총장이었다.

                1995년에 세르비아 군대가 보스니아의 무슬림 주민들을 학살할 때에도 유엔평화유지군은 속수무책이었다. 유엔평화유지군은 무슬림 주민들이 세르비아 군대에 넘겨지면 학살당할 것을 뻔히 알고서도 무슬림 주민들을 세르비아 군(軍)에게 넘겨주었다. 세르비아 사태는 미국이 공습에 나섬으로서 해결의 기미를 잡게 되었다.

테러를 조장하는 유엔

저자는 유엔이 테러와 전쟁을 돕기는커녕 오히려 테러를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1980년대 말에 레바논에 근거를 둔 헤즈볼라는 유엔평화유지군 소속의 미군 중령을 납치해서 교살했다. 2002년에도 4명의 평화유지군 장병이 레바논에서 헤즈볼라에게 심하게 구타를 당했다. 하지만 유엔은 헤즈볼라를 제재하기는커녕 규탄하지도 않았다.

                  2002년 3월 이스라엘의 해안도시 네타냐의 파크 호텔에서 자폭 테러가 발생해서 21명이 죽고 140여명이 부상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어서 발생한 테러로 그 해 3월 한 달 동안에만 132명의 이스라엘인이 사망했다. 참다못한 이스라엘은 ‘사막의 방패’ 작전을 펴서 라말라, 예닌 등지에서 아라파트의 군대와 하마스 조직원들과 전투를 벌였다.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를 줄이기 위해 공중 공격을 삼가고 보병을 보내 시가전(市街戰)을 벌였다. 이스라엘의 공세로 테러 조직은 막대한 피해를 입었는데, 그럼에도 코피 아난은 이스라엘의 공격이 ‘심각한 인권 침해’라면서 이스라엘만 비난했다. 오늘날 팔레스타인 테러단원들은 유엔평화유지군 마크가 있는 백색 차량을 몰고 다니면서 공공연하게 테러를 하고 있음에도 유엔은 오직 이스라엘만을 비난하고 있다.

                  저자는 오늘날 유엔의 진면목은 수단의 다푸르(Dafur) 지역에서 벌어진 참극이 상징한다고 지적한다. 수단 중앙정부는 아랍 게릴라와 함께 다푸르 지역의 120만 주민을 몰아내는 데 성공했다. 유엔 자체의 보고에 의하면 2004년 중반까지 3만 명이 학살되었고 10만 명이 차드로 도피했다. 그럼에도 코피 아난은 2004년 7월까지 다푸르를 방문하지 않았다. 2004년 4월, 다푸르 학살의 원흉인 수단은 3년 임기의 유엔인권위원회 이사국으로 선출되었다. 유엔인권위원회가 툭하면 이스라엘과 미국에서 인권유린이 심각하다고 떠드는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본연을 망각한 유엔

저자는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국제 공동체(international community)’라는 용어가 잘못이라는 워싱턴 포스트의 조지 윌(George Will)의 말을 인용한다. 조지 윌은 어떤 집단을 ‘공동체’라고 부르기 위해서는 그 공동체가 공통된 “정치적 이해관계와 가치(shared political interests and values)”를 가져야 하는데, 유엔은 그러하지 못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저자는 오늘날 유엔이 자기들에 대한 비판은 마치 인류 전체에 대한 비판인 것처럼 몰아세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즉 오늘날 유엔은 자신들은 “정치적으로 옳다(politically correct)”는 주장을 내세우고 자기 자신의 위치를 유지하는데 급급하지만, 침략을 저지하고 평화를 유지해야 한다는 유엔의 본연의 취지는 오래 전에 망각해 버렸다는 것이다.

유엔은 관료들의 철밥통

최근 들어서 국내의 인권단체들은 걸핏하면 유엔인권규약이 어떻고 유엔인권위원회의 권고가 어떻다면서 국내의 인권기준이 약하다고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우리가 알아야 할 중요한 점은, 유엔 자체가 인권기준을 준수하는데 완전히 실패했다는 사실이다.

                수단, 리비아 등 인권유린국가가 유엔인권위원회의 이사국인 사실은 유엔의 실패를 상징한다. 흰색 휘장을 한 유엔평화유지군은 세계에서 가장 무능한 군대이고, 유엔 직원은 신(神)도 부러워할 철밥통 직장이라는 사실을 우리가 알아야 한다. 코피 아난 등 아프리카 출신의 유엔 관료들은 자기들의 고향인 아프리카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극적 상황에는 일말(一抹)의 관심도 없다. 그들은 오직 어떻게 하면 많은 봉급 받고, 무료로 여행하고, 연금 받고, 이권 챙기느냐 하는데 만 관심이 있다. 

              돌이켜 보면, 루스벨트 대통령이 유엔 본부를 뉴욕에 유치한 것이 중대한 실수였다. 유엔을 창설시킨 준비위원회의 사무총장이 소련의 간첩이던 국무부 고위관료 앨저 히스(Alger Hiss)였음을 생각하면 이런 현상이 생긴 것은 당연하다.

이 책 외에도 유엔의 실상을 파헤친 책으로는 ‘도피처의 내부(Inside the Asylum)’라는 책이 있다. 2004년에 나온 앞의 책은 레이건 행정부에서 국방차관보를 지낸 제드 베빈(Jed Babbin)이 쓴 것인데, 유엔은 미국 내의 ‘범죄인 도피처’가 돼버렸다고 신랄하게 비난하고 있다.
(「역사와 사회」, 제37집, 2007년 수록) 

다음글
리스트로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