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빌 오라일리, 문화전사 (2006년)
2008-04-04 10:30 2,419 관리자


미국은 도덕 외교가 아니라 피로써 자유를 지켰다

 빌 오라일리, 문화 전사(戰士), 2006, 브로드웨이 북스, 219쪽, 26달러
 Bill O’Reilly, Culture Warrior, 2006, Broadway Books, 216 pages, $ 26.00

‘문화 戰士’라는 공격적 제목을 단 이 책의 저자 빌 오라일리(Bill O’Reilly)는 보수성향의 뉴스 채널인 폭스 뉴스(Fox News)의 커멘테이터이다. 지난 10년 동안 폭스 뉴스의 시사프로에서 진보 좌파를 예리하게 비판해 온 오라일리는 미국 보수진영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그런 만큼 그는 좌파 세력으로부터 집중적으로 공격을 받았다. 그를 비판하는 논평은 헤아릴 수 없이 많고, 그를 비방하는 사이트도 한둘이 아니다. 테러 협박도 심각해서 그와 그의 가족은 24시간 민간경호원의 보호를 받고 있다. 반면 그를 지지하는 대중의 열기도 가히 폭발적이다.

              그가 진행하는 폭스 뉴스의 ‘오라일리 팩터’(The O’Reilly Factor)는 가장 인기 좋은 토크 쇼로 오래 전에 자리 잡았고, 그가 펴낸 ‘오 라일리 팩터’ ‘노 스핀 존’(No Spin Zone) 등은 각각 100만 부 이상이 팔린 메가 베스트 셀러였다. 작년 가을에 나온 이 책에서 오라일리는 “미국은 현재 전통주의자(traditionalists)와 세속적 진보주의자(secular progressives) 간의 심각한 문화전쟁을 겪고 있으며, - - -, 세속적 진보주의가 미국을 망칠 것”이라고 강력하게 경고하고 있다. 

              1949년에 뉴욕에서 태어난 빌 오라일리는 가톨릭 교회를 나가는 아일랜드계 근로계층 출신이다. 그의 할아버지는 제1차 대전에 참전한 후 뉴욕시에서 경찰관을 지냈고, 그의 아버지는 제2차 대전시 해군 장교로 태평양 전선에 참가했다. 뉴욕 근교의 작은 대학을 졸업한 후 오라일리는 마이애미의 고등학교에서 영어와 역사를 가르쳤고, 몇 년 후에 보스턴 대학에 진학해서 저널리즘 석사학위를 땄다.

              지방방송의 기자로 취직한 오라일리는 댈러스, 덴버 등지에서 일했고, 잠시 CBS에서 일한 후 1986년부터는 ABC 뉴스의 보도 기자로 일했다. 1989년부터는 ‘인사이드 에디션’이란 신디케이트 프로를 맡아 명성을 얻었다. 1995년 방송을 그만둔 그는 하버드 대학의 케네디 행정대학원을 다녔는데, 졸업할 무렵 개국을 앞둔 폭스 뉴스가 그를 스카우트 해서 ‘오라일리 팩터’를 담당하게 됐다.

              1996년 가을에 개국한 폭스 뉴스는 처음부터 보수 시청자를 겨냥했는데, 예상을 뛰어 넘는 대성공을 거두어서 몇 년 만에 시청률에서 CNN을 추월했다. 폭스 뉴스의 간판 스타로 등장한 오라일리는 진보 세력의 허구와 문제점을 거침없이 파헤쳤고, 특히 뉴욕타임스, CBS 등 진보 미디어를 비판해서 진보 이념에 식상한 대중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이 책에서 오라일리는 “미국 사회가 이대로 가다간 세속적 진보주의에 빠져서 정체성을 상실해 버릴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오라일리는 “미국인들이 유대‐기독교 철학과 자유경쟁적 자본주의를 지켜야 한다”면서,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전통주의자”라고 話頭(화두)를 연다. 미국인의 84%는 자기가 기독교인이라고 생각하는 등 국민의 절대다수는 전통주의자들이지만, 여론을 주도하는 미디어가 세속적 진보파에 점거 당한 것이 큰 문제라고 그는 지적한다.

              월스트리트 저널을 제외한 모든 중요한 신문과 CBS 등 네트워크 뉴스가 세속적 진보주의에 넘어 갔다는 것이다. 세속적 진보주의의 첨병은 시민적 자유를 지킨다는 민간단체인 미국민권협회(ACLU)인데, 이 단체는 종교와 국가와의 분리한다는 명분으로 미국 사회에서 기독교를 추방하기 위해 온갖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오라일리는 국내에서도 번역 출판된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의 저자인 조지 레이코프 교수(UC 버클리)가 세속적 진보주의의 리더라고 지목한다. 인지과학을 전공한 레이코프는 교묘한 말 장난으로 마르크스주의를 포장해서 대중에 전파하고 있다고 그는 경고한다. 오라일리는 “세속적 진보주의의 神(신)은 인간을 심판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 혜택을 주는 자비로운 존재”라고 한 부분을 인용하면서, 레이코프는 기독교 윤리마저 왜곡하고 있다고 맹렬히 비난한다. 또한 도덕적 외교정책만이 미국을 보다 좋은 나라로 만든다고 언급한 레이코프의 구절을 들어서, “세속적 진보주의자들은 미국이 나치 독일, 일본 제국주의, 그리고 공산주의 소련과 싸워 어렵게 자유를 지킨 것을 무시하고 있다”면서 비판한다.

              오라일리는 미국민의 압도적 다수는 자기와 같은 전통주의자이지만 교육 현장은 또 다른 세계라면서, 심각한 우려를 표시한다. 워싱턴 DC의 공립고등학교 졸업생의 대학 진학률은 40%이지만 가톨릭 학교 졸업생의 대학진학률은 98%인 것을 예로 들면서, 오라일리는 공립학교가 사실상 실패했다고 본다. 공립학교가 실패할 수 밖에 없는 것은 교사들이 세속적 진보주의에 빠져서 학생들에게 자유와 자율을 강조한 탓이라고 비판한다.

            대학의 경우는 문제가 더욱 심각해서 오랫동안 좌파세력으로부터 안전하다고 여겨졌던 조지타운 대학에도 세속적 진보파가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고 오라일리는 지적한다. 실제로 한 연구는 “미국 대학교수의 18% 정도만 자기가 보수적이라고 생각하고 48%는 진보좌파, 그리고 나머지 34%는 중도라고 생각한다”고 하는데, 오라일리는 “중도는 결국 좌파의 또 다른 이름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흑인 사회가 세속적 진보주의의 포로가 돼버린 데 대해서도 오라일리는 크게 우려하고 있다. 그에 의하면 마틴 루터 킹 목사는 가정과 지역사회가 중요하다고 보았던 전통주의자였다. 하지만 근래에 흑인 청소년들은 마약과 범죄를 부추기는 가사를 읊조리는 랩 가수들을 우상으로 여기고 있다. 이런 현상을 비판한 빌 코스비는 진보진영으로부터 인신공격에 가까운 비난을 들었다.

            또한 오라일리는 바브라 스트레이전드, 조지 클루니 등 할리우드의 스타들도 세속적 진보주의를 전파하는데 앞장서고 있어 일반 대중에게 나쁜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지적한다.

          결론적으로 오라일리는 세속적 진보주의와 싸우기 위한 문화전쟁에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미국의 개신교는 이런 문화전쟁에서 보병역할을 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가톨릭 교단은 침묵하고 있다”고 일침을 가한다. 그는 가톨릭 교회의 침묵으로 인해 유럽이 세속적 진보주의에 白旗(백기)를 들고 말았다면서, 미국 가톨릭 교단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오라일리는 학교를 지키고 젊은 세대를 지켜야만 문화전쟁에서 이길 수 있으며, 미국이 고상한 국가임을 인정해야만 전통주의자로서 자격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을 읽으면 미국 보다 좌편향이 더욱 심한 우리의 현실이 한없이 무겁게 느껴진다.
(월간조선 2007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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