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LEESANGDON
나라와 사회를 올바르게 세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총선에 관한 추억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나라 총선은 공천이 1라운드이고 본선이 2라운드이다. 정당 공천이 200석을 결정하며 나머지 100석을 갖겠다고 싸우는 게 우리 총선이다. 그 공천이라는 것은 도무지 믿을 수도 없고 투명하지도 않으니까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내가 직접 겪은 총선은 2012년 총선과 2016년 총선이었다. 2012년에는 새누리당 비대위원으로 방송 출연이 많았고 각축(角逐) 지역이었던 부산, 무소속 후보가 출마했던 경남/경북 지역, 그리고 지인들이 출마했던 수도권 지역구에서 지원유세도 많이 했다. 그 때 나는 “내 사주(四柱)에 선거 유세가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2년 총선은 이른바 보수 정당이 승리한 마지막 총선으로 기록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그렇게 보는 이유는 신도시 건설 등으로 인한 수도권 인구 집중이다. 이로 인해 1990년대까지 한나라당 절대 우위였던 경기도가 2000년대 들어서 서서히 친(親)민주당 성향으로 바뀌고 말았다. 그런 추세를 잠시 멈춰놓은 것이 2012년 총선이었다. 당시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좌파니 뭐니 하는 말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그저 경제민주화를 하고 국민통합을 하겠다는 포시티브 메시지를 내는데 그쳤다.
반면에 한명숙 당시 민주당 대표는 한미 FTA에 반대하면서 미국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하고 민주당의 젊은 비례대표 후보는 제주도에서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한다면서 해군을 ‘해적’으로 불렀다. 그 때에도 박근혜는 “말을 바꾸는 사람들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다”는 멘트를 날렸을 뿐이다. 한미 FTA와 제주 해군기지는 노무현 정부가 만든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 새누리당은 단독으로 152석을 했는데, 그 교훈을 박근혜 본인도 잊어버렸다.
2016년 총선에서 나는 국민의당의 비례대표 안전권이었고 공동선대위원장이었다. 수도권과 부산/경남 지역에 출마한 국민의당 후보를 위해 2주일 동안 지원유세를 하는 등 바쁘게 지냈다. 선거 당사자에겐 선거운동 기간 두 주일이 무척 길게 느껴진다. 그것은 마치 군대와 같다. 길고 긴 복무를 마치고 제대했더니 주위 사람들이 “벌써 제대했냐?”고 묻는 경우가 많다. 군인과 후보자의 시계는 무척 늦게 가는 것이 공통점이다.
당시 국민의당은 ‘제3당 정치혁명’을 이루겠다는 포시티브한 메시지를 내걸었고 그것이 호응을 얻었다. 그 때 호남에서 국민의당 바람이 거세게 불 줄은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유권자들은 그 당이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포시티브 메시지를 좋아하지, 무엇을 척결하겠다는 식의 네거티브 메시지를 좋아하지 않는다.
2016년 수도권 선거에서 국민의당 후보가 선전해서 그 덕분에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된 지역이 6~8 곳이 된다. 선거에는 3자 구도로 인해 어부지리(漁父之利)를 얻는 경우가 있지만 2016년 수도권 선거에선 새누리당이 무려 6~8석을 그렇게 얻어갔으니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민주당이 어부지리를 취한 곳은 내가 살고 있는 분당을 지역구이다. 임태희 전 의원이 무소속 출마를 해서 민주당 후보가 행운을 거머쥐었다. 새누리당이 국민의당이 주는 행운을 가져갔음에도 민주당에게 1석을 졌음은 의미하는 바가 큼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그것을 알지 못했다.
금년 총선은 역대급으로 혼란스러운 선거임이 틀림없다. 나는 단지 그간 나와 유대관계가 있었던 사람들에게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원할 뿐이다.
- 사진 : 2016년 총선 개표 후 국민의당의 선전(善戰)을 알린 언론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