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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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사 보안 중요하지만 국민적 공감대도 필요"(국제신문)
작성일 : 2013-02-01 10:38조회 : 3,513
국제초대석 <4> '박근혜 맨' 이상돈 중앙대 교수
"朴 당선인, 인사 보안 중요하지만 국민적 공감대도 필요"
국제신문 김경국 기자
- 감동 없는 인수위, 지지율 저하 주범
- 朴 당선인 주변엔 쓴소리 할 사람 없고 의견 나눌 폭도 적어
- 10년 전 현장 떠나 '필름 끊긴' 김용준, 인선 자체가 잘못
- 인수위원장 유지도 상식적으로 말 안돼
- 개혁과 쇄신 의지, 조각으로 판명날 것
- 당내 친박계 의원들, 챙겨야 할 이유 없어, 크게 부담 안 느낄 것
'박근혜 맨'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쓴소리'를 내뱉었다. 박 당선인의 카리스마에 눌려 좀처럼 '바른말'을 하지 못하는 친박 진영에서는 이례적이다. 친박계 중진인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 정도만이 박 당선인에게 싫은 소리를 했을 정도다. 유 의원은 그때문에 친박 핵심에서 한발짝 밀려났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의 위원을 거쳐 정치쇄신특별위원으로 활동했던 이상돈(62) 중앙대 교수. 그는 김용준 초대 총리 후보자의 낙마로 비판을 받고 있는 박 당선인의 '깜깜이 인사'에 대해 "인사를 비선조직에 의존하는 대통령은 100% 실패한다"고 꼬집었다. 김 전 후보자가 사퇴 후 인수위원장은 계속 맡겠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우습다.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오래전부터 '박근혜 맨'이다. 이명박 정권 내내 칼럼 등을 통해 4대강 등을 비난하면서 박 당선인을 옹호했고, 새누리당 비대위원으로 임명된 이후에는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전력투구, '창업공신'에 포함된다. 당시 그는 "운명적으로 엮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비대위 시절에는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함께 직설화법의 '투톱'이었다.
이 교수를 김용준 총리 후보자가 사퇴하기 직전인 지난달 29일 낮과 31일 두 차례에 걸쳐 인터뷰 했다.
-박 당선인과의 인연은.
▶2010년 3~4월께 소규모 모임에서 뵙고 그 후로도 비대위원에 임명되기 전까지 몇 차례 만났다. 한나라당 대표시절, 2007년 당내 대선 후보 경선 때, 이명박 대통령 시절 등 내가 쓴 칼럼을 눈여겨 봐오신 듯하더라. 특히 이명박 정부 아래 '박근혜 역할론', 즉 총리나 당 대표를 맡아 이 대통령을 구해야 된다는 주장이 나왔을 때 '공멸론'을 주장했다. 그런 일들이 인연이 되었던 것 같다.
-당선인 지지율이 55%~60% 대에 머물고 있다. 당선인의 지지율로서는 상당히 저조한데.
▶통상적인 지지율보다 많이 낮은 것이 사실이다. 인수위 때문에 내려간 것이다. 인수위가 국민기대에 부응하는 감동적인 메시지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인수위는 이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 그런데도 김용준 인수위원장이 다시 TV에 얼굴을 내비치면 지지율이 어떻게 되겠나.
-김용준 총리 후보자가 결국 자진사퇴했는데.
▶처음부터 잘못된 인선이었다. 헌법재판소장을 하고 10년간 활동이 없었던 사람을 적임자라고 할 수 있나. 10년간 쉬면서 '필름이 끊긴' 상태인데 총리직이라는 중책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겠나. 헌재의 위상에도 영향을 미친다. 부동산과 아들의 병역문제를 비롯한 의혹들은 제쳐놓더라도 국민들이 보고 싶은 것은 정치가 역동적이고 쇄신·개혁을 추진하는 것이다. 그런데 김 후보자는 역동성이나 쇄신·개혁과 거리가 멀지 않았나.
-박 당선인의 인사에 대해 '깜깜이 인사'라는 등 이런저런 지적들이 많다.
▶'불통' '깜깜이'가 보편적인 말이 되어버렸다는 것이 걱정이다. '박근혜'하면 '신뢰와 원칙'이 떠오르는 게 아니고 '불통'과 '깜깜이'라는 말이 떠오르면 어떡하나. 한번 그런 딱지가 붙어버리면 이미지를 바꾸기가 굉장히 어렵다. 도대체 누구랑 인사를 상의하는지 알 수가 없다. 보안도 중요하지만 어느 정도 예측성이 있고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대통령 권력에서 제일 문제되는 부분은 책임없는 타이틀을 가진 사람이 큰 권력을 가지는 것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도 차지철에게 임무에 벗어나는 그 어떤 힘을 줬기 때문에…. 개인적인 친분 등으로 지위보다 큰 힘을 가지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된다. 이를 답습하면 큰일난다. 의사결정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지 않았나.
박 당선인은 친구가 없이 살아왔고, 동료가 없다. 정치를 하면서 생사를 같이할 정도의 동지가 없었기 때문에 의견을 나눌 폭이 그만큼 좁다고 할 수 있다. '박근혜 리더십'의 전례없는 위기가 온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에 대한 극복방안을 협의할 사람도 없다는 것이다. 결국 또 혼자 고민해야 한다는 게 문제다. 소위 말하는 측근들은 '버틀러(butler·집사)' 정도의 사람들이다.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없다는 것이 당선인에게 제일 큰 문제다.
-박근혜 정부가 성공하기 위해 정권 초반에 해야할 일은 무엇이라고 보나.
▶총·대선 때 내걸었던 캐치프레이즈, 즉 시대정신인 경제민주화와 복지 및 일자리 등 3가지에 대해 가시적인 정책으로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는 것이다. 그런데 여당 내에 지금 쇄신과 개혁의 주체가 보이지 않는다. 당내에 쇄신과 개혁의 아이콘이 없지 않나. 개혁세력이 당내에서 앞장서야 하는데….
결국은 조각 때 어떤 사람을 앉히느냐가 중요하지 않겠느냐. 쇄신과 개혁에 방점이 찍힌 사람이 들어가면 의지가 있는 것이고, 의지가 없으면 결국 중간에 있는 사람들은 떠나지 않겠나. 결국 판단은 국민들이 하게 되는 것이다.
-박 당선인의 '인재풀 수첩'에 이름이 올라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내가 뭐….
-당내 친박계에 대해서는.
▶당선인이 친박 의원들에게는 크게 부담을 가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 현역의원들이야 몇명 되지도 않지만 더 이상 챙겨줘야 할 이유도 없지 않나. 친박은 탁자에 비교하면 4개의 다리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필요는 하지만 없다고 쓰러지지는 않는다. 그런데 얽매이다보면 정치쇄신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다.
# 이상돈 교수는
- 부산서 태어난 '피난둥이'
- 환경법 가르치던 교수서 보수논객으로 자리 잡아
- 'MB 하야론' 등 튀는 발언
이상돈 교수는 6·25 전쟁 발발 이듬해인 1951년 12월 부산 영주동에서 태어난 세칭 '피난둥이'다. 1·4후퇴 때 부모와 조부모, 외조부모 등 일가친척들이 서울에서 피난간 부산에서 태어난 것이다. 당시 고모부가 부산세관장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고 한다. 휴전 직후 서울로 올라가 부산에서 생활했던 기억은 전무하지만 '출생지'에 대한 남다른 애착은 어쩔 수 없다고 한다.
휴전 후 서울로 올라가 수송국민학교을 다녔고, 경기중과 경기고를 거쳐 서울대 법대 및 대학원을 졸업했다. 해군제대 후 미국 유학길에 올라 튤레인 대학과 마이애미 대학에서 법학 및 비교법학 석사를 받고, 박사학위도 1983년 튤레인 대학에서 받았다. 중앙대학교 교수로 법과대학장과 법학연구소장 등을 거쳤다. 환경법과 국제환경법, 국제경제법, 법조윤리 등을 가르쳤다.
1990년대 중반부터 여러 언론매체에 환경칼럼을 쓰기 시작했고, 참여정부 때부터는 '보수논객'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다른 보수논객들과는 달리 이명박 정권에 대해서는 비합리성과 모순을 끊임없이 비판해왔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이 교수를 눈여겨 보고 후일 비상대책위원으로 영입한 것도 이때문일 수 있다.
이 교수는 2011년 12월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당시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함께 개혁의 상징으로 인식됐다. 언론은 앞다퉈 이 교수를 인터뷰했고, 그는 언론의 '입맛'에 딱맞는 소위 '튀는 발언'으로 최고의 이슈메이커로 부각됐다.
비대위원 임명 직후 MB정부 실정 책임자 용퇴론에 이어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이 터졌을 때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탄핵당한 사유는 오히려 경미하다"면서 MB 하야론까지 언급해 당에서 "공식입장이 아니다"고 해명하는 사태를 빚기도 했다.
가족사도 흥미롭다. 외할아버지는 한국 최초의 서양화가로 기록되는 춘곡 고희동(1886~1965) 화백이다. 외증조부 고영철(1910년대 작고)은 한국인 최초로 중국 텐진에서 영어를 체계적으로 공부, 구한말시절인 1883년 유길준 홍영식 등과 함께 보빙사(報聘使·사절단)의 일원으로 미국에 파견되기도 했다.
▶이상돈 교수 약력
-1951년 부산 영주동에서 출생
-경기고, 서울대 법대
-미국 툴레인대 대학원 법학 석·박사
-미국 로욜라대 로스쿨 객원교수
-현 중앙대 교수. 법대 학장·법학연구소 장 역임.
-저서: '세계의 트렌드를 읽는 100권의 책'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 등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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