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4대강, 청년의 문제다(어느 대학생의 글)

작성일 : 2010-05-14 20:57조회 : 4,590

(* 다음은 한 대학생이 운하반대교수모임에 보낸 글입니다. 4대강 사업과 2010년 대한민국을 보는 청년세대의 고뇌가 잘 녹아 있습니다. 원문에 대해 맞춤법과 문장 표현을 약간 손보았습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이상돈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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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운하반대교수모임의 교수님 여러분.

 저는 ‘지속가능한 청년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는 천예지라고 합니다.
가르치시고 있는 대학교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4대강 사업의 진실에 대해 알려주시느라 수고하시고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답사와 강연을 통해 ‘4대강 사업’을 막아내야겠다고 굳게 결의하는 학생들이 크게 늘어나는 것이 아님을 교수님들도 지켜보셨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저희는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실시하고 하면서, 4대강 사업에 문제가 있음을 인지하지만 '자기문제화'가 되지 못함이 그 원인이라고 생각하고, 이 막힌 부분을 풀기 위해서 많은 고민을 저희 ‘지속가능한 청년모임’ 차원에서 해왔습니다. 이것이 왜 우리의 문제인지, 어떻게 우리와 상관있는지에 대한 논의도 많이 하고, 이에 관한 글을 써보려는 시도를 해왔습니다. 5월 초에 이번에 보내드리는 글과 질의서 등의 글을 완성하였습니다. 일단 '4대강, 청년의 문제이다'라는 글을 공유에 부치오니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시면 학생들에게도 보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천예지 드림
‘지속가능한 청년 모임’
http://club.cyworld.com/53703381114/19465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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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청년들의 문제다
- 지속가능한 청년모임 -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팔당 두물머리의 농부 임인환씨.

그는 7년 전 귀농한, 아직은 농사 새내기. 그가 있는 곳은 서울시민의 식수가 되어주는 팔당호의 상류. 1970년대 이 일대가 상수원 보호 구역으로 지정된 이래 유기농업이 안착한 곳이다. 맨몸으로 팔당에 와서, 유기농을 한다고 땅을 되살리는 데에만 꼬박 6년을 들였다. 그런데 정부는 그 땅에 제방과 자전거도로를 만든다고 한다. 수상레저시설도 만들겠다고 한다. 정부의 계획은 팔당 일대에 길고 짧은 역사를 가진 60여 가구 유기농민들의 농지를 수용하는 것이다. 임인환씨는 시위에 참가했다. 소리도 질렀다. 때론 끌려 나오기도 했다. 이웃과 팔당에서 여의도까지 걷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살이 많이 빠졌다. 그가 심은 딸기는 혼자서 열렸다.

충남 공주시 금강에서, 그리고 경기도 여주 남한강에서는 물고기들이 떼로 죽었다. 물고기들은 물이 없고 산소가 없어 죽었다. 지난 1월의 금강은 표면이 살짝 두텁게 얼었다. 크고 작은 붕어들, 잉어들이 얼음 밑에 둥둥 떴다. 수천 마리나 됐다. 달이 가고 4월이 되어서는 남한강 차례가 되었다. 누치들, 멸종위기종이라는 꾸구리들, 수백 마리의 물고기들이 강모래 속에 파묻혔다. 4월부터는 그네들의 산란기였다.

경기도 여주 남한강변에는 바위늪구비라고 불리는 습지가 있었다. 강원도 섬강, 안성에서 온 청미천, 충주에서 흘러오는 남한강 이렇게 세 물줄기가 만나는 곳에 있었다. 한국에서만 자생하는 멸종위기종인 단양쑥부쟁이가 무리지어 자라고, 도마뱀 비슷하게 생긴 멸종위기종인 표범장지뱀이 살고 있었다. 때가 되면 철새와 텃새들이 이곳에 모이곤 했다. 수달도 삵도 흔적을 남겼다. 2008년도 보전 대상지 시민공모전에서 꼭 지켜야 할 자연유산 부문에 선정되기도 했던 바위늪구비에 2009년 새로운 이름이 붙었다. ‘남한강살리기 사업 6공구’로 말이다. 그리고 바위늪구비는 벌써 파헤쳐지고 메워졌다. 이제 그 위에 둑도 짓고 산책로도 내고 자전거 길도 짓는다고 한다.

4대강 사업으로 한국은 변화하고 있다. 생활 터전을 두고 떠나야 하는 사람들은 떠나는 대로, 4대강 사업으로 사람들이 이주해 오면 이주해 오는 대로, 4대강 사업으로 허물어지는 지역 공동체는 허물어지는 대로, 연연히 이어오던 문화와 역사의 자취는 흔적을 감추는 대로, 모든 것을 잃은 동물과 식물들은 사리지는 대로, 그리고 수십백천년 흘러오던 자연은 앗기는 대로 변화하고 있다. 이 모든 변화는 우리 한국에 흔적을 남길 것이다. 이 모든 변화에 소요되는 엄청난 돈의 일부는 빚이 되어서 흔적으로 오래 남을 것이다.

묻는다. 변화 후의 한국을 살아가는 것은 누구인가? 그 변화가 파급하는 부작용에 맞닥뜨릴 주체는 누구인가? 그것을 감당하고 수습할 장기적인 부담은 과연 누구의 생활에, 누구의 환경에, 누가 내는 세금으로 돌아가는가?

이 사회를 앞으로 오랫동안 살아나갈 청년 세대에게 정부는 이런 것을 묻지 않았다. 이 사업이 어떻겠냐고, 이렇게 해도 괜찮겠냐고 묻지 않았다. 정부는 오히려 무시했다. 청년들의 말은 술자리나 인터넷, 그리고 소수언론에서 맴돌았다.

‘4대강 사업’의 목표는 수질 개선과 홍수 피해 예방이라고 한다. 그러나 정부도 알고 있다. 준설과 보 건설이 우리나라 하천의 생태계가 크게 교란 받는 원인 중 하나라는 것을 알고 있다. (2009년 생물다양성협약 제 4차 국가보고서) 4대강의 16개보는 정체수역으로 녹조현상을 피해가기 어려운 상황이며 깨끗한 물 관리에 저해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4대강 살리기 사업 관련 첨단기술 제안서’) 낙동강을 준설하지 않아도 대부분 유역에서 홍수예방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 ‘낙동강유역종합치수계획 보고서’)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는 바대로, 4대강 사업의 목표는 경제 발전이라고 하자. 그렇게 발전할 경제는 누구의 것인가. 그것은 ‘나’의 것인가? 사업 완공 후 들어설 4대강변 까페에 알바로 고용된다면 나의 경제는 발전하는가? 아니다. 확실히 경제발전할 주체는 존재하고 있다. 강바닥을 파헤치고 보를 설치하고, 강변에 위락단지와 산업단지를 건설할 건설업체에 4대강 사업은 확실히 도움이 된다. 건설업체들은 대한민국 1970-80년대 경제발전의 빛나는 주역이었다. 사회의 각종 하부구조와 건물을 세워 도시화를 도모하는 것이 당시에는 발전의 큰 축이었다. 그러나 지금도 그러한가. 닌텐도가 유행하고 아이패드 수입이 화제인 지금 2010년에도 시멘트와 콘크리트와 철근으로 크고 각진 건축물을 하천에 짓는 것이 국가발전인가. 일이 없어진 건설업체를 어떻게든 그 덩치 그대로 먹여 살리는 것이, 그렇게 해서 ‘토건공화국’이라는 정체성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의 ‘발전’인가? ‘발전’은 어떻게 정의 내릴 수 있는가. ‘발전’은 과연 필요한가?

이러한 질문들을 던져야 할 주체는 바로 우리다. 답해야 하는 주체도 또한 우리다. 청년들의 의견은 묻지도 않고 돌아가는 이 사회에 대해 의문을 던져야 할 주체는 바로 우리 청년들이다. 학교가 기업이 되고, 등록금은 오르기만 하고, 비정규직이 확대되고 허울좋은 청년인턴제나 늘어나는 이 시대에 우리는 이제 스스로 묻기 시작해야 한다. “왜 내가 사는 이 사회는 이런 모양인지” 그리고 “다른 모습은 가능하지 않은지”를 물어야 한다.

정부는 지난 4월 29일, 팔당지역 유기농단지 농지를 강제수용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전국의 다른 하천도 4대강 식으로 대규모 준설공사를 하고 보를 세우는 프로젝트를 발표할 것이라고 한다. ‘4대강 반대’는 정부의 홍보부족 탓이라며 각 시/도마다 정책자문단을 꾸려 홍보를 펼쳐나갈 것이라 한다. 한편 환경단체들은 4대강 사업 반대를 내걸고 전국적으로 연대했으며,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교수들이 모인 운하반대교수모임, 그리고 불교, 천주교, 기독교, 원불교 등 종교계가 반대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은 현재 24시간 진행되고 있지만, 한편으론 이를 둘러싸고 격렬한 요동이 일고 있다. 4대강 사업은 ‘우리 현재 사회의 축소판’이다. 4대강 사업은 ‘우리 미래사회의 잣대’가 될 것이다. 여기에서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가 앞으로 살아갈 사회를, 그리고 우리의 존재방식을 좌우할 수 있다. 그러므로 4대강 사업에 대하여 우리 스스로에게 묻자. 그리고 답하자. 적극적으로 찬성을 하든 반대를 하든, 혹은 다른 일을 도모하기로 하든 그저 내버려두기로 하든, 치열하게 묻고 답하자. 그러면 적어도 우리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결코 작은 변화가 아니다. ‘88만원 세대’라는, 우리가 짓지 않은 우리의 이름은 그런 변화에서부터 허물어 질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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