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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조갑제 대표에 대해 물어 보신 재미교포 님께
작성일 : 2008-06-28 21:10조회 : 2,601
조갑제 대표에 대해 물어 보신 재미교포 님께
(이상돈) 2008년 6월28일
미국에 사시는 교포 분께서 사이트를 찾아 주시고 게시판에 아래와 같은 글을 남겨 주셨습니다. 그러면서 조갑제 대표에 대한 저의 견해를 물어 오셨습니다. 제가 아는 분에 대해 견해를 물어 오셔서 답변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촛불 시위를 계기로 제가 조갑제 씨와 다른 입장을 취한 것이 화제가 되고 있어 차제에 제 생각을 알려 드릴까 합니다.
조갑제 대표는 월간조선 기자를 하기 전에 부산의 한 신문사에서 기자 생활을 했습니다. 제가 그분을 알게 된 것은 1980년대 초에 나온 ‘사형수 오휘웅’이란 책을 통해서 입니다. 선량한 시민을 사형에 처한 한국의 사법체계를 고발한 책인데, 대단히 잘 쓴 것입니다. (초임 교수 때 저는 학생들에게 그 책을 강력히 권했습니다.) 바로 이런 것이 탐사보도(investigative report)입니다. 1980년대 중반부터 월간조선에 옮겨 편집장을 거쳐 사장을 지냈고, 노무현 정권 후 퇴사하고 ‘조갑제닷컴’이란 회사를 세워서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조 대표는 ‘유신독재의 원흉’으로 매도되던 박정희 대통령의 공적과 그의 인간성을 재평가하는 데 대단한 공적을 세웠습니다. 아마도 조 대표가 아니었으면, 박정희 대통령은 그저그런 독재자로 치부되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바로 이 때문에 좌파 진보세력으로부터 집요한 공격을 받았습니다.
노무현 정부 들어서는 예비역 대령들이 중심이 된 국민행동본부가 장외(場外)집회를 주도했는데, 조 대표는 이 단체의 리더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국민행동본부는 노무현 정부에 대한 강력한 견제세력으로 기능했습니다. 사학법 개정 반대의 경우에는 국민행동본부는 기독교 보수교단이 보조를 맞추었고, 사학법 개정 반대 장외투쟁을 하던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에 힘을 실어 주었습니다.
하지만 국민행동본부와 조갑제 대표가 이끄는 보수운동은 그 운동을 다음 세대로 전파시키는데 실패했습니다. 또한 지식인 사회와 연계하는데도 실패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실패했다고 하기보다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보아야 하겠지요.)
2006년 가을이 되자 보수 진영에서는 일종의 위기감 같은 것이 돌았습니다. 박근혜, 이명박 두 주자가 너무 치열하게 대립해서 공멸(共滅)하는 게 아니냐, 후보는 누가 되든 이른바 ‘한방’에 가는 게 아니냐, 등 우려하는 분위기가 팽배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대체적 분위기는 누가 한나라당 후보가 되든 간에 일단 후보로 결정되면 밀어야 한다는 분위기였습니다.
2007년 3월 1일, 국민행동본부는 김진홍 목사가 이끄는 뉴라이트 전국연합, 그리고 서경석 목사가 이끄는 선진화 국민회의와 함께 시청 앞에서 장외집회를 크게 열었습니다. 국민행동본부가 김진홍 목사, 서경석 목사와 함께 행사를 연 것은 이 때가 처음이었습니다. (제가 ‘홍보 참사 - public relation disaster -’라고 평가한 지난 6월 10일 맞불 집회도 이 세 단체가 공동개최한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이 즈음부터 조갑제 대표가 이명박 씨 쪽으로 경도(傾倒)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한나라당 경선 막바지에 접어들자 이명박 씨는 위장전입, 건보료 2만원, 도곡동 땅 의혹 등으로 힘든 고비를 맞고 있었습니다. 이때에 조갑제 씨와 김진홍 목사가 ‘부자가 더 도덕적이다’ ‘대통령은 윤리선생 뽑는 것이 아니다’ ‘돈 못 버는 사람은 쪼다’다 하는 파격적인 발언을 했습니다. 이명박 씨를 옹호하기 위한 발언이지요. (미국에서 언론인이나 성직자가 이런 말을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는 충분히 상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이런 발언이 큰 오점을 남긴 것이라 생각합니다.
촛불시위에 대한 조갑제 씨, 인터넷 신문 프리존 등의 견해는, ‘좌파 배후 세력’이 기획하고 총동원했으니 이들을 척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주요 보수신문도 처음에는 ‘배후’를 지목하는 사설을 내보냈습니다. 다음 아고라, 안티-mb 카페, MBC, 광우병대책회의 등 모든 주최세력의 ‘배후’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는 뉘앙스를 띄고 있지요. 그런데 시위 규모가 너무 커지자 주요 신문들도 현장 탐사를 해보고, 단순한 ‘기획’에 따라 동원된 군중으로만 볼 수는 없다고 결론을 내리고 논조를 바꾸었습니다. 시작이 어떻게 됐든 간에 엄청난 호응을 얻고 있음을 확인한 것입니다. 즉 촛불에 ‘민심’이 담겨 있다고 판단한 것이지요.
아시다 시피, 지금의 시위 양상은 6월 10일 전과는 크게 다릅니다. 한동안 볼 수 없었던 ‘전대협 깃발’마저 나부끼고 있으니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이 취할 수 있는 행동반경은 제한되어 있다는 것이 나의 생각입니다. ‘도덕적 정당성’을 결여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제 생각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조갑제 선생은 훌륭한 일을 많이 하셨습니다. 그런데 역시 “문제는 이명박 대통령”입니다. (“Stupid, it is MB.”) 이 점은 안타깝습니다. 게시판에 ‘나팔꽃’이라는 분이 쓰신 글에 저도 물론 공감합니다. 두 분이 보내 주신 글을 아래에 첨부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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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갑제 씨를 어떻게 보십니까?
(Pulsar) 2008-06-27
안녕하세요 ? 미국에 살고 있는 주부입니다. 이상돈 교수님의 글과 기사를 자주 읽고 있으며, 배울 점이 많은 분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미국에 있다 보니 한국의 촛불 시위는 직접 본 적이 없습니다만, 관련 기사를 자주 보고 있습니다. 인터넷 상에서 의견을 피력하는 것도 낯선 저에게 이곳 게시판에 글을 쓰도록 만든 요인은 조갑제 씨 때문입니다.
저는 요즘들어 오마이뉴스, 서프라이즈, 조선일보, 동아일보, 조갑제 닷컴을 자주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오늘 조갑제 닷컴에 들어가서 보니 그 분의 말 수준이 도가 지나치고 생각이 의심스러울 정도였습니다. 백악관 앞에서 그랬다면 발포를 했을 것이다, 물대포면 다행인 줄 알아라 이런 말인지....
저는 예전까지만 해도 조갑제 씨에 대한 견해가 특별할 것도 없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강직한 면도 보이시고, 이명박, 박근혜 씨에게도 쓴 소리도 하시고 나름대로 글발도 대단하시고 정말 이런 분은 한 분 계셔도 되겠다 싶었습니다. 그러나 요즘 그 분의 글을 보면 혐오스럽습니다. 보수, 진보를 떠나서 논리랍시고 말씀하시는 것은 끔찍하고, 막혀있으며 어쩌다가 저렇게 되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보수 논객께서, 수준이 왜 그런 것이랍니까? 그 특유의 이상한 반공 분위기, 사이트는 왜 그리 흉하고 징그럽답니까? 그 분의 글을 읽다가 보면 도대체 한국의 보수는 저런 것인가 싶어서 끔찍해집니다. 보수 전체를 향해 일반화시킬 수는 없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도대체 조갑제 씨 같은 사람을 저같은 보통 인간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합니까? 소위 그가 좌파집단이라고 불리우는 소굴에 가면 참 재밌게들 산다 하고 실소라도 나오는데, 조갑제는 침침하고 낡아빠졌고, 대단히 혐오감을 줍니다. 막말 잘하는 진중권 씨도 열의에 찬 젊은이고 뭔가 신선한 느낌을 전해줍니다.
이렇게 본능적인 반응이 나오는 것이 그 분 팬들이 말하는 "좌파 기질" "좌파의 피가 흐른다" 뭐 그래서 인건가요? 그냥 감정 문제인가요? 소위 "본질을 건드렸기 때문에 화가 난다"는 식의 정서적 충격(예술 감상에서도 말해지는) 때문인가요? 그냥 그 사람도 개인 견해일 뿐이니까 이해해줘야 하나요? 자기 이름 걸고 서프라이즈 처럼 커뮤니티 사이트를 구성해 놓았는데, 그 사람은 매체력을 잘 이용하는 것 같습니다. 내 블로그, 내 홈페이지에서 내가 무슨 말하던 무슨 상관이냐, 이런 식인 것인지. 그러나 그 사람의 사이트는 개인 홈페이지가 아닙니다.
조갑제 씨를 보는 교수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조갑제라는 분을 인간적으로 비하하는 것이 아니라 그분의 논조, 사고 방식 자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질문 드리는 것입니다. 도대체 그 분 논조가 받아들여지는 한국 사회 분위기도 이해가 안갑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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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조갑제 씨를 어떻게 보십니까?
(나팔꽃) 2008-06-27
조갑제 씨가 좀 시원시원(?)하게 발언하는 편이죠. 촛불시위하는 군중들을 가리켜 미쳤다..는식의 평가를 하는, 말이 좀 지나치긴 하지만. 보수층 일반의 직관을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갑제는 진보진영이 표적삼아 조롱해온 탓에 희화화된 이미지를 갖게 된, "억울한 처지의 보수인사"라고 생각합니다.
오천만 한국인이 모두 동질적 이념과 사유를 공유한다면 그건 이미 전체주의 사회입니다. 조갑제는 폭력을 휘두른 적도 없고 수구냉전적 사고에 찌든 미치광이도 아닌데 너무나 쉽게 "극우"로 지칭됩니다.(한국에 극우'는 없다는) 6. 25 전쟁을 경험한 보수세대가 소지한 이념 틀은 한국사회의 이념적 다양성을 위해서 유익한 균형추 역할을 하고 있죠.
다른 목소리는 언제나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조갑제로 상징되는 보수의 냉전적 이념 틀은 민족인 동시에 적인 병영국가 북한의 불가측성을 상대하는데 유익한 브레이크'역할을 한다고 평가합니다. 그런 점에서 조갑제의 낡은 언어(?)는 좌편향에 치우친 한국사회의 일방성을 중화하고 희석시키는 기능을 담당한다고 봅니다. 어르신들은 그런 식으로 말해야 믿음직한거죠. 한국인들 모두가 내재적 접근법'이나 ‘해방전후사 인식’ 장단에 맞춰 춤추어서야 쓰겠습니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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