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LEESANG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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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금강산 사태에 대해서 (2008. 7. 14)
작성일 : 2008-07-14 17:12조회 : 2,241
( * 금강산 사태에 대해 인문학도 님이 게시판에 올려 주신 글에 대해 구경꾼 님이 의견을 주셨으며, 이에 대해 인문학도 님이 다시 의견을 올려 주셨습니다, 많은 분들이 편리하게 볼 수 있도록 앞으로 옮겼습니다. 이상돈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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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사태에 부쳐
인문학도 (2008-07-14)
민간인을 총으로 쏘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북한은 큰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견이 없을 줄로 압니다. 특히 피해자(?)인 대한민국 국민의 입장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한 발자국도 양보할 수 없지요. 선진당과 진보신당에서 이 문제에 대해 북한측을 규탄하면서 사태 해명과 사과를 강력하게 요구한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행동입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문제도 존재합니다. 북한측의 설명이나 우리측 목격자의 진술을 따를 때, 정확한 피격 위치의 산정 문제는 차지하고서라도 피살자가 정해진 안전 구역을 넘어서 군사경계구역에 들어갔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한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초병은 어디까지나 정해진 수칙에 따라서 대응한 것일 뿐이며, 이에 대해 무작정 북한의 책임만을 물을 수는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 무작정 '친북좌파'로 몰아세우며 욕한다는 것도 무의미한 게 사실입니다. 이 부분은 우리가 분명히 인정해야 할 사안입니다.
그런데, 위의 문제를 인정한다 하더라도 초병이 '과잉대응'을 한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어차피 근처에 금강산 관광객들이 묵고 있었다는 것도 알았고, 경계구역에 '침입'한 사람이 무고한 관광객이라는 것도 분명 눈치챘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을 쏘았다는 건 도의적으로 책임을 물을 만한 일이겠지요. 하지만 우리는 이 지점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어째서 초병은 '굳이' 수칙에 근거하여 사격을 실시했나?
재미있는 건, 작년에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는 점입니다. 목사 한 분이 우연히 경계구역에 들어갔다가 초병에게 적발되었지만, 몇 시간 가량 억류되어 있다가 별 탈 없이 풀려났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번 경우에는 대응이 달랐습니다. 도망가는 관광객의 등 뒤에서 사격을 가했죠. 이 차이가 어디에서 발생하는 걸까요?
이러한 차이, 이 질문에 대한 합리적인 대답을 이끌어낼 수 없다면 이번 문제는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대북문제란 '빨갱이를 척결하자'고 소리 높여 외친다고 되는 사안이 아닙니다. 그렇게 해서 해결 볼 거라면 외교고 뭐고 필요 없습니다. 당장 전 군을 동원해서 휴전선을 넘어서 북한으로 진격하면 그만이죠. 하지만 그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을 뿐더러, 또한 바람직하지도 않습니다. 현 상황에서의 전쟁이란 곧 공멸(共滅)의 길일뿐이니까요. 그렇다면 결국 남는 것은 '외교'라는 방식이 될 텐데, 북한이 제아무리 '또라이 정권'이라 하더라도 자신들을 '빨갱이'라고 부르며 인공기를 불태우는 (혹은 그들의 지지를 받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제대로 된 '외교'를 하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삽질을 거듭하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아마도 반발하실 분들이 많겠지만, 이번 금강산 사태의 제1원인은 이명박 정권의 '막가파식 대북 강경책'에 있습니다. 6.15와 10.4를 부인한다는 것은 북한의 입장에서 본다면 위 선언들에 직접 서명한 김정일의 권위를 부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국회에서 이명박의 대화 발언에 대해 북한이 발끈하고 나서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죠. 김정일이 조인한 6.10과 10.4가 있는데 어째서 그 이전에 총리급에서 서명한 내용까지 열거하면서 의미를 희석시키느냐는 겁니다. 어쨌거나 이명박 정권은 초창기에 '비핵개방 3000' 운운하면서 6.15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발언들을 반복했고, 이는 북한측의 전에 없던 강경한 반응을 불러왔습니다. '잃어버린 10년' 이전이라면 이런 대응이 나와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지만, 문제는 그 10년 사이에 개성 공단이 들어가고 금강산 관광이 시작되었다는 거겠지요.
만일 북한이 정말 '독하게' 마음을 먹었었다면, 혹은 이명박 정권이 좀 더 '수위가 쎈' 발언을 반복했다면, 한 명의 관광객이 사살 당하는 일보다 더 큰 일이 벌어졌을지도 모릅니다. 경계선을 넘은 민간인을 '간첩'이라고 간주하고 금강산 호텔에 숙박중인 관광객 전원을 억류하는 일도 얼마든지 가능했을 겁니다. 물론 '북한이 나쁘다!'라고 외치실 분들도 많을 테고, 도의적으로 따지더라도 당연히 북한이 비난받을만한 일이겠지만, '북한이 나쁘다!'라고 수백만 번 외친들 억류된 관광객들이 돌아오진 않겠죠. 이 시점에 필요한 게 '외교'라는 것인데, 그러한 외교의 기반이 되어야 할 기본적인 대화 루트조차 정권 초창기에 '객기' 부리다가 스스로 봉해버린 게 현 정권입니다. 그게 현 정권이 북한 '만큼이나' 욕을 바가지로 먹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다시 한 번 당부 드리는 바이지만... 도덕성의 문제에 대해서는 북한을 우리보다 더 우월하게 보거나, 혹은 동등하게 바라보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이런 주장을 하면 꼭 '너는 북한 편드냐?'라고 반문하는 분들이 있더군요. 아니죠. 저는 북한 편이 아닙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편도 아닙니다. 저는 '대한민국' 편이고, '대한민국 국민'의 편입니다. 만일 대한민국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취해야 할 조치들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면, 북한이든 이명박 정권이든 비판당해야 하는 게 당연한 겁니다. 민간인을 쏜 초병과 초병에게 지시를 내린 관계자에게는 처벌이 내려져야 할 것이고, 이런 중대한 사태를 잘못 보고하여 2시간 동안 사안을 계류시킨 합참은 의장 차원에서의 중징계가 필요할 것이고, 남북간의 긴장 고조는 고려하지 않은 채 입으로만 강경책을 나불댄 현 외교안보라인이나 관광객들 안전 문제에 등한시했던 현대 아산에 대해서 역시 철퇴를 내리쳐야 합니다. 그것이 현 사태를 수습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합리적인' 해결책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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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비판해야 하는 이유
구경꾼 (2008-07-14)
지난 세월 동안 북한이 저지른 일들은 국제 질서라는 거창한 프레임을 대지 않더라도 모두 비상식적이고 어거지 투성이었음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리라 봅니다. 다만 남북 관계가 너무 경직될 것을 염려하여 주로 북한의 입지를 살려주는 쪽으로 결론을 내곤 했습니다.
이번 금강산 총격 사건만 해도 그렇습니다. 민간인 관광객의 사망 사건에 대한 북한의 비협조적인 태도는 분명 지탄을 받아야 마땅합니다. 사건의 경위가 어느 측에 잘 못이 있는지 확인조차 하지 않은 상태에서 남한의 잘못이니 사과하라는 말이 님은 이해가 됩니까?
인문학도님께서도 이러한 부분에 대해 "사태 해명과 사과를 강력하게 요구하는 것이 지극히 상식적인 행동"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는 슬쩍 북한의 입지를 위한 구차한 이야기를 끌어들입니다. 바로 양비론(兩非論)으로 몰고 가는 것이지요.
어떤 사안에 대해 한 쪽으로 몰고 가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양비론으로 자신의 생각이 지극히 객관적임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때론 양비론이 참으로 위험한 발상일 때가 있습니다. 더구나 님과 같이 자신이 믿고자 하는 것을 사실인양 믿고 있는 분들에게는 더더욱 위험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남들에게도 그것이 사실인양 믿게끔 하는 논리성이 있기 때문이지요.
아직까지 그 사건에 대한 정확한 사실이 밝혀 진 것은 없습니다. 북한측 주장과 관광객의 증언이 있을 뿐입니다. 그것만을 가지고 북한의 입장을 두둔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설사 그들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해도 그 사실 자체를 인정할 수 있게 사실 관계 확인에 협조를 해야 합니다. 그러한 협조를 하지 않는 북한은 어떤 이유로도 두둔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들을 두둔한다면 당연히 '친북좌파'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보수를 '친미보수'라고 부른다고 발끈하는 보수는 별로 없습니다만 진보를 '친북좌파'라고 부르면 발끈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자신이 '친북좌파' 소리를 듣게끔 하면서도 말이지요.
님께서 말씀하신 "이명박 정권이 좀 더 "수위가 쎈" 발언을 반복했다면, 한 명의 관광객이 사살 당하는 일보다 더 큰 일이 벌어졌을지도 모릅니다."가 제게는 북한이 수시로 내 뱉는 "불바다"론(論)과 같이 들리는데 단지 제게만 그렇게 들릴까요? 파란구경꾼의 참견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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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반응이 나올 줄 알았죠
인문학도 (2008-07-14)
양비론(兩非論)이라는 것은 보통 사건의 본질을 흐리게 만들기 위해서 동원됩니다. 사건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덮어버리고 진실 규명에 대한 추동력을 흩어버리는 것이 양비론의 기본 목적이죠. 만일 저 이야기를 양비론으로 해석하셨다면, 이 사태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북한의 비상식적 행동에 있는 것인데 국제 질서나 남북 관계의 문제를 끌어들여서 북한의 비상식적 행동을 무마시키려고 한다, 라고 해석하셨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솔직히 한 가지 대답밖에는 못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보신다면 어쩔 수 없죠.'
진보좌파들에게 '친북주의자'라고 해서 화내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오히려 '벙찐다'고 할까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친북주의자'도 아닌 이들에게 '친북주의'라고 부른다면 당사자는 당연히 황당할 수밖에 없겠죠. 보수우파들은 '친미주의'라고 불리워도 화 안 낸다고 하시는데, 본인들이 스스로 '친미주의'라고 생각하니 화낼 이유가 없는 겁니다.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입증한다고 시청 앞 광장에 모여서 성조기를 흔들어대며 미국산 소시지를 구워먹는다면 어느 누가 봐도 '친미주의' 혹은 '종미(從美)주의자'라고 할겁니다. 당사자들도 그걸 당연스럽게 여길 거구요. 약간 농담 섞어서 이야기하면, 만일 진보좌파들이 시청 앞 광장에서 인공기를 흔들어대며 함흥냉면을 먹는다면 '친북주의자'라고 불리워도 화를 낼까요? 자기 눈에는 '친북주의자'로 보여서 '친북주의자'라고 부르는데 상대방은 화낸다, 그러니 너희는 솔직하지 못하다는 식의 논법은 결국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는 속담을 끌어낼 수밖에 없게 만들죠. 진보좌파가 항상 비판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보수냐 진보냐의 논리를 배북(背北)이냐 종북(從北)이냐의 이념 문제로 끌고 가는 한국 보수우파 특유의 매카시즘입니다.
불바다 이야기를 꺼냈기에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그 '불바다' 발언 당시의 상황이 지금의 상황과 아주 흡사합니다. 앞뒤 가리지 않고 '대북강경' 운운했다가 미국과 북한 사이에 치여서 주도적인 발언은 하나도 하지 못하고 이후 부대 비용만 지불하게 되었던 게 불바다 사건이 남긴 상처라면 상처겠지요. 남북 문제를 남한과 북한 당사국 사이의 이념 문제로 파악하는 관점이 봉착하는 한계를 여지없이 보여준 사건이라고나 할까요. 현 정권 역시 그러한 시행착오를 고스란히 반복했다가 북한의 통미봉남책(通美封南策)에 발목이 걸려서 완벽하게 접질리는 상황에 맞닥뜨렸습니다. 그러다가 뒤늦게 대화 운운하고 나서려는데 금강산 사건이 터진 거구요. 북한의 비상식적인 행동이 과거에도 있었던 사실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면, 언제든지 그러한 비상식적인 행동이 나올 것임을 예견하고 그에 맞춰서 사전에 대비를 했어야 하는 게 맞습니다. 정신병자가 어느 날 갑자기 정신병이 도져서 사람을 죽였으면 그 정신병자의 극악무도함만 비판하는 것으로 모든 사태가 해결되겠습니까? 오히려 그 정신병자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수용시설이나 가족들에게 책임을 묻고 사태 재발 방지를 약속 받아야 하는 겁니다.
솔직히, 현재는 대북 문제에 있어서 한국 정부가 지극히 불리한 상황이라는 걸 인정하고 사태 대응에 나서는 건 '불편한 진실'에 해당하는 사항일 겁니다.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반응이죠. 민간인 쏴 죽인 건 저놈들이 잘못한 건데 어째서 우리가 불리한 입장에 있어야 하느냐. 더군다나 그 '불리한 입장'을 현 정부가 스스로 자처했다는 것은 더더욱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실일 겁니다. 개인의 입장에서라면 받아들이기 싫은 부분은 그냥 모르는 척 하고 넘어가도 상관은 없습니다. 어차피 그런다고 사태의 향배(向背)가 달라지는 건 아니니까요. 다만 정부 당국자마저 이 '불편한 진실'을 직시하기를 꺼린다면 사태는 계속 악화일로(惡化一路)로만 치닫겠죠. 지금 우리는 아주 똑똑한 싸이코패스 독재정권을 상대하고 있는 겁니다. 어느 놈이 나쁜 놈이냐를 말하기는 참 쉽죠. 그러나 그 나쁜 놈을 어떻게 '봉쇄'하느냐를 찾는 건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습니다. 살인을 저지른 정신병자를 도덕적으로 비판하는 건 아주 간단한 문제이지만, 그 정신병자를 발작 지경으로 몰아넣은 사람의 책임을 외면하는 건 간단하지만 치명적인 문제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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