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LEESANG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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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굽실외교로는 해결할 수 없는 사안 (게시판에서)
작성일 : 2008-07-30 21:08조회 : 1,905
( * 인문학도 님이 게시판에 올리신 글을 보다 많은 분들이 읽을 수 있도록 앞으로 옮겼습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이상돈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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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실외교로는 해결할 수 없는 사안입니다.
인문학도 2008-07-30
이번 독도문제에 대해서, 미국에게 철저하게 '우방'으로 각인되지 못해서 미국이 이와 같은 행동으로 경고한 것이라고 보는 시각들이 있더군요. 결론부터 말해서, 저는 이러한 분석에 대해 반대합니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한다면, 순진한 생각이라고 봅니다. 국제 관계는 절대 내가 A만큼 해준다고 해서 상대가 A만큼 보답해주지 않습니다. 자기에게 이익이 된다면 언제든지 뒷통수 칠 수 있는 게 외교죠. '총성 없는 전쟁'이라는 소리도 괜히 나오는 게 아닙니다.
만일 미국에게 철저하게 우호적이지 못했기 때문에, 이를테면 분담금의 비율을 올려주지 않았거나 쇠고기 수입 문제에 대해 지지부진하게 굴었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벌어졌다는 식으로 분석한다면, 지난 참여정부 시절에는 어째서 미국이 독도 문제를 건드리지 않았는지에 대한 설명이 불가능해집니다. 혹자는 그 때 이미 이번 사태에 대한 '예고편'들이 준비되어 있는 상황이었고, MB정권은 단지 노통이 깔아놓은 지뢰를 밟은 것 뿐이라고 항변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서 상당부분 공감하는 바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터뜨린 건 MB'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전쟁의 위험이 상존한다고 해도 실제로 전쟁을 일으키는 것과 전쟁을 '억지'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이듯이 말이죠. 이전 정권이 해놓은 일을 설겆이하다가 손 베었다고 투덜댄다면 그건 행정부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뜻입니다. 더군다나 그 설겆이조차도 제대로 못해서 손가락질 받을 정도면 말 다했죠.
어쨌든 다시 돌아와서, 미국이 일본 측의 손을 들어준 것은 어떻게 하든 한국 정부는 쉽게 다스릴 수 있다는 계산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한국에서 설령 이 문제를 두고 반미여론이 일어난다고 해도 이미 MB정부는 철저하게 숭미적인 태도를 관철하고 있으니 별반 문제될 것이 없다고 본 것이지요. 반면 일본은 이미 쇠고기 협상 문제서부터 미국과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입니다. 다루기 쉽지 않은 상대이지요. 실수 좀 해도 말 한두마디로 무마할 수 있는 상대와, 잘못 덤볐다가는 큰 코 다칠 상대 중에 어느 쪽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겁니다. MB가 북한의 통미봉남책에 걸려든 것과 마찬가지의 논리가 작동하고 있는 셈이지요.
독도 문제가 MB 외교라인의 무능함을 보여주는 사건임을 잘 알고 있고, 외교라는 것이 철저한 약육강식의 장이라는 것도 알고 있으면서 미국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모순입니다. 약육강식이 그러하듯, 외교에 있어서 성역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설령 미국의 요구라고 해도 그것이 국익에 반하는 사항이라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상대방의 양보를 얻어낼 생각을 해야죠. 그것이 실용외교고 '전투'외교인 겁니다. 우리가 미국에게 이만큼의 충성심(?)을 보여주었으니 미국도 그에 호응하리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순진한 발상입니다. 우리의 국익에 반하는 행태를 강요한다면 우리 역시 미국의 국익에 호응하지 않겠다는 전투적인 태세를 갖추어야 외교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지요. 특히 대한민국과 같이 강대국들에 둘러쌓인 약소국(인정하기는 싫지만, 인정할 건 인정해야죠)이 살아남는 길은 철저한 등거리 외교를 고수하는 것 뿐입니다. 광해군과 인조의 대중국외교에 대한 좋은 교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기서 배우는 바가 없다면 그야말로 안타까운 노릇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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