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후쿠시마와 해양투기

작성일 : 2023-06-15 08:52조회 : 1,149

후쿠시마와 해양투기

일본 후쿠시마 원전 처리 과정에서 나온 방사능 오염수(또는 처리수) 해양 배출을 두고 조선일보에 칼럼이 나왔는데, 이런 구절이 있다. “우리도 바다에 못된 오염 물질들을 갖다 버리던 시절이 있었다. 1988년부터 군산, 포항, 부산의 먼 바다 쪽에 엄청난 오물을 투기했다. 축산 분뇨, 하수 슬러지, 식품 가공 찌꺼기 등 고농도 유기물들이다. 육지엔 처리 시설이 부족했고 바다에 버리는 것이 비용이 싸게 먹혔다. 2015년까지 27년간 연평균 600만톤을 공해상에 버려왔다. 망망대해의 확산력, 자연 정화력을 믿었다.”(한삼희 칼럼)

방사능에 대한 과잉반응을 논박한다면서 이런 구절을 쓴 모양인데, 사실도 틀렸고 관점도 잘못됐다. 내가 미국에서 환경법을 공부할 적에 그전에는 몰랐던 중요한 국제협약이 있으며, 우리나라는 거기에 가입하지 않고 있음을 알았다. 그 하나는 런던덤핑협약(LDC 1972년)으로 육지에서 처분하기 어려운 폐기물을 바다에 투기(dumping)하는 것을 금지하고 규제하는 협약이고, 또 하나는 멸종위기종자 국제거래를 규제하는 협약(CITES 1973년)이었다. 그런 문제에 대한 인식이 없을 적인 1980년대에 나는 이 협약을 소개하고 여기에 우리도 가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논문도 발표했다.

한삼희 칼럼은 우리가 해양의 자연정화력을 믿었다고 썼으나 그런 것은 왜곡이다. 진실을 말한다면, 우리는 당시 그런 고약한 폐기물을 육지에서 처리할 만한 경제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미국 등 선진국의 환경단체나 환경학자들은 “왜 한국이 LDC와 CITES에 가입하지 않는가?” 하고 질문을 했다. 우리가 이 두 협약에 가입하게 된 시기는 김영삼 정부에 들어와서다. 특히 CITES는 미국의 유력한 환경단체(WWF)가 한국에 대해 무역보복을 청원하자 그 때서야 뒤늦게 가입했다.

바다에 유해폐기물을 버리는 것을 금지하는 LDC에 우리가 가입한 시점은 1993년 12월이다. 당당한 해양국가인 한국이 기본적인 국제환경협약에 가입하지 않는다는 국제적 압력 때문에 LDC가 채택된 지 20년 만에 가입한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육지에서 처리하기 곤란한 폐기물 해양배출이란 예외를 이용해서 하수 슬러지와 축산 폐수를 남해 공해상에 투기했다.

김영삼 정부에서 김대중 정부로 넘어오는 시기에 우리는 쓰레기 종량제와 분리수거를 법제화해서 시행했다. 김대중 정부 들어서 김명자 환경부 장관 시절에는 음식물 쓰레기를 사료와 퇴비로 사용하는 정책을 채택했다. 특히 음식물 쓰레기를 가공해서 가축에 먹이는 방안을 환경부 정책과제로 추진했다. 돼지와 닭은 물론이고 소에게도 먹이는 실험을 했다. 2002년에 나온 환경부의 ‘음식물 쓰레기 감량 자원화 추진계획’에는 ‘진돗개용 음식물 쓰레기 사료개발’이란 세부과제가 있었다. 소 돼지 닭도 부족해서 이제는 국가 정책으로 개한테 음식물쓰레기를 먹이려 한 것이다. 음식물 쓰레기 사료를 먹인 소들은 병들어서 폐사해서 소에게 음식물 쓰레기 사료를 먹이려는 영웅적인 시도는 실패했다. (광우병 소는 동물성 사료를 먹여서 발생했다.)

음식물 쓰레기 사료화와 퇴비화는 이처럼 부작용이 많았고, 특히 그 과정에서 악성 폐수를 많이 발생시켰다. 이것을 처리한다는 것은 경제적으로 기술적으로 어려워서 먼 바다에 버렸다. 공해상 지정한 곳에 바지 선박이 운행하면서 배출해서 버린 것이다. 그 양이 어마어마해서 이것이 런던덤핑협약 사무국과 당사국 회의의 주목을 샀다. LDC 연차회의에선 한국 정부의 이런 관행이 도마에 올라서 우리 외교관들의 얼굴을 화끈거리게 했다. OECD 회원국이고 당당한 해양국가인 한국이 이런 수치스러운 짓을 하는 것을 영국 미국 일본 등 해양국가들은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2013년에 LDC 개정안이 발효해서 더 이상 바다에 이런 오폐수와 슬러지를 버릴 수 없게 됐다.

내가 조선일보 칼럼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바는, 우리가 바다에 음식물 쓰레기 폐수 등 오물을 버리는 동안 얼마나 국제사회에서 비난을 받았나 하는, 엄연한 사실을 무시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배출한다는 방사능 오염수가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그런 논지로 쓰면 된다. 왜 쓸데없이 우리가 과거에 했던 수치스러운 일을 거론해서 마치 우리가 했던 일이 당당했던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는가? 프랑스의 해양탐험가 자크 쿠스토(Jacques-Yves Cousteau 1910~1997)는 “지구가 달걀이라면 지구 표면을 살짝 덮고 있는 바다 물은 눈물 한방울”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바다를 보호하고 관리해야 함을 잘 표현한 명구(名句)다.

2002년에 환경부가 진돗개 용 음식물 쓰레기 사료를 개발할 때부터 음식물 쓰레기를 먹이는 개농장이 활개를 치기 시작했다는 사실에도 주목해야 한다. 그 끔찍한 개농장 철폐에 환경부가 소극적인 이유는 이런 과거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조선일보 2023년 6월 7일자 기사
[한삼희의 환경칼럼] 우리도 바다에 민망한 걸 버리던 때가 있었다
- 1988년부터 27년간 연 600만톤씩 투기
-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불유쾌한 일이지만
- ‘안전’ 국제 판정 난다면 이웃 사정 이해도 해줘야
https://www.chosun.com/opinion/column/2023/06/07/VBIZCIG7BZENNFTYMQVEP6V6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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