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차라리 '오픈 프라이머리'를 해라

작성일 : 2008-03-01 00:03조회 : 2,149

차라리 ‘오픈 프라이머리’를 해라

이상돈

작년 봄 박근혜 씨와 이명박 씨가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을 앞두고 신경전을 벌일 때 처음 나온 쟁점은 ‘오픈 프라이머리’였다. 이 시장 측은 경선을 오픈 프라이머리로 하자고 했고, 박 대표 측은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반대하면서 절충식으로 하자고 했다. ‘오픈 프라이머리’는 열린우리당이 도입하겠다고 한 것인데, 그것이 도무지 무엇인지도 잘 모르면서 이 시장 측에선 그 방식으로 하자고 했다. 이는 물론 당내 지지도에서 이 시장이 박 대표에 뒤졌기 때문이다.

박 대표 측이 반대했기 때문에 ‘오픈 프라이머리’는 하지 않았다. 대신에 여론 조사를 반영하는 이상한 제도를 채택해서 당내 지지에서는 앞선 박근혜 씨는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대통령 후보를 뽑는데 부작위로 한 여론 조사를 반영하는 것은 웃기는 일이었지만, 여하튼 이렇게 해서 이명박 대통령이 탄생했다.

국회의원 후보 선출에는 ‘오픈 프라이머리’가 필요치 않나 ?

‘클로스드 프라이머리(Closed Primary)’도 해 본적이 없는 우리나라가 대뜸 대통령 후보 선출에 ‘오픈 프라이머리’를 채택하자고 했으니 기상천외한 발상이 아닐 수 없었다. 더욱 신기한 것은 국회의원 후보 공천에선 ‘오픈 프라이머리’를 하자는 말이 전혀 나오지 않는 것이다. 국회의원 후보야 말로 해당 지역구의 대의원과 당원, 그리고 관심 있는 유권자들이 참여하는 프라이머리를 해 봄직 한데 말이다.

이유는 분명할 것이다. 이른바 당의 ‘실세’라는 사람들이 거들먹거리면서 공천권이란 대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당권파들이 공천을 했지만, 이제는 그것에다 공천심사위원회라는 ‘튀김 옷’을 입혀서, ‘공천’이란 이름의 번지르르한, 그러나 대단히 비민주적인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줄 서기에 바쁘고, 심사위원 눈치보고

영남은 한나라당 공천이 곧 당선이고, 호남은 민주당 공천이 곧 당선이니까 공천 따내기 위한 줄 서기 경쟁은 눈물겹다. 진풍경이 어찌 그것뿐인가. 심사를 해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마저 그 잘난 공심위원들 앞에서 무슨 포부나 계획 같은 것을 설명하니, 금배지 달고자 하는 사람은 최소한의 자존심도 없는 불쌍한 존재가 되어 버린 형상이다.

‘공천심사’라는 ‘무당 푸닥거리’는 그만하자

국회의원 선거와 지방선거는 후보를 ‘오픈 프라이머리’로 하라고 법을 새로 만드는 것도 이젠 생각해 보아야 한다. 매 선거 마다 한 개 정당의 프라이머리에만 참가할 수 있다는 조건을 붙이면 위헌 시비도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지역구 단위로 프라이머리를 관리하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이다. ‘공천심사’라는 이름의 ‘무당 푸닥거리’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2008.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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