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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로의 마지막 영화

작성일 : 2023-12-24 12:49조회 : 1,420

먼로의 마지막 영화

코네티컷 교외에 살고 있는 아서 밀러와 결혼한 먼로는 맨해튼 57번가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를 유지하고 있었다. 상원의원이던 케네디는 뉴욕에 올 때면 칼라일 호텔 스위트에 묵었다. 칼라일 스위트는 비밀 통로를 갖고 있어서 언론을 피해서 드나들 수 있었다. 케네디가 뉴욕에 오면 먼로는 57번가 아파트로 와서 멀지 않은 칼라일 호텔에서 케네디를 은밀하게 만났다.

1960년 7월 11~15일에 LA 콜로시엄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는 사흘 째 되던 날 케네디를 대통령 후보로 선출했다. 마지막 날인 15일, 케네디는 유명한 ‘뉴 프론티어’ 연설을 했다. 뉴욕에 머물던 먼로는 LA로 날라 갔다. 케네디의 대선후보 지명을 자축하기 위해 피터 로포드는 케네디 일행의 숙소인 베벌리 힐튼 부근 레스토랑에서 파티를 열었다. 먼로도 이 파티에 잠시 참석했으며 도중에 힐튼 호텔의 케네디 객실로 가서 은밀한 밀회를 가졌다. (재클린은 전당대회 행사에 오지 않았다.) 이즈음 먼로는 아서 밀러와는 파탄 상태에 이르렀고 이브 몽땅과의 관계도 끝이 나서 우울할 때였다. 그리고 먼로의 마지막 영화인 <The Misfits> 촬영이 시작됐다.

아서 밀러가 자신의 단편을 토대로 극본을 쓴 <The Misfits>은 이혼을 하기 위해 네바다에 온 먼로(영화에서 로슬린 역)가 세 남자를 만나서 야생마(머스탱)을 포획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흑백영화다. 나이든 카우보이(클라크 게이블), 로데오 꾼(몽고메리 클리프트), 낡은 경비행기를 모든 참전용사(일라이 월릭)는 사막에 가서 야생마를 잡아 팔고자 한다. 이렇게 잡은 야생마는 중개인을 통해서 도축된 후 사료로 만들어 진다는 말을 듣고 먼로는 경악을 한다. 사막에서 이들이 끝내 야생마 몇 마리를 잡자 먼로는 이들에게 “도살자 ! 살인자 !”라고 외친다. 결국 게이블은 잡은 야생마를 풀어주어서 네바다의 자연으로 돌아가게 한다. 아서 밀러는 동물을 사랑하는 먼로를 생각해서 이런 극본을 썼을 것이나, 영화 촬영에 들어갈 무렵에 밀러와 먼로는 이미 멀어져 버렸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먼로는 수면제를 먹어 왔는데, 1960년 들어서는 수면제를 많이 먹어야 간신히 잠을 잘 수 있게 됐다. 무더운 네바다의 사막에서 촬영을 해야 했는데, 먼로는 수면제 과용으로 늦게 나오고 대사를 잊어버리고 해서 촬영이 지연돼서 11월 4일에 간신히 촬영이 끝났다. 무더운 사막에서 말을 다루는 연기를 해야 했던 클라크 게이블은 먼로 때문에 촬영이 지연됐다면서, “미스핏 때문에 나는 거의 심장마비가 올 것 같았다. 촬영이 끝나서 나는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그러더니 게이블은 정말로 심장마비가 와서 11월 16일 60세 생일을 앞두고 사망했다.

게이블의 부인은 무더운 사막에서 촬영이 지연돼서 남편이 죽었다고 말했다. 게이블이 사망하자 먼로는 큰 충격에 빠졌다. 아버지를 모르고 자란 먼로는 나이가 많은 남자를 좋아했는데, 아버지 같이 생각하고 좋아했던 게이블이 별안간 죽었으니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클라크 게이블에게는 유작(遺作)이고 먼로에게는 마지막 영화가 되는 <The Misfits>은 다음해 2월 1일 개봉됐으나 흥행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영화 평론가들은 <The Misfits>을 높이 평가했다. 특히 먼로가 섹스 심벌이 아닌 ‘정(情)이 있는 인간’으로 나왔다는 점을 높이 샀다. 하지만 먼로는 이 영화가 실제의 자기를 그렸다고 생각해서 좋아하지 않았다. 더구나 자기가 좋아한 클라크 게이블이 이 영화를 찍고 난 후 죽었으니 그러했을 것이다. 영화가 개봉되기 열흘 전인 1월 20일, 존 F. 케네디는 대통령에 취임했다. 같은 날 먼로와 밀러는 멕시코에서 이혼 수속을 마쳤다.

아서 밀러와 이혼하고 이브 몽땅과 헤어진데다가 자기가 아버지처럼 좋아했던 클락 게이블이 죽어서 먼로는 우울증 증세를 보였다. 먼로는 담낭 수술을 받아야 하는 등 건강도 좋지 않았다. 먼로는 뉴욕에서 정신과 병동에서 한 달 동안 입원을 했다. 먼로가 이런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옆에서 도와준 사람은 두 번째 남편 조 디마지오였다. 먼로는 뉴욕 생활을 정리하고 LA로 돌아왔다. 영화 출연을 하지 않았던 1961년은 먼로에게는 가장 우울했던 한 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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