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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로널드 레이건 일기
작성일 : 2022-10-20 13:01조회 : 1,473
로널드 레이건 일기
핵을 가진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는 요즘에 한미 관계가 중요하다는 우리 대통령이 48초 정상회담인지 뭔지를 했으니, 그런 만남을 누가 기획하고 끌고 갔는지 그것이 궁금하고, 그 지경을 만들었으면 책임자가 있을 터인데 그런 말도 없으니 신기하다. 델러웨어라는 조그만 주(州) 출신으로 상원의원을 6선을 해서 최장기 상원의원 기록을 세운 조 바이든은 주로 상원 법사위원회에서 활약했는데, 한국에 대해 특별한 관심이나 애정을 가진 흔적은 찾기 어렵다.
우리 대통령이 백악관을 방문해서 미국 대통령과 만나면 정상회담을 했다고 떠벌리지만 백악관 입장에서는 미국 대통령을 만나려는 많은 사람들 중 중요성 등을 고려해서 잡은 면담일 뿐이다. 레이건 대통령은 임기 중 거의 매일 일기를 썼는데, 2007년에 이를 엮여서 <The Reagan Diaries>라는 책으로 나왔다. 그 책을 뒤적이다가 1980년대 백악관에서 레이건을 만난 우리나라 인사들과 관련된 부분이 있어서 소개하고자 한다.
레이건 일기에 'Korea'라는 단어는 1981년 2월 3일 전두환의 백악관 방문에 처음 나온다. 레이건 취임 초기에 성사된 전두환의 백악관 방문은 사형선고를 받은 김대중의 구명(救命)을 조건으로 한 것이다. 당시 안보보좌관이던 리차드 앨런과 국가안보회의 멤버였던 도널드 그레그(나중에 주한 미국 대사가 된다.)가 이 ‘거래’를 성사시켜서 두 번째로 죽음 일보 직전까지 갔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또 다시 미국의 도움으로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레이건은 일기에 전두환에 대해 아무런 평가를 하지 않았다.
1983년 4월 14일, 레이건은 집무실에서 윤성민 국방장관을 만나서 환담을 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5월 3일에는 이범석 외무장관이 레이건 대통령을 방문해서 환담을 했다. 레이건은 이범석 장관이 ‘intelligent and completely sincere'하다고 평했다. 다른 나라의 장관이 미국 대통령을 단독으로 만나기는 어려운데, 당시 한미 간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한국 국방장관과 외무장관이 한 달 사이에 연거푸 레이건 대통령을 만났는지는 연구해 볼 만 하다.
1983년 9월 4일, 대한항공 007편이 소련 전투기에 의해 격추되자 레이건은 이에 대해 특별보고를 받았다. 다음날 저녁에 레이건은 이에 대해 TV 연설을 하기로 했다. 9월 5일, 레이건은 연설문 담당관실(Speech Writers)이 준비해 온 두 개의 연설문안을 받아 보았다. 레이건은 두 개가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아서 오후에 직접 연설문을 작성했다. 레이건은 자신이 쓴 연설문을 참모들에게 보여 주었더니 좋다고 해서 그날 저녁 자기가 직접 작성한 원고를 갖고 TV 카메라 앞에서 연설을 했다.
1983년 10월 13일, 레이건 대통령은 아웅산 테러에 대해 보고를 받았는데, 전두환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보복공격을 자제하고 있는 것이 잘 하는 것이라고 일기에 썼다. 레이건은 1983년 11월 12~14일간 한국을 방문했는데, 일기에는 DMZ를 다녀왔다고 간단하게 썼다. 1984년 4월 26~29일간 레이건은 중국을 방문했는데, 중국 총리가 한국에서 미군이 철수해야 한다고 말하자 자기가 그런 일은 절대로 없다고 잘라서 말했다고 일기에 썼다.
1985년 4월 26일, 레이건은 미국을 방문한 전두환을 잠시 만나서 환담했다. 그 해 10월 3일에는 한국의 무역 관계자들이 백악관을 방문해서 레이건 대통령과 환담했다. 당시 한미 무역마찰(통상법 301조 발동)을 두고 대화를 한 것으로 보인다.
1987년 3월 11일, 레이건은 정주영 현대 회장을 집무실에서 만났다. 레이건은 정주영이 ‘wonderful little Korean gentleman'이라고 일기에 썼다. 레이건은 리차드 앨런이 정 회장과의 면담을 주선했으며 통역을 미국에서 공부하는 정 회장의 아들(정몽준)이 했다고 기록을 남겼다.
1987년 6월 26일, 레이건은 서울을 다녀 온 개스턴 시규어(Gaston Sigur Jr. 1924~1995) 국무부 아태담당 부차관보로부터 한국 상황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 레이건은 단지 서울 상황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고만 일기에 썼다. 시규어 부차관보는 한국의 민주화를 촉구하는 레이건의 친서를 갖고 서울에서 전두환을 만나고 돌아와서 그 결과를 레이건에게 직접 보고한 것인데, 전두환이 계엄령을 포기하고 개헌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했을 것이다.
1987년 9월 14일, 노태우가 백악관으로 레이건 대통령을 방문했다. 그 해 12월 18일, 레이건은 한국 상황에 대해 특별보고를 받았다고 일기에 썼다. 12월 16일에 있었던 우리 대선 결과에 대한 보고였을 것이다. 1988년 2월 9일, 레이건은 노태우 취임식에는 다른 사람들이 바빠서 제임스 베이커 재무장관을 보냈다고 썼다. 1988년 10월 20일, 레이건은 미국을 방문한 노태우 대통령을 백악관에서 만났다고 간단하게 썼다.
사진 (1) <The Reagan Diaries> (2007년)
사진 (2) 1987년 6월 26일, 서울을 다녀온 개스턴 시규어 부차관보(사진 왼쪽)로부터 한국 상황을 보고 받는 레이건 대통령. 조지 H. W. 부시 부통령과 조지 슐츠 국무장관이 배석했다. 레이건이 당시 한국 상황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했는지를 보여주는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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