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유대인, 발명된 신화>

작성일 : 2023-02-16 16:13조회 : 1,297

<유대인, 발명된 신화>

한겨레신문의 정의길 선임기자가 <유대인, 발명된 신화>라는, 유대인과 이스라엘에 관한 묵직한 책을 냈다. 부피도 간단치 않고 내용도 간단치 않다. 그 동안 주간지에 쓴 글을 손보아서 냈다고 하지만 대단한 노력이 들어갔음은 분명하다. 이미 중동에 관한 책을 몇 권 펴낸 저자이지만 이 책이 가장 힘들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스라엘과 유대인의 역사라는 주제가 간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책의 많은 부분은 유대인의 역사, 유대인과 팔레스타인 지역과의 관련성, 그 후에 유대인이 유럽에서 박해를 받게 된 경위를 다루고 있다. 유대인의 역사는 구약이란 종교적 문헌과 거기에 기초한 역사, 그리고 그러한 역사가 과연 얼마나 실증적으로 확인되는지 등 어려운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십자군 전쟁 역사에서 보듯이 아랍인들과 유대인은 기독교 십자군에 대항해서 함께 싸우기도 했다. 기독교 문명이 자리 잡은 유럽에 정착한 유대인은 박해를 받았다. 박해를 하는 기독교인들도 그렇지만 그런 엄청난 박해를 받으면서도 정체성을 지켜온 유대인의 저력(底力)은 도무지 어디에서 나오는지는 나는 아직도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책의 전반부를 넘어서면 이스라엘 건국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구약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는 이야기 보다는 우리에 친숙한 부분이다. 1차 대전은 여러 면에서 전후(戰後) 처리가 잘못돼서 2차 대전을 야기하고 오늘날의 복잡한 중동 문제를 만들었다. 특히 팔레스타인 문제는 영국이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와서 우리 시각으로 영국을 비판하기는 쉽지만 당시 영국에게 어떤 선택지가 있었을지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 이스라엘이 독립을 선언하자 트루먼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국가로 신속하게 인정한 일은 유대인의 응집된 힘이 그만큼 컸음을 보여준다.

책은 그 후 이스라엘과 중동 문제를 다루면서 최근의 이스라엘의 우경화 현상을 깊이 다루었다. 여러 차례에 걸친 중동 평화협상에도 불구하고 팔레스타인 문제는 답보하는 정도가 아니라 그 상황이 더 나빠졌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평화와 화해는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인 판단이다. 또한 오늘날의 이스라엘은 건국 초에 키부츠에서 시작한, 동질성이 많은 그런 사회가 더 이상 아니다. 책에도 지적돼 있듯이 이스라엘 국민의 구성이 1980~90년대를 거치면서 많이 변했기 때문이다. 책의 내용이 반드시 책 제목에 국한되어 있지는 않으니까 이스라엘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정독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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