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국회가 총리를 선출하자고 ?

작성일 : 2023-02-25 10:31조회 : 1,259

국회가 총리를 선출하자고 ?

요즘 시끄럽게 떠들고 있는 선거제도와 개헌 논의 중에는 총리 선출방법 개혁도 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총리 선출 방법에 대해선 "국회에서 후보자 2명을 추천하고 대통령이 선택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고, 반대로 대통령이 2명을 국회에 추천하면 국회에서 선출하는 방법 중 하나가 선택될 것이라 본다"고 했다. (김진표 "개헌·선거 개혁해야…반대하면 국민 비판 직면" 뉴시스 2023년 2월 16일 기사)

2016년 가을 국회 개헌 특위에서 가장 유력하게 논의됐던 정부 구조는 오스트리아 식 분권형 정부였다. 그러나 오스트리아는 사실상 의원내각제와 마찬가지이고 단지 대통령을 직선으로 선출할 뿐이다. 당시 국회 사무총장을 하던 민주당 소속 우윤근 전 의원도 이 방안을 선호했다. 그러다가 정국이 탄핵으로 흘러가고 대선이 빨리 치러질 것으로 보이니까 정권 획득이 눈앞에 보이는 민주당은 대통령제에 아무 잘못이 없고 사람이 잘못이라고 떠들었다. 국민의당에서도 자기가 대통령이 된다고 들떠있던 안철수가 개헌에 부정적이어서 개헌논의는 죽어 버렸다.

총리 선출을 국회에서 하자고 하는 주장은 대통령의 권한이 너무 크기 때문에 총리에게 보다 큰 역할을 주자는 발상이다. 그래서 김진표 의장 말대로 국회에서 후보자 2명을 추천하고 대통령이 선택하거나 대통령이 총리 후보 2명을 국회에 추천하면 국회가 선출하는 방법이 나온 것이다. 이것도 20대 국회 개헌특위 회의 중 민주당 쪽에서 나왔던 발상이다. 어떻든 간에 이 방안도 개헌을 해야 가능하다. 하지만 대통령의 비대한 권한이 그렇게 큰 문제라면 개헌을 해서 의원내각제로 가든지, 최소한 핀란드나 오스트리아 같은 분권형 정부를 선택하면 되는 것이지 궁색하게 국회가 총리 후보 2명을 선택해서 대통령이 임명하게 하는 졸렬한 개헌을 해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김진표 의장의 말이 얼마나 엉터리인지는 조금만 따져보면 알 수 있다. 국회에서 총리 후보자 2명을 선출해서 그 중 대통령이 임명하게 하자는 데, 이런 경우 양당이 각 한명씩 추천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대통령은 당연히 여당이 추천한 후보를 총리로 임명할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총리에 대한 인준청문과 국회 동의는 삭제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대통령은 현재 제도보다 총리를 더욱더 자기 말을 잘 들을 사람을 마음대로 임명하게 될 것이다. 또 이렇게 임명된 총리는 대통령이 언제든지 해임할 수 있으니까 대통령 권한을 총리에게 분산한다는 발상은 한마디로 꿈속에서 떠드는 꼴이다.

총리 후보를 대통령이 2명 정해서 국회가 선출하게 하자는 발상은 의원내각제 아닌 의원내각제를 하자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통상적으로 의원내각제 국가에선 국왕이나 대통령이 의회 다수석을 대표하는 정파의 수장을 총리 후보로 지명해서 내각을 구성토록 한다. 의원내각제에서도 의회가 인기투표 하듯이 총리를 선출하지는 않는다.

대통령제 국가의 대통령과 달리 의원내각제의 총리는 내각의 일원이다. 내각의 의결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한다. 대통령제 국가의 외교권자와 국군통수권자는 대통령이지만 의원내각제에선 군 통수권도 총리가 아닌 내각에 있다. 따라서 총리는 외무장관, 국방장관, 재무장관 등 각료의 동의가 없이는 외교와 군사 조치를 할 수 없다. 총리와 대통령은 이점에서 차이가 난다.

4.19 후 만들어진 2공화국 헌법은 의원내각제를 택했지만 국군 통수권을 대통령에게 주었다. (2공 헌법 제61조 ①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의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군을 통수한다. ②국군의 조직과 편성은 법률로써 정한다.) 따라서 국군 지휘권이 애매하게 되어 있었고, 당시 장면 총리는 윤보선 대통령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그런 헌법 조항 때문에 정부가 군을 장악하지 못해서 결국 5.16이 발생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한 측면이 있다. 지금 핀란드 헌법이 의원내각제면서도 우리나라 2공화국처럼 국군 통수권을 대통령에 주고 있다. 핀란드는 인구 500만 명의 작은 나라이고 국민들의 동질성이 강해서 대통령과 총리가 대립하는 경우는 상상하기 어렵지만 우리나라는 그렇게 되겠는지 생각해 보기 바란다.

그러니까, 대통령이라고 뽑아 봤자 매번 자격 미달 사태가 된다면 아예 의원내각제로 바꾸는 게 낫지 않은가 한다. 그걸 놔두고 총리를 국회가 선출하게 하자는 등 섞어찌개 같은 잡탕 발상을 내놓고 떠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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