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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종부세가 좌우한 분당 표심
작성일 : 2022-03-14 21:54조회 : 3,496
종부세가 좌우한 분당 표심
이번 대선에서 내가 사는 성남시 분당구에선 이재명 후보가 14만 966표를 얻는 데 그쳤고, 윤 당선인은 18만 3,094표를 얻었다. 이 후보가 4만 표를 진 것이다. 분당은 이재명이 살고 있는 주소지이다. (아래 기사 참조)
2010년 성남 시장 선거에서 이재명은 분당에서 한나라당 후보에게 1만 표를 졌으나 수정구와 복정구에서 충분히 승리해서 시장으로 당선됐다. 2014년에 이재명은 분당에서 2만 표를 승리해서 여유있게 재선에 성공했다. 2018년 지방선거는 남북 평화 착시 속에 이루어진 비정상적 선거여서 비교할 만한 가치가 없다.
분당의 주택가격은 서울의 강남 서초 등과는 비교가 안 되지만 그래서 중상급 이상은 된다. 2020년 총선에서 임대아파트가 많고 젊은 세대가 많이 사는 판교를 포함하고 있어 민주당에 유리한 분당(갑)에선 미래통합당(국민의힘) 김은혜가 당선됐다. 정자동 수내동 등 대형 아파트가 많은 분당(을)은 민주당에 보다 불리한 지역구인데도 현역인 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당선됐다. 김 의원이 평소에 지역구 관리를 잘 했지만 미래통합당이 학력도 경력도 변변치 않은 사람을 후보로 냈기 때문에 김 의원이 재선에 성공했다고 나는 본다. 그러니까 분당에선 이 때 이미 민주당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분당에서 이재명이 참패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종부세 인상이 작용했다고 본다. 캐나다의 멀로니 총리, 미국의 부시 대통령(아버지), 그리고 일본의 민주당 정권이 모두 세금을 올리더니 선거에서 패배했다. 세금을 올리는 정권은 선거에서 패배한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2007년 대선에서 민주당이 참패한 원인 중의 하나도 종부세다.
노무현 정부가 2001년에 처음 종부세를 도입했을 때는 종부세는 인별(人別)로 공시가 9억 원이 넘는 경우에 넘는 가액에 세율을 적용했다. 그래도 집값이 잡히지 않자 노무현 정부는 2002년에 가족 합산으로 6억 원이 넘는 경우에 종부세를 부과하도록 했고 그 세율도 가파르게 높였다. 이렇게 되니까 2002년에는 종부세 폭탄을 맞는 가구가 훨씬 늘어났다. 북한이 핵실험에 성공하고 사학법 개정 등으로 노무현 정부의 지지도가 추락하고 있었는데, 종부세 폭탄까지 터졌으니 대선은 보나 마나 한 결과였다. 더구나 종부세 고지서가 나오고 두주일 후에 투표를 했으니 그 결과는 뻔한 것이었다. (헌법재판소는 가족 합산은 위헌으로, 그리고 과다한 종부세율은 헌법 불합치로 판정했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종부세 대상자가 전체 유권자의 2% 밖에 안 된다고 말한 것을 보면 그런 정당은 문을 닫아야 마땅하다는 말이 나올 만하다. 종부세는 개인에게 부과되지만 배우자 등 가족 전체가 영향을 받는다. 무엇보다 통상적으로 종부세를 내는 사람들은 최소한 중상층 유권자이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수준도 유권자 평균 보다 높고 사회적 영향력도 종부세를 내지 않는 세대에 비해 크다. 이런 것을 모르는 집권당이었으니 대선 실패는 정해진 이치였다.
작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고전을 할 때 어느 민주당 의원과 안부 통화를 한 적이 있었다. 그 때 나는 재건축 못하게 하는 것이 정권을 내줄 만한 가치가 있냐고 물었다. 우리나라는 국민소득이 최근 20년 동안 눈에 띠게 높아졌고 주택에 대한 눈높이도 높아졌다. 서울에는 새로운 택지 공급이 고갈된 지가 오래라서 오래된 낡은 아파트를 재건축하지 않으면 새 아파트를 공급할 수 없다. 재건축은 주민들 스스로 추진하는 것이라서 정부 예산이 들어가지 않는다. 정부 예산이 들어가지 않고 건설회사 일거리도 늘어나고 고용도 창출할 수 있는데, 문재인 정부는 재건축을 일종의 사회악처럼 몰아 붙여서 사실상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김현미 장관과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런 지경을 만들어 놓고 통쾌하다는 표정을 지었으니, 참으로 어리석고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당은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 목적이지 자기들만의 철학을 구현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6월로 다가온 성남시장 선거 결과는 불을 보듯이 뻔하고, 이대로 라면 2024년 분당 국회의원 선거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노무현 정권에 이어서 문재인 정권도 세금을 대폭 올려서 선거에 패배했으니 아마 지금 더불어민주당이 정권을 잡을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24년 총선을 앞두고 해산하고 새 인물을 수혈받아서 종래의 정책을 대폭 수정하는 새 정당이 나오지 않겠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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