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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존 린지 (6) 1970년 Hard Hat Riot
작성일 : 2022-03-26 16:13조회 : 2,048
존 린지 (6) 1970년 Hard Hat Riot
재선에 성공한 린지는 처음과는 달리 뉴욕시 행정과 입법을 경험해 본 민주당원들을 시청 간부로 기용했다. 하지만 린지의 두 번째 임기는 1970년 5월에 발생한 사건으로 뿌리부터 흔들리게 된다. 그해 5월 4일, 오하이오 주 켄트주립대학에서 반전(反戰) 시위를 하던 학생들을 향해 주 방위군이 발포해서 학생 4명이 사망했다. 그 중 한명이 뉴욕 출신이라서 시신이 뉴욕으로 돌아올 예정이었다. 이를 계기로 대학생들은 5월 8일 맨해튼 한복판에서 반전 시위를 계획했다. 이에 부응해서 린지는 5월 8일 하루 학교를 휴업하고 시청 청사에 조의(弔意)를 표하는 반기(半旗)를 계양하도록 했다.
5월 8일 아침, 맨해튼 증권거래소와 페더랄 홀 앞으로 대학생들이 모여들었고 11시엔 1,000명을 넘어섰다. 얼마 후 근처의 세계무역센터(9.11 테러로 사라진 쌍둥이 건물) 등 고층건물 공사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수백 명이 안전모(hard hat)를 쓴 채로 대학생 시위대가 있는 곳으로 몰려들었다. 이들은 “U.S.A., U.S.A,"를 외치면서 시위하는 대학생들을 향해 거칠게 다가갔다. 이들은 집회 중인 대학생들을 마구 폭행했다. 경찰은 노동자들을 제어하지 않았다. 그 날 뉴욕시 경찰은 노동자 편이었다.
500명으로 늘어난 노동자들은 “린지를 잡아와라”(Get Lindsay !)를 외치면서 시청 청사로 몰려가서 반기(半旗)로 게양한 성조기를 완전히 올려 버렸다. 경찰관들은 이 모습을 즐기면서 구경했다. 이 날 학생 100여명이 부상을 당했는데, 노동자들이 대학생 시위를 제압한 이 사건은 ‘하드 햇 폭동'(Hard Hat Riot)이라고 불린다. 건설노동자들은 며칠 동안 시위를 벌였고 5월 20일에는 항만 노동자들이 합세해서 15~20만 명이 맨해튼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존 린지 퇴진’, ‘붉은 시장 물러가라’라는 피켓을 들었는데, 고층빌딩에서 일하는 사무직 노동자들도 이들에게 지지를 보냈다. 며칠 동안 린지는 시장실에 유폐되다시피 했다.
건설 현장과 부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대학을 나오지 못한 백인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이탈리아 그리스 폴란드 등 동부 유럽과 남부 유럽 이민 후손이 많았고 가톨릭 교회를 나갔다. 이들은 본인이나 가족이 2차 대전, 한국 전쟁, 그리고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경우가 많았다. 사정은 뉴욕 경찰국(NYPD)도 마찬가지였다. 간부급이 아닌 경찰관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력이거나 야간 대학을 다녀서 학위를 딴 경우였다. 이들이 경찰이란 직업을 택한 이유는 민간 직업에선 앵글로 백인이 아니면 한계가 있음을 알기 때문이기도 했다. 뉴욕 경찰국에도 참전경험이 있는 경찰관이 많았고 뉴욕 시청에서 근무하는 직원이나 소방대원의 경우도 그러했다.
자신들이 베트남에서 참전했거나 베트남에서 전사한 가족과 친척, 친구를 갖고 있는 이들도 베트남 전쟁은 잘못된 전쟁이라고 생각했지만 정작 군대를 가지 않는 대학생들이 반전 시위를 하고 특히 린지 시장이 반전 운동에 가담하는 것을 좋지 않게 생각했다. 이들은 성실하게 일하고 세금을 내면서 물가와 렌트가 비싼 뉴욕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시민들이었는데, 이들이 린지 시장에게 반기(叛旗)를 든 것이다. (이 사건은 그 후 미국 정치 구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이에 대해선 서울신문 4월 11일자 기고에서 다루기로 한다.)
- 사진 : 1970년 5월, 맨해튼 하드 햇 노동자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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