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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1970년대 뉴욕시
작성일 : 2022-03-28 11:34조회 : 2,164
1970년대 뉴욕시
존 린지가 시장으로 있던 8년 동안 뉴욕 사람들은 다른 도시에 비해서 세금과 공과금을 많이 내면서도 매우 위험한 도시에서 살아야만 했다. 세금을 내는 중산층이 매년 뉴저지 등으로 빠져 나갔다. 한밤중에 상점 문을 부수고 물건을 털어가는 일이 흔해서 상점 주인들은 강철 셔터를 설치해야만 했다. 강도 살인이 너무 흔해서 어디든 안전한 곳이 없었다. 할렘 같은 흑인 지역이 특히 많은 피해를 입었다. 여자가 저녁 늦게 혼자 귀가하는 것은 특히 위험했다. 택시를 타고 귀가할 때는 기사에게 건물 현관으로 들어가기까지 기다려 달라고 부탁을 해야 했다. 총과 칼을 들고 덤비는 강도를 만나면 금방 내주기 위해 20달러 지폐를 주머니에 갖고 다녀야 한다고도 했다.
또 다른 큰 문제는 그라피티라고 부르는 낙서였다. 건물 벽은 물론이고 지하철의 밖과 안, 심지어 버스도 그라피티로 뒤덮였다. 그라피티를 애써 지워도 다음 날이면 또 다시 그려지니까 뉴욕시는 그라피티를 그대로 방치했다. 그라피티를 도시예술이라고 떠드는 사람들이 진보적 예술인임을 표방하고 다니던 시절이었다. 맨해튼 한복판인 타임스 스퀘어 주변은 포르노 샵과 누드 술집이 성행했고 매춘 여성들이 거리에서 활개를 쳤고 소매치기가 거리에 우글거렸다. 그야말로 ‘말세(末世)’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 모든 문제는 누적되어 온 것이지만 존 린지가 시장으로 있었던 8년 동안 린지는 문제를 방치했을 뿐더러 오히려 악화시켰다.
1970년대 뉴욕의 암울한 모습은 몇몇 영화에 잘 나타나 있다. 더스틴 호프먼과 존보이트가 주연을 한 <Midnight Cowboy>(1969년)는 타임스 스퀘어를 무대로 타락하고 쇠락한 그 시절 뉴욕을 그려냈다. 나이 많은 매춘 여성과 자기 몸을 팔려고 맨해튼 중심부를 찾아온 젊은이, 그리고 거기에 빌붙어 살 길을 찾는 또 다른 젊은이를 통해 그 시대 뉴욕의 퇴폐상을 그린 이 영화는 아카데미상(賞)을 휩쓸었다. 찰스 브론슨이 주연한 <Death Wish>(1974년)는 아내와 딸이 범죄에 희생됐음에도 경찰이 무력하기만 함을 보고 분개한 한 남자가 스스로 총을 들고 밤거리로 나와서 부랑배들을 처단하는 스토리를 담았다. 이 영화는 반응이 좋아서 속편이 만들어졌고, 2018년에는 브루스 윌리스가 주연한 리메이크 판이 나왔다.
그 시절 맨해튼 한복판을 가장 리얼하게 그린 영화는 로버트 드 리노가 주연한 <Taxi Driver>(1976년)일 것이다. 영화에는 타임스 스퀘어 부근의 포르노 숍과 거리의 여성들이 실제 모습 그대로 나온다. 이 영화에서도 경찰은 우범자들을 총으로 처단한 주인공을 그대로 방면한다. 영화에는 당시 12살이던 조디 포스터가 나이 어린 가출 매춘여성으로 나온다. 이 영화를 보고 조디 포스터에 반한 힝클리라는 정신 나간 젊은이가 단지 주목을 끌기 위해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을 저격하게 된다. 타임스 스퀘어와 42번가를 불야성으로 만들었던 포르노 숍과 매춘은 1980년대 후반기 들어서 비로소 사라지기 시작했다.
1970년대에는 할렘에서 가까운 위치에 있는 컬럼비아 대학 주변은 매우 위험했다. 1972년 9월 20일, 컬럼비아 대학의 저명한 국제법학자인 울프강 프리드먼(Wolfgang Friedman 1907~1972. 9. 20) 교수가 캠퍼스 근처에서 흑인 소년 3명에게 강도를 당하면서 칼에 찔려 목숨을 잃었다. 프리드먼 교수가 펴낸 책은 워낙 유명해서 우리 세대는 대학시절에 읽었다. 오늘날 컬럼비아 대학 부근은 깨끗하고 안전하고 좋은 아파트가 새로 들어서 있다. 미국 사람들이 1970년대를 '악몽'(Nightmare)이라고 부르는 데는 이처럼 이유가 있다. 마찬가지로 1980년대를 두고 “미국에 아침이 왔다”(Morning in America)라고 부르는데도 역시 그 만한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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