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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존 로버츠, 새무얼 얼리토
작성일 : 2022-07-09 16:00조회 : 1,906
존 로버츠, 새무얼 얼리토
1992년 대선과 1996년 대선에서 패배한 공화당은 위기의식을 느꼈다. 제2차 대전 세대인 조지 H. W. 부시와 밥 돌이 전후(戰後) 세대인 빌 클린턴한테 패배했기에 공화당도 전후세대를 차기 대선 후보로 내세워야만 했다. 그런 가운데 텍사스 주지사 조지 W. 부시가 2000년 대선 후보로 떠올랐다. 1996년 10월, 루퍼트 머독의 폭스(Fox)사가 폭스뉴스(Fox News)를 출범시켜서 보수도 이제 TV 화면을 갖게 됐다. 2000년 대선에서 조지 W. 부시는 대법원 소송을 거쳐서 대통령에 당선됐다.
8년 만에 정권을 회복한 공화당은 헤리티지 재단이 제시한 보수 인물을 행정부 요소에 진입시켰다. 보수 평론가들은 Bush v. Gore 판결이 5대 4로 이루어 졌고,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임명한 데이비드 수터 대법관이 진보 대법관 쪽에 섰다는 데 분개했다. 이들은 닉슨이 임명한 해리 블랙먼이 낙태 자유화 판결문을 쓰고, 부시가 임명한 데이비드 수터가 루스 긴스버그와 보조를 맞춘 것을 비난하면서, 다시는 공화당 대통령이 이런 사람들을 대법관으로 임명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연방법원에 공석이 나오는 대로 후보자를 지명했으나, 민주당은 부시가 지명한 연방항소법원 판사 후보자 다수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행사해서 보수 법률가들이 항소법원에 진출하는 것을 막았다. 민주당 법사위에서의 필리버스터는 당시 극단적인 대립을 초래하는 등 큰 문제가 됐다. 2004년 대선에서 부시가 재선에 성공하고 의회 선거에서도 공화당이 승리해서 상원 의석이 공화당 55석, 민주당 44석이 됐다. 이제 부시 대통령은 원하는 인물을 연방법원에 넣을 수 있게 됐다. 이 과정에서 The Federalist Society의 영향력이 커졌다.
2005년 7월 1일, 샌드라 오코너 대법관이 그해 10월에 은퇴하겠다고 밝혔다. 7월 19일, 부시는 워싱턴 DC 관할 연방항소법원 판사인 존 로버츠(John Roberts Jr. 1955~ )를 후임 으로 지명했다. 부시는 원래 테드 올슨 법무부 송무차관을 대법관으로 임명하고 싶었지만 그럴 경우 민주당이 총력을 기울여서 반대할 것이 명백해서 포기하고, 그 대신 경력이 훌륭한 존 로버츠를 선택한 것이다.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한 존 로버츠는 렝퀴스트 대법관의 연구관을 지내고 레이건 백악관에서 법률비서관을 지낸 후 잠시 변호사를 하다가 조지 H. W. 부시 행정부에서 법무부 송무부차관을 지냈다. 클린턴 정부가 들어서자 변호사를 하면서 주로 민사 분야에서 높은 승소율을 기록했고, 2003년에 연방항소법원 판사가 됐다.
로버츠에 대한 청문 절차를 준비하던 중인 9월 3일, 암 투병을 하던 렝퀴스트 대법원장이 사망했다. 부시 대통령은 존 로버츠의 대법관 후보 지명을 철회하고 그를 대법원장 후보로 지명했다. 법사위 청문에서 존 로버츠는 당당하고 신중하게 모든 질문에 답했다. 9월 22일, 상원 법사위는 13대 5로 인준을 통과시켰고, 상원 본회의는 78대 22로 통과시켰다. 공화당 의원 55명은 모두 찬성했고 민주당 의원 22명과 무소속 의원이 찬성했다. 조 바이든, 에드워드 케네디, 존 케리, 힐러리 클린턴 등 골수 진보 의원들은 모두 반대했다.
대법원장 인선이 마무리 되자 부시 대통령은 샌드라 오코너 대법관의 후임에 해리엇 마이어 백악관 법률보좌관을 지명했다. 하지만 학력과 경력이 부족한 그녀는 언론에 의해 비웃음감으로 전락해 버렸고, 결국 본인이 후보직을 사퇴했다. 이 사건은 부시의 리더십에도 큰 타격을 주었다. 부시는 안전한 방법으로 현직 연방항소법원 판사인 새무얼 얼리토(Samuel Alito 1950~)를 지명했다.
새무얼 얼리토는 프린스턴 대학을 다닐 때부터 헌법에 관심이 많았고, 관련 학회에서 활동을 했다. 당시는 베트남 전쟁 시절이라서 얼리토는 육군 ROTC를 하면서 대학을 다녔다. 대학을 졸업하면서 임관한 얼리토는 예일 로스쿨에 들어가서 1975년에 졸업하고 몇 달 동안 현역 복무를 한 후 예비역으로 편입됐다. 그는 ROTC 건물에 불을 지르는 신좌파 운동을 매우 안 좋게 보았다. 그 후 레이건 행정부에서 연방 검사, 법무부 송무차관 보좌관과 부차관보를 지냈고, 부시 행정부에서는 뉴저지 연방검사장을 지냈다. 1990년 2월, 부시 대통령은 얼리토를 제3 연방항소법원 판사로 임명했다.
15년 동안 연방항소법원 판사를 해 온 얼리토에 대한 인준은 쉬울 줄 알았으나 그렇지 못했다. 얼리토가 1985년에 법무부 부차관보에 지망하면서 골드워터 상원의원과 윌리엄 버클리가 자신에게 영향을 주었다고 서술한 것을 들어서 민주당 의원들은 그가 지나치게 보수적이라고 몰아 붙였다. 민주당 의원들은 무려 700개나 되는 질의를 퍼부었으나 얼리토는 무난하게 답변을 했다. 2006년 1월, 상원 법사위는 10 대 8로 인준 동의를 의결했고, 본회의는 58대 42로 인준 동의를 통과시켰다. 민주당 의원은 4명을 제외하고 전원이 반대 투표를 했다.
이렇게 해서 대법원은 보수 4인(스칼리아, 토머스, 로버츠, 얼리토), 중도 3인(스티븐스, 케네디, 수터), 그리고 진보 2인(긴스버그, 브라이어)로 구성되었는데, 스티븐스와 수터는 1990년대 중반기부터는 사실상 진보 쪽으로 돌아서 보수 5인 대 진보 4인 구도가 잡혔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대법원을 이끌어가는 입장에서 중도 보수적 입장을 자주 취했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존 로버츠와 새무얼 얼리토가 독실한 가톨릭 신자라는 점이다. 안토닌 스칼리아, 클라렌스 토머스, 그리고 앤서니 케네디가 가톨릭 신자이기 때문에 대법원 구성원 9인 중 다섯 명이 가톨릭 신자인 것이다. 전체 미국 인구 중에서 가톨릭 인구는 소수이고, 로마 교황청은 낙태에 대해 절대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시점까지 미국 대법원 역사상 가톨릭 대법관은 오직 11명뿐이었는데, 그 중 5명이 현직이라는 점도 놀랍다.
- 사진 (1) 청문회장에 같이 한 존 로버츠의 아내와 두 아이. 부인 제인도 변호사이며 결혼을 늦게 한 로버츠 부부는 두 아이를 입양했다. (2) 새무얼 얼리토 청문회. 얼리토 뒤에 노랑색 체크 옷을 입은 사람이 부인 마샤. 마샤는 법원 도서관 사서로 있을 때 얼리토를 만났다. 청문회 도중 마샤는 너무 힘들어서 자리를 뜨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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