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바르셀로나 아그바 타워

작성일 : 2010-09-22 01:28조회 : 9,292

바르셀로나 아그바 타워

이상돈 (2010년 9월 22일)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는 역사가 깊으면서도 활력이 넘치는 도시다. 까딸루나 지방의 가장 큰 도시인 바르셀로나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사실 스페인을 대표하는 도시는 마드리드 보다는 바르셀로나라고 할 만하다. 독자적인 언어인 까딸란을 사용하는 이들은 마드리드 지역을 아래로 내려 본다. 까딸루나와 바스크가 분리 독립하면 스페인은 가난한 제3세계 국가로 전락할 것이라는 말마저 있다.

바르셀로나하면 떠오르는 사람은 역시 건축가 안또니 가우디이다. 가우디가 짓다 만 고층 성당(‘세그라다 파밀리에’)은 지금도 건축 중인데, 그 건축 중인 성당은 바르셀로나의 ‘상징’이다. 바르셀로나에는 또 하나의 상징적인 고층 건물이 있는데, 그것이 아그바 타워다. 서울의 남산과 같은 몬주익에서 밤의 바르셀로나를 보면 가우디 성당과 아그바 타워가 유난히 빛난다. 가우디 성당은 아래에서 조명을 쏘는 것이지만 아그바 타워는 자체 조명으로 빛난다.

‘아그바 타워’의 원래 스페인 명칭은 ‘또레 아그바’(Torre Agbar)이다. 건물의 소유주가 아그바 그룹(Grupo Agbar)이기 때문에 그런 명칭을 갖게 됐다. 아그바 타워는 1999년에 건축이 시작되어 2005년에 준공되었다. 프랑스의 건축가 장 누벨이 설계했는데, 바르셀로나 부근의 몬세라(Montserrat)의 둥그런 괴암에서 착안한 것이라고 한다. (몬세라는 중세에 세운 가톨릭 수도원이 유명하다.) 처음에는 바르셀로나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이제는 바르셀로나의 명물로 인정받고 있다.

아그바 타워는 건물 전체를 LED 판으로 감싸서 전기를 키면 푸르고 붉은 조명이 건물 전체에서 나오도록 했는데,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밤 9시부터 11시까지 조명을 킨다. 아그바 타워가 있는 지역은 하이테크 산업을 유치한 신시가지인데, 이를 관통하는 넓은 도로는 한 복판은 조깅을 하거나 걷는 사람이 사용하고, 그 밖은 자전거 도로이고, 그 밖은 트램(전차)이 다니고, 그 밖의 차선 두 개를 자동차가 사용하게 되어 있다. 저녁이 되자 조깅하는 젊은이들과 애견을 데리고 산책하는 노년층 등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아그바 그룹은 물 전문 그룹이다. ‘아그바’는 ‘아구와 바르셀로나’(Agua Barcelona)의 약자(‘아구와’는 스페인어로 ‘물’이다)이다. 19세기 중반에 생긴 이 회사는 상하수도 사업을 해 온 물 전문기업이다. 2008년에는 프랑스의 물 회사인 스에즈와 스페인의 투자지주회사 크리테리아카익사에 의해 인수되어 이 두 회사가 주식의 90%를 갖고 있다. 아그바 그룹의 본사는 아그바 타워에 있으며, 중남미는 물론이고 유럽과 아시아의 상하수도 사업에 많이 진출하고 있다. 아그바 그룹은 230여개의 자회사를 갖고 있고 연매출은 2000억 유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그바 타워의 건축비는 1억 3000만 달러, 즉 우리 돈으로 대략 1600억 원으로 알려져 있다.

아그바 타워를 보면서 한국수자원공사를 생각했다. 수자원공사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는 경영이 좋은 공기업이었다. 고석구-곽결호 두 전임 사장은 수자원공사를 댐을 건설하고 운영하는 기업에서 탈피해서 세계적인 물기업으로 발전시키려고 했다. 프랑스의 스에즈, 영국의 테임스 워터, 그리고 스페인의 아그바 같은 물 기업을 모델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4대강은 그러한 수자원공사의 ‘포부’를 송두리째 앗아갔다. 4대강 사업을 하고 있는 수자원공사가 사기업 같았으면 이미 부도가 나서 파산을 했을 것이다. 차라리 수자원공사가 한국전력 같이 부분민영화가 되어 상장기업이 되어있었더라면 오늘날 같은 사태는 오지 않았을 것이니 안타깝다. 아그바 그룹은 1600억 원을 들여서 바르셀로나의 명물 건축물을 세워서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수자원공사의 신세는 참으로 한심하다.

(c) 이상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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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갤러리에 올린 사진은 제가 찍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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