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LEESANG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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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참으로 가소로운 논리 (시사인)
작성일 : 2010-11-11 02:40조회 : 4,933
* <시사인> 2010년 11월 13일자에 실린 글입니다. (무단전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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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인> 2010년 11월 13일자 에세이
참으로 가소로운 논리
- 4대강 사업에 착공한지 1년이 된 시점에서 가장 놀라운 부분은
관료, 전문가 학자, 메이저 언론이 9-11 때 쌍둥이 빌딩처럼 무너져버린 현실이다-
이상돈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하나의 거짓말을 하면 그것을 위해 열 개의 거짓말이 또 필요하다는 옛말은 이명박 정권이 밀어 붙이고 있는 4대강 사업에 딱 들어맞는다. 촛불시위에 놀란 이명박 대통령은 대운하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느닷없이 “강을 하수구인양 사용하는 나라는 우리 밖에 없다”면서 강을 살리겠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는 결코 강을 하수구인양 쓰지 않았다. 진실을 말하자면, 노태우 정권에서 김영삼, 김대중, 그리고 노무현 정권에 이르기까지 수질보호와 물관리만큼 정부가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 분야가 없다. 다른 사안에 대해선 분열을 보였던 우리 국민도 물관리와 하천보호에의 대해선 이의가 없었다. 그 결과 주요 하천의 수질은 서서히 좋아 졌고, 정부는 전국 하천의 본류는 정비가 완료되었다고 말할 수 있게 됐다. 그러니까 4대강 사업은 출발부터가 ‘거짓말’이다.
4대강 사업은 본질은 4대강에 대형 보 16개를 세우고 바닥을 깊이 준설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수자원을 확보하고 홍수를 예방한다는 것이다. 수자원을 확보하고 홍수를 예방하는 시설로 다목적 댐을 능가할 것이 없는데, 우리의 4대강 상류에는 다목적 댐이 이미 여러 개가 있다. 대형 댐 건설이 어려움을 알게 된 정부는 물 관리를 통해 물 수요증가에 대처해야 한다고 말해 왔다. 2000년대 들어 정부는 하천을 가급적 자연상태로 회복하는 정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2009년 가을에 나온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은 이 같은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이 번복해 버렸다. 그리고는 미친 듯이 강을 파헤치고 시멘트를 퍼붓기 시작했다.
4대강 “심판의 부메랑‘되어 돌아오나
‘4대강 마스터플랜’을 책임지고 작성한 정부 연구소의 연구원은 한해 전만해도 ‘자연친화적인 하천복원’이란 연구를 책임지고 있었다. 교수 시절에 보를 설치하면 수질이 악화되기 때문에 폭기조를 설치해야 한다는 연구를 했던 사람이 4대강 사업 추진단장이 됐다. 자연상태의 강이 아름다운 강이라던 생태학자는 4대강 사업 홍보실장이 됐다. 국토부에 있는 중앙하천관리위원회에는 수자원/환경 전문가와 교수들이 위원으로 대거 포진해 있는데, 그 중에 4대강 사업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낸 사람은 현재까지는 나뿐인 것 같다. 이들 중 어느 누구도 하천 본류를 깊이 파헤치고 높이가 10-15미터나 되는 콘크리트 보를 주렁주렁 건설하면 강이 살아난다고 주장한 적이 없다. 그럼에도 이들 대부분은 참혹한 4대강 파괴를 보고도 침묵한다.
나는 이명박 정권은 ‘4대강’ 같은 일을 충분히 저지를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요즘 사태에 놀라지 않는다. 법과 절차 정도는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하고, 바벨탑이라 불리는 라인-도나우 운하와 사막의 거품인 두바이에 매료된 사람을 대통령으로 선뜻 뽑은 국민의 자업자득이기 때문이다. 내가 진정으로 놀라는 부분은 관료, 전문가와 학자, 그리고 메이저 언론이 9-11 테러 때 쌍둥이 빌딩처럼 무너져버린 현실이다. 임기가 5년인 정권에 비해 항구적인 줄 알았던 관료, 전문가, 학자들이 이렇게 무너질 줄은 정말 몰랐다. 지난 10여 년 동안 팔당 상수원 보호, 새만금 사업, 폐기물 불법방치, 소각장 다이옥신 배출 등 많은 사안에 대해 환경이 중요하다고 열렬하게 주장해 왔던 메이저 언론은 ‘4대강’에 대해선 옹호하거나 침묵하고 있다.
여당은 4대강 공사가 많이 진행되어 이제는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다고 한다. 어느 신문은 이미 버스가 떠났기 때문에 반대는 의미가 없다고 주장한다. 참으로 가소로운 논리다. 정치인과 언론인은 빈말이라도 “세상에는 변치 않는 진실과 정의가 존재한다”고 말해야 한다. 그런데 이들은 “이미 저지른 일은 할 수 없다”는 식의 궤변을 펼치고 있다. 그런 식의 상황논리를 전개한다면 12․12와 5․18도 이미 저질러 진 것이라서 반대도 비판도 해서는 안됐고 심판도 하지 말아야 했다.
‘4대강’은 ‘환경이냐 개발이냐’ 하는 문제가 아니다. ‘4대강’은 ‘진실이냐 거짓이냐’하는 문제이며, 정권의 도덕성을 넘어선 정당성에 관한 문제다. ‘4대강’은 또한 우리 사회의 관료, 전문가, 교수, 언론에 대해 인식을 다시 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4대강’은 2012년 총선과 대선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심판의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 올 ‘4대강’이 우리 사회를 변하게 한다면 그나마 작은 위안이 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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