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재키 케네디와 패트 닉슨

작성일 : 2021-12-20 21:45조회 : 2,289

재키 케네디와 패트 닉슨

대선은 대통령 부인을 뽑는 선거는 분명히 아니다. 그러나 대통령의 권한이 막대하기 때문에, 그리고 대통령 선거에선 부인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대통령 후보의 배우자는 당연히 관심의 대상이 된다.

존 F. 케네디와 리차드 닉슨이 격돌한 1960년 미국 대통령 선거는 부인이 크게 부각됐던 선거이기도 했다. 닉슨(Richard Nixon 1913~1994)의 부인 패트(Pat Nixon 1912~1993)와 케네디(John F. Kennedy 1917~1963)의 부인 재키(Jackie Kennedy 1929~1994)는 여러 면에서 비교가 됐다.

남가주(USC) 대학을 나온 패트 닉슨은 교사를 잠시 했고 2차 대전 중에는 정부 기관에서 일했다. 그 후 가사와 육아에 전념하면서 남편의 선거 운동을 적극적으로 도왔다. 닉슨이 1946년에 처음으로 하원의원에 출마했을 때부터 선거 때마다 남편의 선거를 도왔고 평소에도 지역 주민을 열심히 만났다. 1948년에 하원의원 재선에 성공하고 1950년에는 상원의원 선거에 도전한 닉슨을 따라서 캘리포니아 전역을 누비고 선거 운동을 했다. 1952년에는 아이젠하워의 부통령 후보가 된 남편을 따라 전국을 누비고 유세를 했고, 1956년에도 재선을 위해 그러했다. 1960년 대선에서 닉슨이 근소한 표 차이로 낙선을 하자 눈물을 삼켜야 했다.

닉슨이 1962년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낙선해서 패트는 또 다시 좌절했지만 1968년 대선에서 닉슨이 승리해서 퍼스트 레이디가 되어 백악관에 입성했다. 1972년에 대선에도 패트는 정력적으로 유세를 해서 남편이 역대급 기록으로 승리하는데 기여했다. 하지만 워터게이트는 모든 것을 삼켜 버렸고 고향으로 돌아온 패트는 남편보다 1년 먼저 사망했다. 퍼스트 레이디로서 패트 닉슨은 높이 평가될 만하지만 그녀는 재키 케네디에 가려지고 워터게이트로 인해 부서지고 말았다.

1960년 대선에서 대통령 후보 부인의 패션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재키는 여자대학인 바사(Vassar)를 다니면서 프랑스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했고 최종적으로 조지 워싱턴 대학에서 프랑스 문학으로 졸업을 했다. 그런 연유로 재키는 불어와 프랑스 패션에 능통했다. 부유한 집안의 촉망 받는 젊은 정치인 케네디와 결혼한 재키는 당시 오드리 헵번의 옷을 디자인해서 유명해진 프랑스 디자이너 위베르 드 지방시(Hubert de Givenchy 1927~2018)의 옷을 좋아했다. 1960년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미국 여성의류노조가 민주당에 항의서신을 보냈다. 근로계층을 대변하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 부인은 미국 옷을 입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러자 닉슨의 부인 패트는 “나는 미국 디자이너 옷을 입는 것이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옷은 튼튼해서 여러 곳에 다니는데 좋다”고 했다. 패트는 “나는 맞춤 옷 보다는 사이즈 10 기성복을 주로 사서 입으며, - - 그냥 가게에 들어가서 산다. 디자이너 옷은 몇 벌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런 비판 때문인지 재키는 남편이 대통령에 당선된 후 유럽 출신으로 미국에 귀화한 올레그 카시니(Oleg Cassini 1913~2006)를 공식 디자이너로 지명했다. 케네디 취임식 등 주요 공식행사에 재키가 입은 옷은 대개 카시니가 만든 것이었다. 그럼에도 재키는 파리에 남편과 함께 국빈방문을 했을 때에는 지방시가 특별하게 만든 옷을 입었다. 케네디가 죽은 후 영결식을 치를 때 재키가 입었던 검은 옷도 지방시가 만든 것이었다. 재키가 진정으로 좋아한 디자이너는 지방시였다.

- 사진 (1) : 지방시가 만든 예복을 입고 프랑스를 국빈방문한 케네디 부부.
- 사진 (2) : 1972년 대선을 앞두고 정열적으로 선거운동에 나선 패트 닉슨. 입은 옷이 통상적 기성복 티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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