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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 레이건의 패션

작성일 : 2021-12-23 20:25조회 : 2,294

낸시 레이건의 패션

재키가 백악관을 떠나고 17년이 지난 1980년 11월 로널드 레이건이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미국의 하이패션 업계는 기대가 부풀었다. 낸시 레이건(Nancy Reagan :1921~2016)이 퍼스트 레이디가 되어서 백악관에 들어가기 때문이었다.

스미스 칼리지에서 드라마를 공부한 낸시 데이비스는 할리우드에서 초짜 영화배우를 하다가 영화배우 조합 대표를 하던 레이건을 만나서 3년 간의 연애 끝에 1952년에 결혼했다. 낸시의 부모는 낸시가 어릴 때 이혼을 했고 낸시는 외과의사와 재혼한 어머니를 따라 새 아버지(Step Father)와 함께 자랐다. 미국에서 손꼽히던 신경외과 의사였던 로얄 데이비스(Loyal Edward Davis 1896–1982)는 낸시를 친딸처럼 사랑했고 학비가 비싼 사립고등학교를 보내고 역시 학비가 비싼 스미스 칼리지에 보냈다.

부유한 가정에서 자랐고 대학에서 드라마를 전공하고 잠시 배우를 했던 낸시는 자연히 패션에 관심이 많았다. 레이건이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지낼 때에도 캘리포니아의 퍼스트레이디의 옷차림은 뉴스의 관심사였다. 그런 낸시가 백악관의 안주인이 된다고 하니까 미국의 패션 업계가 흥분할 만도 했다. 재키 이후 존슨, 닉슨, 포드, 카터 대통령의 부인들은 패션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낸시는 다를 것임은 분명했다.

레이건이 대통령에 취임할 때부터 미국의 분위기는 확 바뀌었다. 백악관에서 검은 예복과 하얀 드레스를 입은 파티가 다시 시작됐고, 남자들은 진한 푸른색 정장을 입기 시작했다. 낸시는 백악관을 다시 꾸미려 했는데, 그 비용이 많이 들자 레이건의 후원자들이 기꺼이 기부를 했다. 이것이 불법이라는 논의가 일었지만 낸시는 “결국 미국민의 것이 되는데 무엇이 문제냐?”고 버텨서 그냥 지나가고 말았다.

1960년 대선에 세워진 원칙에 따라 퍼스트레이디는 유럽의 옷을 입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난 20년 동안 미국의 하이패션도 성장해서 이제 유럽과 거의 대등하게 됐다. 낸시는 James Calanos, Osca de la Renta, Bill Blass, Carolina Herera, Adolfo Sardinia 같은 미국 디자니어 옷을 좋아했다. 오스카 델라 렌타의 붉은 색 파티 복과 정장을 즐겨 입은 낸시는 우아한 패션 모델이었다. 케네디와 달리 레이건 대통령은 그 많은 비싼 옷을 일일히 살 수 있는 재력을 갖고 있지 못했지만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하이패션 디자이너 하우스들이 낸시가 입어주기만 하면 옷을 얼마든지 대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1960년대와 달리 공직윤리규정이 있어서 이는 문제가 될 소지가 많았다.

패션 하우스들은 낸시가 입고 난 후에 반납을 받는 형식으로 옷을 백악관으로 보내곤 했다. 재키 케네디가 젊고 매력적인 패션이었다면 낸시 레이건은 성숙하고 우아한 패션이었다. 낸시가 퍼스트레이디로 있었던 기간이 8년이었고 레이건 대통령은 국정은 장관과 참모에게 위임하고 국내외 행사에 참석하는 것을 즐겨서 낸시도 무척 바빴고 따라서 옷도 많이 필요했다. 당시 백악관 법무참모들은 낸시의 옷에 대해 걱정이 많았으나 인기가 많은 대통령 부부의 옷에 대해 시비를 거는 언론은 없었다. 낸시는 자기가 입었던 옷을 반납하기도 하고 디자인 스쿨에 기부하는 방식으로 처리했지만 상당 부분은 퇴임 후 갖고 갔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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