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로널드 레이건 영결식

작성일 : 2021-12-25 20:09조회 : 2,200

로널드 레이건 영결식

로널드 레이건은 2004년 6월 4일, LA 벨 에어 자택에서 93세 나이로 서거했다. 1994년 11월 중간선거를 며칠 앞두고 미국민에게 자신이 알츠하이머임을 알리는 고별사(告別辭)를 남긴 후 10년 세월이 지나서 숨을 거둔 것이다. (1994년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대승을 거두어서 상하원 모두 다수석을 차지하게 된 데는 레이건의 감동적인 고별사도 기여했다.)

아이젠하워는 1969년에, 트루먼은 1972년에, 그리고 존슨은 1973년에 사망했으니 모두 오래 전이었다. 닉슨은 1994년 4월에 사망했으나 불명예스럽게 물러난 닉슨의 장례식은 캘리포니아에서 간소하게 치러졌다. 따라서 미국은 실로 오랜만에 전직 대통령 장례를 치르게 됐다. 더구나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공화당 정권 시절이었으니 레이건의 장례는 국가적으로 큰 행사였다.

레이건의 유해는 LA 서쪽 샌타모니카에서 안치되어 일반인의 조문을 받았고 시미 밸리에 있는 레이건 기념도서관 로비에 안치되어 있다가 6월 9일에 워싱턴 DC로 운구되어 의사당 로텐더 홀 로비에 안치되었다. 영결식은 11일에 내셔널 캐서드럴에서 열렸고 대처, 멀로니, 고르바쵸프 등 전현직 외국 지도자, 미국의 전직 대통령 4명(포드, 카터, 아버지 부시, 클린턴)과 그들의 배우자, 그리고 부시 대통령 부부 등 많은 사람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하게 열렸다.

10년 동안 남편을 보살피느냐고 수척해 진 낸시 여사는 평범한 검은 옷을 입고 영결식에 참석했다. 워싱턴 DC에서의 장례 행사에선 워싱턴 지역 육군 사령관인 게일런 재크먼(Galen B. Jackman) 소장이 쇠약해진 낸시를 에스코트했다. 사진 (1)은 영결식이 끝난 후 재크먼 소장에 기대서 나오는 낸시의 모습이다. 뒤에 레이건 부부의 딸 패티와 아들 론이 보인다. 레이건 부부는 자식들과 사이가 안 좋아서 교류가 없이 살았다. 특히 딸 패티는 부모와 수십 년 동안 적대적 관계였다. 사진 (2)는 낸시가 레이건의 관(棺)에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는 모습이다.

레이건의 유해는 다시 항공편으로 LA로 가서 장지(葬地)인 시미 밸리로 향했다. 낸시와 자녀들, 장례 요원 외에도 마가렛 대처가 동승했다. 건강이 좋지 않았던 대처도 하관(下棺)까지 낸시와 함께 자리를 지켰다. 하관 직전에 관을 덮었던 성조기를 낸시 여사에게 전달한 사람은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USS Ronald Reagan CVN-76)호의 함장 제임스 시몬즈(Capt. James Symonds) 대령이었다. 사진 (3)은 시몬즈 대령이 낸시 여사에게 성조기를 전달하는 모습이다. 옆에 낸시 여사를 에스코트 해온 게일런 재크먼 소장이 서있다.

재크먼 소장과 시몬즈 대령은 낸시 여사와 함께 찍은 사진으로 역사적 인물이 됐다. 해군 OCS 출신으로 조종사인 시몬즈 대령은 이 시점에 로널드 레이건 호의 함장을 지내서 낸시 여사에게 성조기를 전달하는 영광을 누렸다. (다른 군함과 달리 항공모함은 조종사가 함장을 지낸다. 시몬즈 대령은 소장까지 진급한 후 전역했다.) 낸시는 2001년 3월, 부시 대통령과 함께 레이건호의 진수식에 참석해서 샴페인 병을 터뜨린 바 있다.

나는 그 때 영결식과 안치식을 CNN으로 보았는데, 조지 H. W. 부시가 벅찬 감정을 억누르면서 조사(弔辭)를 읽는 모습과 눈부시게 하얀 해군 장교복을 입은 시몬즈 대령이 낸시 여사에게 성조기를 전달하는 장면이 제일 인상 깊었다. 낸시 여사는 그 후 12년을 더 살고 2016년 3월, 94세로 남편 곁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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